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번역본이 수십 가지인데, 뭘 읽어야 할까?

2화 “킹제임스 성경만 완전하다”라는 주장이 왜 위험한가

by 허두영

성경을 읽으려 하면 오히려 망설여질 때가 있다. 앱과 서점에는 번역본이 많고, 누군가는 “이 성경만 완전하다”라고 말하며 다른 번역을 의심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문제의 핵심은 번역본의 숫자가 아니다. 성도에게 단번에 주신 믿음을 무엇으로 지키느냐의 문제다. 유다서 3절은 “단번에 주신 믿음”을 위해 힘써 싸우라고 말한다. 여기서 싸움은 사람을 공격하라는 말이 아니라, 성도를 흔드는 왜곡된 성경관과 맞서라는 분별의 요청이다.


번역의 차이와 믿음의 본질은 다른 문제다


기독교가 말하는 성경의 권위는 특정 번역본에 있지 않다. 하나님이 주신 계시, 곧 원전에 있다. 번역본은 그 계시를 각 언어로 옮긴 결과물에 불과하다. 따라서 번역본이 다르다는 이유로 진리가 흔들린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번역의 차이는 대부분 표현 방식과 번역 원칙의 차이이지, 복음의 본질을 바꾸는 차이가 아니다.


문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어떤 번역본만 정확무오하며 다른 성경은 보면 안 된다는 주장으로 굳어질 때 발생한다. 이 순간 성경 읽기는 이해의 통로가 아니라 불안과 배제의 도구가 된다. 성경을 더 잘 믿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경 앞에서 성도를 위축시키는 신앙이 된다.


“킹제임스 성경만 완전하다”라는 주장이 왜 위험한가


이 지점에서 한국교회가 분명히 선을 그은 사례가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는 사랑침례교회 정동수 씨를 이단으로 규정했다. 이유는 단순히 특정 번역을 선호했기 때문이 아니다. 번역본을 원전의 자리로 격상시키고, 그 결과 다른 성경을 불신·배척하게 만들며 교회에 혼동과 분열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고신 총회 역시 교류 자제와 참여 금지를 결의하며 같은 우려를 표했다.


핵심 논리는 분명하다. 기독교가 말하는 ‘정확무오’는 번역본이 아니라 자필 원본에 대한 교리다. 이를 번역본에 적용하는 순간, 계시는 사도 시대가 아니라 특정 언어·특정 시점의 번역에서 완성된 것처럼 왜곡된다. 그래서 미국의 보수적 침례교 진영 내부에서도, “어떤 번역본이든 영감되었고 원본과 동급이다”라는 관념을 새로운 이단으로 규정하며 배격해 왔다.


유다서가 말한 “단번에 주신 믿음”을 지키는 싸움이란 바로 이것이다. 특정 번역을 사랑하는 수준을 넘어, 번역본을 절대화하거나 다른 성경을 악마화하는 흐름과 싸우는 것이다. 이것은 학문적 논쟁이 아니라, 성도를 보호하기 위한 교회의 책임이다.


무엇을 기준으로 읽어야 할까


한국교회는 대체로 개역개정을 공용 성경으로 사용한다. 동시에 지금도 개역한글을 계속 사용하는 교회들이 있다. 이는 시대에 뒤처져서가 아니라, 오랜 예배 언어와 암송 전통, 문체의 엄숙함을 공동체가 존중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번역을 쓰느냐가 아니라, 어느 번역도 유일무오로 절대화하지 않는 태도다.


가장 건강한 방식은 공예배에서는 교회가 선택한 공용 성경을 존중하고, 개인 묵상에서는 비교 읽기를 통해 이해를 넓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시편이나 잠언을 읽을 때는 개역개정이나 개역한글로 본문의 뼈대를 잡고, 현대어성경처럼 풀어쓴 번역으로 문맥과 감정을 확인하면 이해가 깊어진다. 바울서신처럼 논리가 복잡한 본문은 개역개정으로 구조를 붙잡고, 쉬운 번역으로 문장 연결을 확인하면 메시지가 또렷해진다.


이 번역이 내 취향에 맞느냐가 아니라, 비교를 통해 본문이 말하는 복음 즉,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이 더 분명해지느냐다. 번역 비교는 진리를 상대화하는 행위가 아니라, 내 해석을 점검하며 말씀 앞에 더 겸손히 서는 훈련이다.


성경의 권위는 특정 번역본에 있지 않고 하나님이 주신 계시에 있다. 번역본은 서로 싸울 무기가 아니라, 하나님 말씀을 더 깊이 이해하도록 돕는 도구다. 그리고 교회는 “우리만 조용히 잘 믿자”에서 멈추는 공동체가 아니라, 성도에게 단번에 주신 믿음을 지키기 위해 혼동과 왜곡에 맞서 분별하는 공동체여야 한다. 이것이 오늘날 성경 번역 논쟁 속에서 교회가 감당해야 할 진짜 싸움이다.


허두영 작가


현) 인천성산교회 안수집사, 청년부 교사

현) 데이비드스톤 대표이사 / 요즘것들연구소 소장


인천성산교회 홈페이지: http://isungs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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