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너무 맛있어요!
쉽게 나오는 말은 아닌데
아이스라떼를 한 모금 마시자 마자
나도모르게 감탄이 나왔다.
우유와 진한 에스프레소가 딱 적당히 만났을때의
고소하고 쌉쌀한 맛의 완벽한 조화!
'차 한잔 더 하시겠어요?'
책 한권을 들고가 차 마시며 읽었더니
어느덧 시간이 한참 흘렀다.
미용실에서 4시간이라는 시간은 훌쩍 지나간다.
두꺼운 책을 가져가서 집중해서 읽을까..
그림이 많은 책을 읽을까..
쌓아둔 책 중에 고민고민 하다가
가방에 쏙 들어가는 책으로 결정했고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어 시간가는 줄 몰랐다.
"커피 말고 다른건 뭐 있을까요?"
'차 종류 다양하게 있어요, 시나몬, 캐모마일, ...'
"시나몬?"
평소 같았으면 선뜻 선택하지 않았을
시나몬 티를 선택해봤다.
딱히 싫어하는 맛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좋아하는것도 아닌
다만 향이 너무 강해서 끝맛을 볼 때쯤은
살짝 후회하게 되기도 하는 맛.
어머! 너무 맛있어요!!
나도 모르게 티백을 들어 사진부터 찍었다.
다음에 꼭 사먹어야겠다고
시나몬향과 쌉쌀한 맛이 조화로운데
그렇다고 맛이 너무 강해서 부담스럽지도 않고
딱 적당한 만큼.
무엇보다 대개의 경우 시나몬향은 끝맛이
좋지 않게 남았는데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끝맛이 너무 좋았다.
오늘 평소와 다르게 호들갑을 떠는 나의 극찬을
두 번이나 받은 원장님은
'제 고객님들은 저랑 취향이 비슷하신가봐요'
라며 즐거워 하셨다.
원장님에게 머리를 맡긴지 벌써 만 십년이 지났다.
둘째가 아파서 병원과 집을 정신없이 오가던 시절..
산발을 한 채 머리카락 따위는 길어지는 채로
방치하다가
어느 날, 복직을 해야하니 좀 정리해야겠다고
친한 동기 언니의 추천을 받아
큰 맘 먹고 가게 된 미용실
그로부터 십년 넘게 우리 가족 모두
원장님이 새 미용실을 차린 이곳까지
따라다니며 다니는 충성 고객이 되었다.
'오늘은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그냥 알아서 해주세요."
알아서 맡겨도 항상 알아서 마음에 쏙 들게 해주시는,
그래서 다른 곳에 갈 수가 없다.
나 뿐만 아니라 우리집 남자 셋까지 모두
나이가 들수록 취향이 비슷한 사람이 주변에 생기는 것 같아요
신기한 일이다.
나이가 들수록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모인다.
말이 통하고,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
힘들때 어떻게 알았는지 감동을 건네주는 소중한 분들
그렇다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만 만나고,
필요한 사람만 찾는 건 아니었는데
이사람 저사람 두루두루 잘 어울리는 편인데
그래도 주변엔 좋은 분들, 척척 통하는 사람들이
알아서 점점 모이니
너무도 감사할 따름이다.
꽃 향기가 퍼져 나가는 것처럼
취향의 향기도 나의 주변에 은은하게 배어 있는 걸까
항상 알아서 해달라고 했던 내가
처음으로 사진 한장을 내밀었다.
"괜찮을까요??"
보자마자 활짝 웃으며 흔쾌히 답하시는 원장님
'너무 좋죠'
"관리하기 힘들지 않을까요?"
'아주 잘 하실 거에요'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처음으로 머리를 싹둑 잘랐다.
아주아주 많이 잘랐다.
휑한 목선에 느껴지는 서늘한 기운만큼
아주 속이 시원하다. 너무 편해져서
어쩌면 이제 다시는 긴 머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너무 힘들고 지쳤던 지난 몇 주간의 어둠에서
툴툴 털고 나올 수 있을 것 같이
아주 상쾌해진 기분이다.
원장님은 계산하고 나오는 나에게
맛있게 마셨던 그 시나몬 티 한 박스를 건네주셨다.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아들고
너무너무 기분이 좋았다.
모든게 마음에 쏙 들었던 하루.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편해지는 것도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