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양들의 침묵>
<양들의 침묵>은 오래전에 개봉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영화 자체가 가진 힘이 대단해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는 독특한 여운을 남기는데요, 특히 제목 <양들의 침묵>은 처음 영화를 접한 사람들에게는 영화 내용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는 영화를 깔끔하게 완성시켜주는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매우 잘 만들어진 제목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영화의 큰 틀이 FBI 수습 요원의 연쇄살인범 수사기임에도 불구하고, 영화에서 진정으로 말하고 싶은 주제는 제목을 통해 주인공 '스털링'의 수사기보다는 내면의 성장임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고요.
영화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수사 과정 안에서 FBI 수습 요원이자 여성으로서 '스털링'이 겪는 여성 혐오에 대해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때로는 너무 사실적이라 화가 날 지경이기도 해요. 능력보다 외모를 높게 평가하는 '칠튼'의 대사나 상사의 호의를 성적으로 해석하는 '한니발 렉터 박사'의 모습 등은 남자 수습 요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다시피, 영화는 '스털링'의 성장에 더 큰 방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이에 주목하셔서 영화를 감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양들의 침묵>은 FBI 수습요원으로 등장하는 '스털링'의 성장기를 다룬 영화입니다. '스털링'의 성장은 내면과 외면에서 모두 보이는데요, 특히 어린 시절 겪었던 트라우마로 인해 멈춘 내면의 성장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외면의 성장의 경우 내면의 성장에 비해서는 비중을 크게 다루고 있진 않지만, FBI 수습 요원에 불과했던 '스털링'이 수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나가면서 영화 마지막에는 수습 요원에서 벗어나는 것을 성장의 한 부분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하고 엽기적인 수사 과정을 통해 주인공의 내외면의 성장을 영화 스토리 전반에 녹여냈다는 점에서 <양들의 침묵>은 아주 섬세한 영화라고 볼 수 있는데요, 성장 영화를 좋아하시지 않는 분들이라도 일단 영화를 시작하시면 이 영화의 독특한 문법에 큰 매력을 느끼실 수 있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범죄 수사 과정을 다룬 영화이다 보니, 수사에 집중하는 '스털링'의 존재보다는 자극적인 행태를 보이는 범죄자들의 모습이 훨씬 주목받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짧은 시간 등장하는 '한니발 렉터 박사'의 경우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아 이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한 많은 시리즈들이 만들어지기도 했고요. 그러나 <양들의 침묵>에서만큼은 이 영화를 만들어나가는 사람이 '스털링'임이 제목에서부터 확실하게 드러납니다. '스털링'은 어린 시절 겪었던 트라우마 때문에 양들의 비명 소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인물인데요, 연쇄살인범을 수사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내면의 트라우마를 인정하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동시에 그려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목 <양들의 침묵>은 '스털링'을 괴롭히던 트라우마가 마침내 잠잠해졌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제목이 영화의 은근했던 메시지를 공공연하게 마무리 짓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 독특한 여운이 남아요. 제목이 '나방의 변태'나 '화려한 외출'과 같은 느낌의 범죄자들의 이야기가 아닌 '양들의 침묵'임에 주목한다면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들의 침묵>은 범죄자들의 행태 묘사를 굉장히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범죄자는 두 명인데요, 이 중 '한니발 렉터 박사'는 '스털링'에게 연쇄 살인범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 '스털링'의 지위가 FBI 수습생이고 '한니발'의 경우 정신과 의사이기 때문에 묘한 멘토-멘티 관계가 형성되는데요, 범죄자와의 이상한 멘토 관계 형성은 둘째치더라도 영화 스토리 상으로도 범죄자의 행태에 많은 방점을 주고 있다는 인상을 받게 됩니다.
별로 궁금하고 알고 싶지 않은 범죄자의 모습을 자칫 '매력적이게' 보이도록 만들어 놓았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이 남더라고요. 이외에도 여성을 범죄 대상으로 삼는 영화 속 또 다른 범죄자 '버팔로 빌'의 경우 의미 없이 죽어가는 여성들의 모습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도 불만이 남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양들의 침묵>의 경우 구체적인 범좌자의 묘사에 거부감이 있으신 분들은 가까이하기 어려운 면이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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