선생님의 하트를 받았어요. 드디어! 어제저녁 쏟아지는 비를 보며 드린 톡에 하트가 달렸어요. 선생님이 보내셨을까요. 손의 힘이 생기셨을까요. 식구 분들이 보내셨을까요. 읽어드리고 하트 보내라, 사인을 하셨을까요. 기쁘고 좋아서 다리가 다 풀립니다.
빗소리에 자다가 창을 닫고 다시 열고 구경하고 다시 자고 세상을 끝내버릴 듯이 내리네요. 다시 쏟아지는 아침, 비에 신발도 옷도 다 젖었어요. 쏟아지는 비는 맞을 수밖에요. 해가 나면 비가 그리울 테니, 이 비를 저금해 둘까 합니다. 지금 쏟아지는 빗속이라면, 그런 생의 구간이라면 모쪼록 걸음걸음 조심히, 젖은 옷은 말리면 되니 무심히 가야겠어요. 챙길 수 있다면 뽀송한 양말이나 한 켤레 갖고 나가세요.
나 고양이는 집사에게 실망했다
나 고양이는 너보다 어리게 태어나서
영영 너보다 우아하게
영영 늙어갈 것이니
내 눈 속에 달이 차고 기우는데
깜빡이는 눈을 마주치지 않고
뒷동산에는 감자가 가득한데 캐지 않고
내 털이 지폐보다 귀한 줄도 모르고
투정이나 가끔 부리고
길에서 다른 고양이한테 가끔 사료나 챙겨 주고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로 잊히겠니
어느 날 내가 다녀간 후에
아무도 할퀴지 않는 밤이 여러 번 지나더라도
타인을 너무 많이는 미워 말고
장롱 밑에서 내 털을 보고 울지나 말거라
-김건영, Take a l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