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야옹이 주인아주머니가 직접 끓인 호박죽을 가져오셨다.
쟁반 가득 호박죽이 담긴 그릇이 네댓 개는 되어 보였다.
야옹이가 제집처럼 드나들며 노니는 이웃집들에 한 그릇씩 나눠 주시는 듯했다.
아빠가 말하길 며칠 전엔 알이 굵은 고구마도 몇 개 가져다주셨다고 했다.
아주머니는 작은 텃밭을 가꾸고 계신데 아마도 거기서 키운 고구마인 것 같았다.
호박죽은 빛깔부터 영롱했다.
한 입 떠먹으니 인스턴트로 만들어진 호박죽들과 다르게 달지 않고 담백했다.
부쩍 쌀쌀해진 날씨에 아주 잘 어울리는 간식이라 감사한 마음으로 한 그릇 비웠다.
그릇을 깨끗이 씻어 돌려드리러 가야 할 때가 되니 좀 난감했다.
누군가에게 받기만 하는 건 내 성미에 맞지 않았다.
무엇이든 이쪽에서도 드릴 것이 있으면 좋은데 집에 그럴 만한 게 하나도 없었다.
찾아도 찾아도 적당한 게 없어 결국 다음 주에 본가에 올 땐 빛깔 좋은 과일이라도 하나 사 오기로 했다.
그날 저녁 6시쯤, 야옹이가 찾아와 밥을 먹고는 작은 방에 들어가 잠을 자기 시작했다.
행동이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절로 픽 바람 빠지는 웃음이 났다.
조금 뒤에 아주머니가 야옹이를 찾으러 오셨다.
“양이 여기 있나요?”
“예, 밥 먹고 작은 방에 들어가 자네요.”
“여기 있으면 됐어요. 까망이가 집 주변에 어슬렁거려서 겁먹었나 봐요.”
까망이는 야옹이의 천적으로, 이름처럼 올블랙인 고양이인데 동네 서열 1위로 추정되는 녀석이다(언젠가 한번 그 녀석에 대해서도 쓰려고 한다).
아주머니는 한시름 놓았다는 표정으로 곧 돌아가셨다.
다음 날인 일요일 저녁,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던 아빠가 돌아와 말했다.
“야옹이네 강아지가 탈출해서 쓰레기 뒤지고 있더라.”
야옹이네서는 강아지도 한 마리 키우는데, 그 녀석 얘기인 듯했다.
“아주머니가 마침 밖에 나와 있어서 알렸더니 체포당해 갔어.”
못 본 사이 살이 많이 쪘더라고 덧붙였다.
재미있는 장면을 놓친 것 같아 내심 아쉬우면서도,
문득 이 집에 그렇게 오래 살았는데도 요즘처럼 이웃들과 정을 나눈 건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털 뭉치 인형 같은 아이들로 인해 맺은 인연으로 도무지 웃을 일 없는 날들 중 잠깐잠깐 짓는 미소가 호박죽과 고구마처럼 달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