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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프로젝트3 #18

깨알 감사 또 다른 시선

길을 걷는다는 것이 감사한 날들이 많았습니다. 길을 걷다가 돌부리가 보이는대도 발이 피하지 못하고 살짝 튀어나온 돌부리에 앞발이 걸려서 덜컥 넘어질뻔한 일이 종종 생깁니다. 어쩔 때는 진땀이 날 정도로 놀라기도 합니다. "휴! 다행이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면서 '감사'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 종종 일어날 때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지?"라고 불평하며 화를 내곤 했습니다. 그런데, 돌아서서 생각해 보면 저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그런 일들이 종종 생기는데 다들 '어른스럽게'지내면서 해결도 하고 고민도 하고 그렇게 지내시는 것을 전혀 몰랐던 것입니다.



돌부리에 걸려서 움찔하다가 '감사'로 생각하는 이유는 제 주변의 어른들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돌부리를 피한다고 피하시다가 못 피하시고 넘어지시면서 무릎뼈가 깨지고 으스러져서 수술을 하시는 것들을 자주 보게 되면서 '더 큰 감사'를 생각하며 길을 걷기도 합니다. 이제는 급하게 버스를 탄다거나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 전력질주하는 일들은 거의 안 하는 걸로 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가장 감사한 것은


오늘도 걸을 수 있다.


는 것입니다. 그 자체를 감사해하면서 만나는 것, 보게 되는 깨알들을 고맙게 생각하는 하루입니다. 그런 것들을 나누는 오늘도 감사드립니다.


#1. 길 위의 깨알들..


1. 알알이 열렸네..

공항 1층을 걷다 보면 어두울 때는 더 아름답게, 어둡지 않아도 이쁘게 보이는 전등입니다.



이 전등을 바라볼 때 느끼는 것은 아름다움과 풍성합니다. 포도송이를 알알이 엮어서 먹기 좋게 놔둔 것도 같고요. 신랑 신부가 행진을 하다가 바통을 이어받듯이 건네준 것 같기도 하고요. 한때 유행했던 탕후루를 순서대로 먹기가 불편해서 왕창 꼽아서 먹을 수 있게 해 둔 것도 같습니다.



동그란 전등들이 알알이 있는 것을 보면서 '그냥 웃음'을 짓고 지치거나 힘든 마음들이 그냥 눈 녹듯이 사라집니다. 며칠 전 제대로 된 첫눈까지 생각났습니다. 찬바람이 반팔소매아래 맨살에 닿는 느낌이 들면서 가을이구나 싶었는데 벌써 첫눈이 내리고 이제 꽁꽁 겨울입니다.



2. 맷돌이 생각나는구나..

길을 걷다가 모퉁이에 올려놓은 돌들을 보았습니다.



산길을 걷다 보면 돌무더기를 만든 것도 보았고요. 염원을 담아 쌓아 놓은 것도 보았습니다. 그런 생각이 나면서 이번 깨알을 보면서 느낀 것은 '소꿉놀이'입니다.


어릴 때 동네에서 돌들을 주워다가 옆 통로, 윗집, 아랫집 모여서 바닥에 앉아서 돌들을 주워다가 나뭇잎, 꽃잎을 색깔마다 빻아서 돌에 얹어서 밥, 반찬, 국을 만들었다며 먹자고 놀던 '소꿉놀이'가 생각났습니다. 그 생각이 떠오르면서 혼자 흐뭇하게 웃으며 길을 걸었습니다. 힘든 마음이 전부 사라진 느낌입니다. 추억은 그런 마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3. 진정한 꽃밭입니다..

길을 가다가 발길을 멈추고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담벼락밑에 진짜 아름다운 꽃들만 모아서 지나가는 누군가가 보고 행복하도록 만들어준 '진정한 꽃밭' '진액만 모은 꽃밭'같았습니다. 너무너무 아름답고 이뻤습니다. 흐뭇한 미소가 계속 지어지면서 꽃들의 아름다움과 함께 꽃들이 지닌 각각의 색깔을 음미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그 아름다움이 극대화되는 것은 푸석푸석한 무채색의 흙과 거무튀튀한 담벼락이 두르고 있어서인 것 같습니다. 매일을 살면서 힘든 일, 고민이 겹쳐서 속상할 때가 많은데 그 덕분인지 담벼락 밑 꽃들, 추울 때 느끼는 햇살의 따스함이 '큰 감사'로 느껴지는 것도 그런 것 같습니다.



4. 제 속도를 지켜보세요..

달리기를 연습하면서 뛰다가 힘들어서 걷는 중이었습니다.



보다가 숨이 턱턱 막히는데 혼자서 웃고 무릎을 탁 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차량들이 '30킬로'로 달려줘야 동네 안전을 지켜줄 수 있다는 표지판이었습니다. 그걸 보면서 문득 생각난 것은 파란 하늘, 노랑꽃, 푸른 풀과 어우러진 표지판이었는데 마치 이런 말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30킬로 속도로 달리세요. 그래야 파란 하늘, 아름다운 꽃들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2. 마음에 감사 더하기


1. 우산꽂이가 감사를 떠올리게 하다..

저는 완벽주의자입니다. 일을 맡아서 진행하게 되면 잘 준비해서 일이 빈틈없이 진행되어 잘 마무리되는 것을 추구했습니다. 그렇게 끝나고 나면 그 일이 잘 끝난 것에 대해서 만족하며 또 다른 일을 해낼 힘이 생기고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지내는 것이 너무 행복하고 '살아있는 느낌'을 느껴서 그렇게만 지냈습니다.



그런데, 결혼하고 나서 저를 바라보다 보니 사실 완벽주의자가 아니었습니다. 빈틈이 많은데 보이고 싶지 않아서 꼼꼼히 채워서 보여주려고 늘 분주한 사람이었습니다. 느슨하게 살도록 내려놓다 보니 온통 구멍투성이인 것을 어느 날 알게 되었습니다. 빡빡하게 완벽한 처리를 추구하는 제가 자연스럽게 살아가도록 하기까지 기다려준 아내가 생각났습니다. 우산꽂이를 보니 그런 제 모습이 느껴졌습니다. 구멍투성이 저를 기다려주고 함께 살아주는 아내에게 '또 감사'를 느낀 시간이었습니다.



#3. 또 다른 시선


1. 밤과 낮..

밤이 멋있어서

중2 아들과 매주 일상생활에서 즐기고 찍은 사진을 주고받으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또 다른 시선'은 중2 아들이 매일을 살아가면서 저와 다른 시선으로 동일한 주변을 바라보는 것들에 대한 기록입니다.



첫 번째 사진은 밤이 멋있어서 찍었다고 합니다. 자세히 보니까 가로등과 가로등 불빛에 비쳐서 음양이 느껴지는 나뭇가지들의 조화로움이 아름다웠습니다. 아들의 시선 덕분에 밤하늘에서 아름다움을 느꼈습니다.



두 번째는 눈 내린 바닥이 배경화면 같아서 찍었다고 합니다. 눈 내린 날 퇴근길에 저는 제 시선에서 아름답거나 운치 있다고 느낀 것들을 찍어서 아이들과 나눈 시간이 있었습니다. 아들은 나름대로 자기의 시간에 자기만의 시선으로 '뽀도독'거리는 눈길을 걷다가 찍어놓았던 것입니다. 눈이 쌓인 나뭇가지, 거치된 자전거, 한쪽에 치워진 눈다발, 흩날리는 눈과 풍경, 건물을 바라보고 사진 찍었던 저와는 또 다른 시선이었습니다. 아들이 걷는 그 발바닥 아래, 그 눈길이 예술작품 같고 달나라 첫 발자국 같고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국 사이에서 자기의 발자국을 넣어가면서 일상을 살아가는 아들의 시간이 느껴지는 사진이었습니다.


오늘도 그렇게 한 주를 살아가고 아름다웠던 것을 잘 간직해 뒀다가 함께 나누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시간은 늘 제게 '토토즐'입니다. 이 시간을 약속 지키듯이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오! 이런 게 있군요!' '재밌네요.'라고 말씀하시면서 1초 재미를 느끼신 분들의 말씀 덕분에 이어서 하고 있습니다. 감사로 마무리해 봅니다.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사계절이 있어서 감사

깨알을 보다 보면 봄에 피는 꽃들과 싱그러움, 여름에 후드득 소리 내며 바람에 흔들리는 가로수와 다양한 나뭇잎들, 물거품을 잔뜩 일으키며 파도치는 푸른 바다, 묵직했던 나뭇잎을 다 털어내고 홀가분하게 내년을 준비하는 나무들, 세상의 모든 색깔을 하얗게 칠해주는 매직이 종종 일어나는 계절까지 가만히 앉아서 사계절 온갖 재미와 아름다움을 느끼는 지금 이 나라, 이 시간이 감사하게 느껴집니다.



깨알 같은 사물들이 바다 같은 인생을 보는 안경이 됩니다.

바닥에 놓인, 버려진 다양한 깨알들을 보다 보면 재미도 느끼지만 인생의 다양한 느낌을 얻는 시간도 많이 가지게 됩니다. 우산꽂이를 보면서 아내에 대한 감사를 경험하게 된 것도 그렇습니다. 점점 깨알은 소중하고 아름답습니다. 작은 깨알들이 주는 소소함이 일상의 잔잔함에 또 다른 삶의 매력을 더해주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복잡다단하게 일어나는 수많은 인생의 여정을 다방면으로 바라보는 기회를 제공해 줘서 아직도 참 좋습니다.



아들이 하늘과 땅을 보고 다니며 상상도 하고 지내서 감사합니다.

중2 아들은 함부로 상대하기 어려운 존재입니다. 그가 하는 말과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고 부모로서 함부로 혼내거나 마구잡이로 훈육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자신 스스로도 자기의 머릿속과 감정상태를 종잡을 수가 없음을 인정하는 것을 듣고 그 시기 자체를 인정해 주고 그를 자녀가 아니라 동행하는 인격체로 받아들이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 아들과 매주 일상에서 본 것들을 찍어서 나눠주는 것은 제게 '감사와 감동'이 큽니다. 제가 본 깨알이 건네준 '재미와 감사'의 100배입니다. 특히, 학원을 다니지 않아서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상당한데 그 와중에 하늘과 눈 내린 땅을 바라보면서 살고 있는 것이 낭만 있고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간이 감사이자 행복입니다.



깨알프로젝트는 가정의 회복과 저의 성숙을 위해 살아가는 주중(월~금)과 달리 일상 속에서 보이는 모든 것들에 대한 감상을 가장 편안한 마음에서 너무 가공하지 않은 '본 순간! 느낀 그 느낌!'을 소소하게 적어가는 시간이라서 제일 행복하고 편안합니다. 이 시간을 통해 더 빨리 고쳐나가야 한다면서 스스로 목표를 정해서 달리고 달리는 저에게 생수 한 병 손에 쥐어주면서 잠깐의 휴식을 스스로 제공하는 느낌이라서 매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읽어주시는 분들 덕분임을 한시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모든 것이 감사입니다.



항상 함께 행복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큰사람(by 바람 없이 연 날리는 남자 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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