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칼리 Jan 11. 2024

수치심 해부학: 부족한 나를 사랑하는 법







요즘 인기있는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 보셨나요? 흔한 타임슬립 드라마에 제목도 촌스럽다 여겼져 기대가 없었어요. 그러다 은퇴를 부르는 이이경의 연기라는 영상을 보고 궁금해서 보기 시작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맛깔나고 현실에서 흔히 있는 갈등을 다루어 빨려들어가듯 보게 되었어요.


학폭을 다룬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동창회인줄 모르고 절친과 식사자리라 여기고 나갔던 곳에서 고통스런 과거를 만나게 됩니다자신을 왕따시켰던 친구들이 당당히 나와 있었거든요. 동창회 플랜카드를 보는 순간 학창시절에 온갖 모욕과 수모를 겪었던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칩니다. 왕따는 한마디로, 수치심을 자극하는 일입니다. 과거를 떠올리기만 했는데도 그녀는 움츠리고 잔뜩 긴장되어보였습니다. 그녀의 몸짓과 자세만으로도 그때의 귤욕감과 비참함이 화면 밖까지 진동했습니다. 




그 누구도 아닌 나다움으로 빛나고 싶다면 반드시 알아야 할 감정이 '수치심'입니다. 쑥쑥 자라는 몸의 성장속도만큼 마음도 성장해 진정한 어른이 되려면 반드시 자세히 알았어야 할 감정입니다. 결혼을 하고 애를 낳아야 어른이 아닙니다. 수치심을 알아야 어른이란 자격이 붙습니다. 이토록 중요한 걸 우린 초등학교때 배우지 않았을까요? 어쩌면 일부러 안 가르쳐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연연하는 이유?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 불필요한 애씀을 반복하고, 눈 밖에 나 소외될까 불안하고, 거짓 겸손으로 나를 치장하여 생존전략으로 쓰고, 나를 부족하고 모자란 사람으로 바라보는 자기검열.. 이 모든 것은 어디서 오는걸까요? 궁금하지 않으세요? 많은 사람들이 자존감 프레임에서 이걸 해석하려 듭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인격이 높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그렇지 않다는 근거없는 자동해석기를 돌립니다. 

사실 이면에는 '수치심'이 활화산처럼 역동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수치심에 대해 필수로 알아야 할 5가지는 이겁니다.

1. 수치심이 무엇인가.                                 ----->  수치심의 정체파악하기

2. 수치심이 어떻게 작동하는가                    ------> 작동법 파악하기 

3. 수치심이 작동하는 신호는 무엇인가          ------> 작동 전 예비신호 파악하기

4. 수치심이 미치는 영향력은 어떠한가          -----> 얼마나 파괴적인지 파악하기 

5. 수치심 사로잡히더라도 빠르게 회복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 ‘수치심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방법 활용하기











심리 전문가 브레네 브라운은 수치심이란 개인이 해결해야 할 자존감 문제로만 치부할 게 아니라 

수치심을 이용하는 사회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말 잘듣는 착한 아이여야지.'

'남자가 말야. 이딴 일에 삐지냐.'

'여자가 집에 가서 밥이나 하지. 왜 기여나와서 차를 운전해. 짜증나'

'나잇값이나 해라. 나이쳐먹어서 뭐하는 짓이냐'

모두 수치심을 건들여 상대를 짓누르려는 의도가 숨어 있습니다.

수치심을 느낀 사람은 순간 힘을 읽어버립니다. 힘쎈 장사인 삼손이 머리카락이 잘리자 마자 힘을 잃어버린 것처럼요. 우리의 무의식적은 이걸 아주 아주 잘 알고 있어요. 사람을 조종하려면 두려움과 수치심을 자극해야 한다는 걸요. 그리고 대부분 이를 무기로 능숙하게 활용하며 삽니다. 






부부나 오랜 연인처럼 서로의 취약점을 낱낱이 하는 사람끼리 싸움 붙으면 매우 치명적입니다.  왜냐면 수치심을 어떻게 자극해야 할지 세밀하게 알기 때문이죠. 가장 여리고 예민한 지점을 가장 날카롭게 가격합니다. 대부분 파탄나는 관계의 공통점은 싸울 때 수치심을 반복해 자극한다는 거에요. 수치심은 영혼을 무너뜨리고 생명을 앗아가는 일이니까요. 


남 이야기 할 것도 없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오래된 분노버튼이 눌리면 고통스럽고 속상합니다. '내가 너무 속상하고 마음이 아파.'라고 표현하면 지는 싸움같아 공격을 택합니다. 사랑으로 이어진 연인과 배우자는 지고 이기는 싸움의 대상이 아닌데 화가 나면 잊어버립니다. 순간 무참히 굴복시킬 정복할 대상이 되어버리죠. 그리고 상대도 나와 같은 고통을 느끼게 하려고 혼신의 힘을 다합니다. 이때 수치심이란 독묻은 칼을 쉬이 휘두르게 됩니다.

저도 아차싶었습니다. 반복되는 갈등 속에서 제가 쓰던 무기가 무엇인지를 뒤늦게 알아차렸습니다.


'아.... 내가 이러고 있었구나.' 


이전에는 이번엔 칼날을 내게로 돌려 수치심을 느꼈을 거에요. 이제는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내가 얼마나 아팠으면 그랬을까? 그리고 잘잘못을 떠나 상대방 또한 얼마나 아팠을까?' 칼날 끝방향만 바꿔 너와 나를 위협하는 감정 악순환에 빠지기보다 이해를 선택했어요. 뒤늦게나마 말이죠.


우린 누군가를 수치스럽고 부끄럽게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려는 욕망이 있습니다. 공포정치처럼 겉으로는 효과적입니다. 결과가 빨리 나오니까요. 그런데 과연 해결된 게 맞을까요? 사실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였어요. 마치 마약 중독처럼 수치심이란 무기를 써서 문제를 해결하다보면 이 무기 말고는 다른 걸 쓰지 못합니다. 그러니 이 무기를 드는 순간을 알아차려야겠습니다.




수치심이란 게임에서 한 발자욱 물러선다면 그곳엔 무엇이 있을까요? 자존감 높다 낮다 점수평가에서 자유로운 나가 그곳에 있습니다. 진정한 나다움이 그곳에 있습니다. 진정한 이완도 여기서 피어납니다. 








#마음챙김 #수치심 #자존감 #이완 

작가의 이전글 웰커밍 잠, 굿바이 통증에 반드시 필요한 이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