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교양 만화가 기후위기를 다루는 방법

by 최기현

1.

올해 여름은 여느 해보다 유난히 더운 날씨 때문에 모두가 고생했다. 낮에는 연일 35도를 넘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렸고, 밤에는 열대야 때문에 숙면에 들지 못하고 뒤척이며 지쳐갔다. 입추가 되면 더위가 자연스레 사라질 것으로 여긴 사람들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추석이 되어도 더운 것은 마찬가지였다. 여름에 연례적으로 우리나라를 찾아왔던 태풍은 하나도 오지 않고 모두 옆 나라로 비켜나갔다. 앞으로 가을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그냥 웃어넘기기 어려웠다. 어떤 이유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기후위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라는 것에 누구나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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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가 비정상적으로 변하고 내가 사는 지구가 망가져 간다는 것을 한 마디로 ‘기후위기’라고 부른다. 기후위기는 좀 특이한 존재다. 뉴스나 다큐멘터리에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접할 때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가지고 살아가듯 불안함을 느끼지만 신기하게도 이런 불안함은 잠시뿐이다. 조금만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금세 잊어버린다. 기후위기라는 전 지구적 문제 앞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당장 먹고사는 일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기후위기가 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은 아닐까? 그러나 기후위기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나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올해 우리 모두가 경험했다.


2.

만화에서 기후위기를 다루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기후위기를 작품의 시공간으로 삼는 방식이다. 이런 만화는 기후위기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과 등장인물의 갈등을 주요하게 다룬다. 기후위기는 작품의 배경으로 설정된다.


또 다른 하나는 직접적으로 기후위기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 그 심각성을 독자에게 알리는 방식이다. 그러면서 만화를 읽는 독자의 인식 변화 또는 행동 변화를 촉구한다. 오늘 소개하려는 지식교양 만화는 전자보다 후자에 가깝다.


만화는 작가의 의도를 글보다 훨씬 직관적으로 독자에게 전달한다. 지식교양 만화는 복잡한 과학적 개념을 글로 구성한 자료보다 쉽고 재미있게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기후위기와 관련된 과학적 원리나 통계 자료가 일반 독자에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지만, 만화는 이를 시각화하여 스토리텔링을 통해 풀어낸다. 예를 들어, 온실가스의 작용 원리를 설명할 때 온실 속 식물들을 보여주거나, 지구 온도 상승 그래프를 올라가는 계단으로 표현하는 등 직관적으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학습만화도 지식정보 만화로 본다.


요즘 어린이들에게 《Why 시리즈》나 《살아남기 시리즈》가 인기다. 가끔 자녀 곁에서 학습만화를 같이 읽을 때가 있는데, 초등학생이 과학적 지식을 쉽게 습득한다는 점에서 확실히 도움이 되기도 한다. 책에서 읽은 내용을 나에게 말할 때면 ‘얘가 뭘 알긴 아나보다’ 싶어 부모로서 안심이 된다. 학습만화는 정확한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에 전문가의 감수가 함께한다는 특징도 있다. 기후위기로 인한 디스토피아를 배경으로 삼는 만화와 지식교양 만화는 이런 점에서 명확하게 차이가 있다.


지식교양 만화가 갖는 한계도 분명히 있다. 지식과 정보를 만화로 풀어내다 보니 전문적 지식과 스토리텔링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너무 정보를 전달하는데 치우치면 재미가 떨어질 수 있고, 반대로 재미를 강조하다 보면 정보가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만화의 특성상 복잡한 데이터나 세부적인 연구 결과를 충분히 다루기 어렵다는 점도 있다. 기후위기는 한두 가지 요인으로 발생하는 현상이 아니다. 복잡다양한 요인이 얽힌 문제를 단순화하여 표현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정보가 누락될 수 있다. 기후위기를 다루는 많은 작품이 생활 속 개인의 실천으로 귀결된다는 것도 여전히 구조적인 한계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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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후위기를 다루는 지식교양 만화를 살펴보자. 먼저 소개할 만화는 <만화로 보는 기후변화의 거의 모든 것>(필리프 스콰르조니, 2015)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기후변화에 관한 꽤 많은 정보를 담은 작품이다. ‘모든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것’이라고 지은 것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정말 다양한 지식을 다루었다는 일종의 자신감이 느껴지면서 동시에 학문적 겸손함도 엿보인다. 만화 속 대부분의 컷을 상반신이 나오는 미디엄 쇼트로 연출되어 한 편의 다큐멘터리 속 인터뷰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기후위기와 관련한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글밥이 꽤 많다. 읽다 보면 재미보다는 압도적인 정보에 독자가 부담을 느끼며 지루해질 수 있다. 저자가 프랑스인이기 때문에 유럽을 중심으로 기후위기를 풀어냈는데, 그래서인지 예시나 사례가 체감적으로 잘 다가오지 않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 작품은 기후위기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지식교양 만화의 FM으로 꼽을 수 있는 만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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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살펴볼 책은 <기후위기 인간>(구희, 2023)이다. 표지에는 책을 펴놓고 엎드린 채 “나의 실천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혼잣말을 하는 한 사람이 등장한다. 여기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기후위기와 생활 속 개인의 실천을 연결한 점이 이 만화의 특징이다. 앞에서 소개한 <만화로 보는 기후변화의 거의 모든 것>처럼 이 작품 역시 기후위기에 관한 많은 정보를 담았다. 기후위기를 최대한 늦추기 위해 생활 속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보여주며 독자의 행동 변화를 촉구한다. 물론 작가는 생활 속 개인의 노력이 산업의 영역에서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것보다 극히 미미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기후위기가 초래할 불안감만을 전달하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한다는 점이 조그마한 희망의 씨앗 또는 희망의 가능성을 독자에게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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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노블이지만 <기후에 관한 새로운 시선>(엠마, 2022)도 지식교양 만화로 볼만하다. 산업혁명부터 시작해 역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는 과정을 설명한 것이 인상적이다. 앞의 두 작품과 마찬가지로 기후위기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제시하지만, 차이를 보이는 점은 독자의 행동을 촉구하는 부분이다. <기후위기 인간>의 결론이 생활 속 개인적 실천을 강조한다면, <기후에 관한 새로운 시선>은 개인의 실천이 갖는 한계를 지적하며, 더 나아가 연합을 기반으로 한 집단적인 행동을 권고한다. 다시 말해 사회적 참여로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필요할 경우 환경운동에 직접 참여하라고 적극적으로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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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교양 만화를 포함하여 기후위기를 다룬 작품을 더 알고 싶은 독자에게 홈통만화연구실이 발간한 <문화다양성 추천만화 vol.2 기후위기 시대 : 자연과 인간>을 추천한다. 만화연구가, 칼럼니스트, 평론가 등으로 구성된 홈통만화연구실은 그동안 성소수자, 기후위기, 디아스포라 등 문화다양성과 관련한 만화를 발굴하고 추천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문화다양성 추천만화 vol.2>는 기후위기를 주제로 다룬 만화 19권을 골라 리뷰하였으며 무료로 다운로드 할 수 있다. 아마 기후위기에 관심이 많은 독자의 궁금증을 충분히 채워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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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요즘 평소보다 많이 걷는 편이다. 날씨가 선선해진 이유도 있지만 직장에서 사회공헌 활동으로 참여하는 빅워크 프로젝트 때문이다. 자신이 걸은 만큼 그 걸음 수를 환경 캠페인에 기부하는 1개월 프로젝트다. 아직 1주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꽤 많은 직원이 참여한다. 좋은 일에 동참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사실 참여를 독려하는 동인은 바로 인센티브다. 최종 결과 10등 안에 들면 치킨을 받는다는 것 때문에 사무실 내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하다. 기회 있을 때마다 동료들에게 위에 언급한 만화를 소개하는데 무척 반응이 좋다. 지식과 실천이 만나면 시너지가 생긴다.


<2025 트렌드 코리아>가 선정한 10개의 키워드 중 하나가 ‘기후감수성’이다. 기후감수성은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것을 뜻한다. 여기에 개인적 실천을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사례들이 보인다. 서울특별시에서 운영하는 ‘기후동행카드’가 대표적이다. 기후동행카드는 월 6만 5천 원으로 지하철, 버스, 따릉이 등 서울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카드이다. 운영 70일 만에 100만 장이 판매되었고, 4개월 10만 대 승용차 이용을 줄여 온실가스 9,000여 톤의 감축 효과를 내기도 했다. 매년 발간되는 <트렌드 코리아>는 대한민국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역할을 한다. 올해 키워드로 기후감수성이 선정되었다는 것은 기후위기에 이미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인센티브의 제공은 구성원의 관심을 참여로 연결시키는 좋은 방법이다.


기상관측 사상 최악의 더위로 꼽히는 해는 1994년과 2018년이었다. 기후 변화를 연구하는 광주과학기술원 윤진호 교수는 점점 짧아지는 폭염의 주기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1994년 이후 최악의 폭염으로 기록된 2018년까지 걸린 시간은 24년이다. 2018년과 비슷한 2024년 폭염은 겨우 6년 만에 발생했으며 이는 산술적으로만 보면 4배 빠른 속도이다. 전 세계가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2030년 이후부터는 매년 폭염 기록이 깨지는 '뉴 노멀'이 시작될 수도 있다고 한다.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이느냐에 따라, 뉴 노멀의 등장 시기가 상당히 늦춰지거나 아예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도 함께 발표했다.


올해 우리는 극심한 무더위를 겪었다. 이런 더위가 올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년 더 심해진다면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기후에 관한 새로운 시선>에서 언급되었듯이 산업혁명에서 시작된 지구 온난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정말 만화 속에서만 나오는 것으로 생각했던 디스토피아를 나의 자녀가, 아니 당장 나부터 경험할지도 모른다. 지식교양 만화를 읽고 기후위기의 생활 속 개인의 실천이든지 환경운동에 참여하든지 행동하는 것은 결국 독자의 몫이다.


부디 내년 여름은 이렇게 덥지 않기를 기대하며.



[링크] 홈통만화연구실, <문화다양성 추천만화 vol.2 기후위기 시대 : 자연과 인간>

https://m.blog.naver.com/hometong2020/223369202790


위클리툰 2024.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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