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maker운동을 보면 세상은 제조업을 하기 편하게 변해간다는 것이고 한국은' *제조업'에 강점이 있는 나라라는 것이다. 중국이 무섭게 따라오는 조선, 자동차, 반도체 모두 한국인이 가진 제조업의 강점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사업이다. 짧은 역사에 작은 시장으로 이렇게 빠르게 성장한 나라는 없다.
이 글은 한국에서 제조업을 시작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에게 린 스타트업이 가능하도록 제조업 전체의 뷰를 보여주기 위해서 그동안 조금씩 정리하였던 전문적인 내용을 최대한 가볍게 풀어놓은 것이다.
제조업에 근무하는 분들을 대상으로 했던 문턱 높은 생산 강의가 창업자들 대상으로 진행되면서 스스로 가볍게 다루는 방법이 생겼고 게다가 인터넷의 발달 및 open knowledge의 활성화로 쉽게 link를 가져다 쓸 수 있어서 수월하게 적는다. 그래도 필요한 개념을 챙기려 노력하겠다.
이 글은 두서없이 연재할 생각인데 (interactive라고 해두자) 다 읽고 나면 OEM, ODM 공장 가서 뭔 소린지 알아듣고 뭔 일부터 시켜야 하는지는 알 정도의 내공을 만들어 드리고 싶다. 혹시 질문, 댓글이 달리면 성실히 답하겠다.
*제조업이라는 것은 아이디어에서 실제 제품까지 복잡한 프로세스를 모두 거쳐 유형의 것들을 생산하는 행위를 일컫는 말이다. maker, engineering, manufacturing, production 여러 단어들이 있지만 개념적으로 구분해야 할 경우가 아니면 요즘 한창 뜨는 maker 또는 제조업이란 말로 풀어나가겠다.
심천 관광
그동안 적었던 글들이 무거워서 제조업에 대해 가벼운 이야깃 거리를 찾다가 벤처캐피털 대표님과 연말 저녁자리에서 심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심천이나 선전이나 Shēnzhèn이나 같은 동네다. 홍콩과 육로로 붙어있는 이 곳은 하드웨어의 성지라 불리며 많은 분들이 심천으로 투어를 떠난다. 무슨 협회에서 주관하고 어떤 전문회사에서 교육과 함께 떠나고 기관에서 인큐베이팅 회사들을 모아서 행사로 떠난다. 한참 불타오르던 실리콘밸리 투어와 데자뷔가 생긴다. 심천에서 들려올 남은 소식은 어느 산하기관 명의의 스타트업 지원 사무실 개소식일 것이다. 한국사람 머리에는 소프트웨어 성지 =실리콘밸리, 하드웨어 성지= 쉔젠이 된 것이다.
심천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신도시도 아니고 20년 이전에 상공인들이 진출하여 상공인협회를 구성한 인구 천삼백만 명의 큰 도시이다. 중국의 발전에 따라 십 년 전에 시내에 있던 수많은 임가공 공장 등은 외곽으로 이전되고 도심에는 이제 산업 디자인, 기구 설계와 전자회로 설계를 아웃소싱 할 수 있는 디자인 하우스와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는 소규모 제작소가 즐비하다. 한국과의 차이점은 숫자가 많고 인프라 이용 가격이 낮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점에 글로벌 하드웨어 엑셀러레이터인 헥셀러레이터(HAXLR8R), 하이웨이 1(Highway 1), 시드 스튜디오(SEEED) 가 심천에 본거지를 두고 인큐베이션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헬스케어 제품을 개발하는 BBB 덕분에 HAX가 유명하지만 하이웨이 운영사인 PCH International이 더 크다.
하드웨어 관련 인프라가 즐비하다고 했지만 막상 도심에 나가보면 테크노마트를 본떴다는 구형 상가건물부터 솟아오른 빌딩들만 스카이라인을 이루고 길가는 노상 판매원과 다양한 국적의 바이어들과 물건을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을 뿐이다. 시골장터같이 온갖 제품들이 늘어서 져 있을 모습은 기대하지 마시라.
물론 세계 최대 전자상가 밀집 지역인 화창베이(華强北)는 엄청난 규모이며 화창베이의 웹 사이트에서 글로벌로 물품이 구매 가능한 온라인 부품 마켓의 중심이다. 웹사이트에는 공급하는 판매상이나 제조사의 주소가 등록되어 있다.
일상으로 돌아가서 '패키지 관광'이란 것을 이야기해 보자. 여행에 서툰 분들은 낯선 여행지, 한정된 정보만 존재할 때 패키지 관광은 쉽게 온라인 광고에서 동네에서 팸플릿으로 접할 수 있는 상품이다. 초기 패키지 관광은 꽤 높은 가격이었지만 여행 경험이 쌓이고 공유되는 지금은 값싼 출혈 경쟁 패키지가 난무하고 있고 인터넷 예약이 활성화된 이후로는 자유여행이라는 상품까지 생겼다. 여행사 깃대만 보고 다니고 주어진 동선과 숙소로 버스로 포장되어 다니니 남는 건 사진이요 다음 여행은 돈을 더 주고 비싼 상품을 선택할 것인지 자유여행을 골라갈 것인지 고민을 가지고 오게 한다. 여행지에 한국인들이 몰려오기 시작하면 현지 교민이나 전문가들은 한 마디씩 하는 글을 적는다. 겉핧기로 알 수 없는 현지 정보나 안타까움과 마구 싸지르시는 한국인 이미지를 걱정하는 글들...
심천 관광 2박 3일 코스가 국적기로 육십만 원선(마사지가 1회 공짜다)이니 삼백만 원에 육박하는 심천 하드웨어 투어는 꽤 고급 content 산업이다. 심천을 꽤 비싼 가격의 패키지로 둘러보지만 이미 심천에 자리 잡은 스타트업들이 공통으로 이야기하는 문제는 실제 심천은 다녀가는 곳이 아니라 그곳의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곳인데 수많은 시행착오, 그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적다는 것이다. 지금 패키지 관광으로 다녀간 수백 개의 스타트업이 중국에서 성공적으로 시작하기란 글쎄...
천 개의 스타트업이 다녀 갈 시점에는 많은 정보와 경험이 공유되고 전문가들도 생겨서 이점을 충분히 활용할 것이다. 그 시간이 얼마나 짧아지는 지는 나라가 걱정할 문제고 지금 줄 서 있는 당신은 당장 어디서 무엇을 해야 하나 가 막막한 상황이다. 그러니까 비싼 패키지 관광이라도 따라가?
심천의 제조기반을 이용해서 사업을 시작하실 분들이라면 홍콩, 심천 각지에서 주기적으로 열리는 관련 산업전시회를 먼저 둘러보시길 추천한다. 많은 제품을 둘러보아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고 당신의 아이디어를 제품화해줄 업체를 찾을 지도 모른다. 전시회는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할 수 있는 장소이고 어떤 질문과 요청에도 대응하며 미팅을 꺼려하지 않는다. 한 번에 둘러보며 여러 업체를 비교하고 때론 경쟁제품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심드렁하게 그들의 장점과 단점을 이야기해주기도 한다.
심천 하드웨어 투어가 불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니 회삿돈, 개인 돈 유용하게 쓰는 단계를 말씀드리는 것이다. 근데 무슨 지원사업이니 혹은 모집이나 심천 패키지 관광 돈이 공짜라고? 그럼 나도 데려가 주세요
전시회를 알아보는 방법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창업지원단체에서 여러 지원 프로그램들이 있긴 한데 전시정보와 지난 전시사업보고를 훑어보고 싶으면 아래 두 가지 사이트는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 소개하겠다. 지난 전시사업보고는 수박 겉 핥아주시지만 기사 검색해서 읽는 것보다는 일목요연하다. 하나는 코트라 중국 전시정보, 하나는 글로벌 전시포털 국내외 전시정보를 하나로 만든 포탈로 여기서도 코트라 지원사업을 링크해놨다.
마찬가지로 전시회 투어를 전문적으로 하는 관광 여행사들도 많다. 전시회는 아시다시피 성수기라 가까운 3성급 호텔도 오지게 비싸지는 시기라 보통 두세 배의 가격이다. 그래서 패키지는 외곽에 숙소를 잡고 버스로 나르고 현지 유학생이나 눌러앉은 관광가이드를 붙여서 돌며 가까운 관광지 투어도 포함되어 있다.
국내 창업자들에게 유용한 심천의 지리적, 산업적인 정보는 점점 많아질 것이고 구글링을 통해서 쉽게 검색되어질 것이다.(키워드는 #심천 #하드웨어 두 가지!!) 지금도 구글, 바이두에서 검색해서 심천의 OEM, ODM 회사를 연락하면 적극적으로 사업 모델을 물어보며 미팅을 제안한다.
"심천 공장의 가장 큰 특징은 시작품만 가져오면 디자인부터 양산까지 모든 공정을 다 지원/생산해준다. 아이디어만 가지고 오면 설계 디자인에서 양산까지 다 해준다"
아이디어만, 시작품만 가지고 가면 내가 생각하던 것, 경쟁력 있는 제품들이 저절로 만들어져 나올까? 정답은 아니올시다. '구체화되지 못한' 초기 제품을 가지고 중국이든 국내든 제작업소를 돌아서 나온 제품이 상품성도 제품 성도 양산성 어느 하나도 제대로 충족하지 못한 채 생산하기 위해서 시간과 비용을 소비하는 수많은 창업자들이 존재한다. 내가 무엇을 만들 것인가에 대해서 구체화할수록 실패할 확률이 낮아진다. 꿈에서도 천연색으로 3D로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제품이 눈에 보여야 한다. 그다음엔 해외 소싱을 위해서 유창한 중국어나 영어를 해야만 할까?
이 글은 심천뿐 아니라 베트남에 가서라도 제조업을 시작하고 자 하는 분들의 기본 근육을 키우는데 도움을 주려 적는 글이다. OEM공장 가서 뭔 소린지 알아듣고 뭔 일부터 시켜야 하는지는 알 정도의 내공. 자유여행 고수는 유럽이든 동남아든 구석구석 찾아다니는 '방법'을 보유하고 있지 않나!
나는 무엇을 만드려 하는가
창업자들에게 물어보면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제품이 무엇인가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놀랍지 않은가? 각종 전자부품과 기구물들이 들어가서 동작하는 제품인지 디자인과 재질만으로 쉽게 형태를 가늠하고 테스트가 가능한 제품인지 전자부품은 단순 온오프 스위치로 작동되는 것인지 사용자의 환경을 고려한 여러 소프트웨어들이 어떻게 탑재되어야 하는지 물어보기 시작하면 눈동자가 흔들리는 창업자들이 많다.
그들의 여정
각종 지원사업, 교육을 이수하였다 하더라도 제조업을 꿈꾸는 창업자들에게 필수적인 내용은 교육구성도 되어 있지를 않고 필요정보 또한 전달이 안 되는 것 같다. 각종 과정을 거쳐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였다고 하더라도 만들어 볼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는 힘들어하는 실정이다.
국내에도 중소 규모의 제작사들이 꽤 많다. 유창한 중국어나 영어를 하지 않더라도 의사소통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내공을 가진 업체들. 양산 제품을 만들면서 외부 프로젝트의 시제품을 제작하는 곳, 시제품만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곳, 제품 제작 생산 컨설팅을 하는 곳 등 다양한 성격의 회사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이런 업체들의 정보를 한 곳에서 볼 수 있기는 쉽지가 않다. 중소기업청의 창업온라인지원시스템에서 현재 1347개의 시제품 제작업체 리스트에서 볼 수는 있는데 각 제작공간에서 제작할 수 있는 제품의 수준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리스트는 전화번호부일 뿐이다. 홈페이지에 있는 모델링, 시제품 사진에 속지 마시길 바란다. 이 업체들 중 몇 개나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똑같이 중소기업청에서 주관하는 시스템인데 창업진흥원에서 만든 사이트에는 213개 업체가 있다. 뭐가 뭔지는 아무도 모른다. 두개의 차이를 아는 사람은 댓글로 알려줘라. 세운상가 가면 졸업작품 만들어주시는 장인들도 계시다. 장인 손길을 빌어 창업지원금 과제를 수령하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고
제작사에 바로 가기 전에 스스로 자신의 제품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제작 공간'이 필요한 분들도 계실 것이다. 3D 프린터, 레이저 컷팅 등의 장비가 구성되어 있는 공간. 최근 이러한 공간들이 DIY와 창업의 확대로 민간에서도 하나씩 생겨나고 있다. 또한 최근 창업 정책에 따라 공공에서 지원하는 제작 공간들이 많다. 제작사보다 저렴하게 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 공공 제작 공간의 경우 운영을 주관하는 곳이 어딘지도 알기 어렵고, 각 공간 명칭도 제각각이어서 나도 헷갈리는 실정이다.
공공 제작 공간의 경우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장비 목록은 '주요 장비 리스트' 정도 인 것 같고 장비 이름만 봐서는 가공 수준을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어느 기사에 "정부 산하 기관에서 운영하는 한 제작 공간의 경우 총 5명의 담당자와 돌아가며 통화를 했지만 결국 장비에 대한 정보는 들을 수가 없었다. 연락처와 홈페이지 주소를 알아도 자사의 시제품을 어느 수준까지 만들어볼 수 있는지 알기가 어려우니 일일이 방문해야 하는 수고를 피할 수 없다."라고 하더라. 우리 회사에서도 양산 제품의 기능 테스트를 할 경우 장비가 비싸서 공공망의 장비활용 서비스를 찾는 경우가 있는데 찾기도 힘들고 찾았다고 하더라도 장비에 대한 스펙은 아쉬운 내가 더 찾아봐야 하고 사용법도 내가 공부해서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창업자들은 더 힘들 것 같다. 참 먹고살기 힘들다.
민간이든 공공이던 제작 공간은 기기를 일정 시간 임대하여 사용할 수만 있는 곳 또는 전문 테크니션이 작업을 도와주는 곳으로 크게 나눌 수 있겠다. 자신이 이용하고자 하는 공간이 보유한 장비는 무엇이며 지원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 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테크샵, 팹랩, 해커스페이스와 같은 해외 브랜드의 경우, 홈페이지를 통해 각 지점의 위치와 보유 장비 현황 등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고 전문 제작자, 상담이 충분히 이루어진다고 한다.(나도 모른다 이용 안 해봐서)
많이 부럽다. 그런데 이제 3년 차니까 좀 더 기다리고 우주의 기운을 받으면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공동 제작공 간만 있다고 최신장비만 있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콘셉트는 있고, 프로토타입까지는 대충 만들 수 있는데 그다음 단계 수준의 고급 제품을 제작 가능한 능력이나 협력체계를 가진 창업자들은 극소수이다. 이 전문 제작자를 찾는 게 정말 힘들거든. 창업경진대회나 교육에서 만난 같은 창업 동기? 에게 기술개발 의뢰하다가 그분이 돈 받고 잠수 타시는 훈훈한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그래서 뜻깊은 분들이 스타트업과 전문 제작자와 연결까지 시켜주는 포탈을 만들자고 주장하는데... 이게 중기청에서 원래 하려고 했던 것이고... 그럼 전문 제작자는 어디까지가 전문 제작자냐 왜 이 사람들은 리스트에서 검색이 안되는 거냐라는 이야기로 돌고 돌고
나는 제조업일까 아닐까
제조업을 하기 위해서는 공장이 필요로 할까? 나는 나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최적의 생산방법으로 소비자에게 최고의 상품을 공급하고 있는데 나는 공장이 없다는 이유로 제조업 종이 아니라고 한다.
법인을 창업하면 등기부등본이라는 것이 발생되는데 이것은 일종의 출생신고로 개인의 주민등록등본과 같은 것이다. 이러한 출생신고만으로 사업을 할 수가 없다. 사업이라는 것은 마치 운전면허와 같은 것이라서 일정의 조건에 도달하지 않으면 사업자등록증을 발급해 주지 않는다. 허가업종이나 금융이나 건설 등 특수한 규모의 사업이 아니라면 대부분 쉽게 사업자등록증을 교부받고 사업을 시작하게 되는데 제조업의 경우에는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점이 있다. 사업자 등록은 관할 세무서에서 하게 되는데 제조업이라는 것을 등록하려면 돌아오는 질문이 공장이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서울과 같은 공장에 대해 민감한 지역이라면 반드시 물어보는 질문이다. 제조업이 명기된 사업자등록증이 필요한 경우라면 대부분 공장을 보유한 업체와 위탁생산에 관한 계약을 맺고 이를 근거로 제조업으로 등록을 하면 된다.
형식적으로 사업자등록증에 제조업까지 명기하였으니 나는 제조업일까 아닐까?
이 물음을 던지고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