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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vid Dec 03. 2020

항암과 함께, 다시 터널 속으로

후반전의 시작

 퇴원 후 한달 정도가 지나자, 몸에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서른 번도 넘게 다녔던 화장실이 열번 내외로 눈에 띄게 줄었다. 실제로 이 변화를 체감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지만, 분명히 화장실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되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바깥생활을 자유롭게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 정도의 변화만으로도 큰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것 같았다.


 병원에서 퇴원 후 한달 정도 후에 외래를 받기로 했다. 그리고 그 때에 항암을 시작하기로 했다. 대장암 3기로 판단을 받았기 때문에 몸에 남아있을 암세포의 전이를 막기 위해서는 치료를 해야한다고 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는 있었지만, 주변에 항암치료를 받아본 사람도 없고 비슷한 경험을 들은 바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치료에 대한 두려움은 전혀 없었다. 모르는 게 약이라고 했던가. 오로지 어떠한 치료라도 견딜테니 낫게만 해 달라고 기도했다. 그러던 중, 외래를 얼마 남기지 않고 아내가 자신이 찾은 글이라며 한 블로그를 보여주었다. 항암치료에 관한 경험이 실린 글이었다. 항암의 느낌과 얼마나 힘든 치료인지, 항암치료에 대한 부작용으로 얼마나 고생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아주 자세하게 나와있었다. 나도 이런 치료를 받아야 한다니. 치료기간동안 살이 많이 빠져 있는 환자의 사진이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겁이났다. 머리도 빠질 것이고, 피부도 검게 변할 것이다. 그 무엇보다도 걱정이 되었던 것은 바로 '구토'였다.


정말 구토를 하게 될까.


어떠한 느낌일까. 얼마 남지 않은 외래를 두고 내 걱정은 점점 더 심해져 갔다. 고통은 최악으로 시뮬레이션을 해 놓을 수록 실제 고통이 덜하다. 그러나 이 치료는 아예 감조차 오지 않는다. 항암은 어떤 느낌일까.


 외래 당일, 항암에 앞서 수술을 집도하셨던 외과의사선생님의 진료가 있었다. 수술 결과에 대해 설명을 해 주셨다.


 "잘 지냈습니까? 좀 어때요?"


 "잘 지내긴 하는데, 화장실을 너무 자주 갑니다."


 "그건 장을 절제해서 그래요. 절제한 장이 하던 역할을 곧 다른 부분이 하게 될겁니다. 시간이 좀 걸릴겁니다. 보통 2년 정도 걸립니다."


 수술하고 병실에서 뵐 때는 잘 몰랐는데, 오늘은 기분이 좋아보이신다. 한 번도 웃지 않으셨던 분인데, 오늘은 입가에 미소까지 띄고 계시는 것 같다.


 "수술 결과를 말씀드릴게요"


 "네..."


 대장암 3기. S결장 30cm절제. 발병 부위로부터 15cm 전후로 절제했음. 복강경 수술로 진행. 수술 중 배꼽 아랫쪽 신경을 모두 절제 후 다시 연결했음. 신경이 되살아 나지 않으면 발기 부전이 될 수 있음. 여기까지가 수술 후 내가 들은 내용이다. 뭔가 더 들어야 할 내용이 있을까.


 "수술은 잘 됐습니다. 우리가 대장암 3기로 판정을 했는데, 장을 절제하고 조직검사를 한 결과 림프절 전이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 네..."


 이게 무슨 말이지?


 "대장암 3기가 아니고 2기에요."


 "아! 네! 감사합니다."


 사실 기수가 차이가 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나는 잘 몰랐다. 그냥 기수가 낮을 수록 좋은 것인 것 같아서 좋았다.


 "보통 대장암은 2기면 항암을 하지 않는데, 환자는 아직 젊어서 세포활동이 왕성하니까 치료를 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쎄게는 하지 않고, 약하게 하는 걸로 하죠."


 항암에 대해서는 하기로 마음을 먹고 왔으니 달라질 것은 없었다. 오히려 기수가 낮아서 약하게 한다고 하니 더 안심이 되었다. 가장 힘들 것으로 마인트컨트롤도 하고 왔으니 겁날 것도 더 없었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수 차례 마치고 이번엔 종양내과를 찾았다. 몇 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의사선생님과 마주할 수 있었다. 별 큰 내용은 알려주지 않았다. 다만, 약하게 하기는 하겠지만 치료의 부작용으로 생식세포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머리도 빠지고 피부도 검게 변할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그리고는 주사실로 올라가서 주사 맞고 암환자 식단 등에 대한 교육을 따로 받고 가라고 하셨다.


  나와 우리 가족들은 모두 주사실로 올라갔다.


소독약 냄새가 층 전체에 퍼져있었다.


접수를 하고 기다린 끝에 이름이 호명되었다. 옆으로는 침대에 누워서 혹은 의자에 앉아서 링거를 맞고 있는 환자들이 대부분이었다. 하나같이 모자를 쓰고 있고, 기운이 없어보였다. 나도 저런 링거를 맞는건가? 내 예상은 틀렸다. 내가 앉아있는 테이블 앞에는 주사 세 개가 놓여져 있었다. 그냥 팔에 놓는 거라고 했다.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고 이 정도라면 별로 힘들지 않을 것 같았다. 주사를 모두 맞는 데에는 채 3분도 걸리지 않았다. 주사를 모두 맞고 주사실 밖으로 나왔다. 걱정어린 가족들의 눈빛에는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이 묻어있었다. 나는 전혀 힘들지 않았다. 느낌도 이상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암환자의 식단 교육을 받기 위해서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기다리지 않고 교육을 받으려는데, 몸이 약간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약간 졸린 느낌도  있었다.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사정없이 다리를 떨어댔다. 온 몸이 붕 뜨는 기분이었다. 뭔가 안에서 뜨거운 기운도 생기고 정신은 차리기가 힘든데 정확한 느낌을 알 수 없었다.이런 느낌을 30분 정도를 느껴야 했다. 그리고 30분 정도가 지나자 몸 안에 들어있던 악마의 기운이 빠져 나가는 것 같았다. 이게 항암 주사의 부작용이구나. 부작용의 느낌이 이런 것이구나. 힘들다는 느낌은 전혀 아니었다.


 그러나 뭔가 더러운. 그런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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