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아깝지 않은 드라마 '킹덤'

연출을 중요시한다면 꼭 봐야합니다. (강력한 스포주의)

by 토미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을 이틀만에 정주행하고 나서 든 생각은 '연출이 어마어마하다.' 였다. (사실 오프닝 시퀀스부터 정말 내 취향이었다. 그로테스크함을 즐기시는 분이라면 이것은 예술과 같은 느낌이 들 거라 생각합니다,,) 내 나름의 평가를 내리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감상했을까하는 생각으로 왓챠평들을 봤을 때, 다수의 의견을 차지했던 내용적 측면에서의 미흡함은 연출에 쉽게 매혹되는 나로써는 크게 결점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또 한창 때가 아니라 뒷북을 울리며 이제야 킹덤을 보게되었던 이유는 시즌2에 대한 사람들의 폭발적인 반응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론 시즌1~시즌2 초반(3화 정도?)까지가 오히려 가장 흥미로웠다. 시즌1이 매끄러운 전개로 시즌2의 발단 역할을 탄탄하게 잘 해주었고, 특히 1화의 몰입감이 12개의 회차들을 초고속 정주행하도록 만드는데 큰 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나는 1화에서 딱히 끌리지 않으면 진도를 굉장히 천천히 나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기묘한 이야기 시즌1을 아직도 끝내지 못했다지ㅎ) 그리고 시즌2는 예상가능한 선의 내용이 주를 이루었던 시즌1의 서사를 완전히 뒤집었다. 그래서 시즌1에 비해 시즌2가 재밌단 평과 동시에 개연성에 대한 비판이 있었지 않았나 싶다.


시즌1에서 역병이 발병하고 하층민들이 좀비가 되어 나타나자 선비들은 '천것들이 선비를 공격한다!' 하고 외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 역병은 왕에게서, 어떻게 보면 그 권력을 비뚤어진 마음으로 탐했던 자(조학주)로부터 시작되었다. 결국 지율헌의 사람들이 인육을 먹은 것도 조학주를 필두로 한 궐의 대신들이 백성들을 돌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설정에서 슬쩍 슬쩍 함의를 내비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대놓고 이야기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바로 세자가 시즌1, 시즌2 내내 이야기하는 대사 속에 그것이 녹아있는데, 이것이 결국 킹덤이라는 드라마를 관통하는 메시지라고 생각했다.


"당신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려는 것은 당신이 해원 조씨여서도 아니고 내가 그 자리가 탐해서도 아니오. 용상에 앉은 자가 당연히 해야만 했던 일들,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삼고, 왕은 그 백성을 하늘로 삼는다.', 그 도리를 외면했기 때문이오.…"


덧붙여 중전과 관련된 서사에 한해서 만큼은 페미니즘적 시각을 덧붙이지 않을 수 없다. '아들이어야한다.'라고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조학주와 대신들의 말, 여아는 태어나는 즉시 죽여버리는 것, 그리고 그 클라이막스로는 스스로 자신을 계집이라는 이유로 무시했던 아버지를 독살하는 것까지. 조선시대 유교 사상 속 여성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드러내었다고 보았다. 이러한 중전의 말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중전과 세자가 한양에서 대치하는 장면까지만해도 시즌3에서는 둘의 선악구도로 서사를 이끌어갈까 싶었는데….(할많하않. 그래도 독살 후 ~ 좀비로 변한 중전의 연기는 킹덤 통틀어 손에 꼽을 정도였다. 김혜준 배우에게 반했음)


"제가 계집이라는 이유로 언제나 경멸하고 무시하셨죠…. 그 하찮았던 계집아이가 이젠 모든 것을 가질 것입니다. 이제 해원 조씨가문도, 이 나라도, 모두 제 것입니다."


보는 내내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 탔을 때와 비슷한 류의 국뽕을 느꼈다. 이걸 보는 외국인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볼까? 싶었다. 중간중간 제례악이나, 죽은 왕들을 모시는 공간에 대한 설명, 궐을 전체적으로 비추는 샷들, 무당이 굿을 하는 부분 등 적절하게 우리 옛 문화를 넣은 것이 어색하거나 억지스럽지 않게 넣으려 노력한 것이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시즌3에 대한 기대감이 시즌1에서 시즌2로 넘어갈 때 느껴졌던 기대감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나온다면 챙겨볼 듯 싶다. 기대감을 감소시킨 개연성 부족을 연출의 훌륭함이 충족시켜줬기 때문이다 (+전지현 배우). 만약 아직 킹덤을 보지 않았고, 주변의 평 때문에 보기를 망설이는 분이시라면 일단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좀비의 수위의 경우 나는 공포영화 절대 못보는 콩알만한 간의 소유자인데, 큰 무리없이 보았다. 크게 놀래키는 장면이 없고 좀비의 징그러움 같은 경우에는 회차가 거듭할수록 익숙해진다. 어디 커뮤니티에서 타임세일 드립을 봤는데 그게 딱이다.. 보면볼수록 좀비들이 떼거지로 뛰어가는 모습에 익숙해져서 어느 포인트 이후로는 웃겨보이기도 했다.)


밑에는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장면들이다.


<시즌1>

왕과 세자 둘만 가뒀을 때 왕이 등장한 장면

어느정도 예상 가능한 상황이었으나, 실제로 이것이 이루어졌을 때의 카타르시스가 있었다. 자신의 아버지가 좀비가 된 모습을 정면으로 목도함과 동시에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가족 관계에서 오는 연민의 감정이 섞여 들어감으로써 느껴지는 감정은 설명하기가 어렵거니와 이러한 역설이 주는 아이러니가 인상적이었다.


세자가 동래에서 조범일과 마주쳤을 때 세자 단독 장면

이 장면에서 세자가 '네 말이 맞다. 너희들은 버러지다! 일국의 왕을 능멸하고 왕실을 능멸했으며, 백성들을 도탄에 빠뜨린 버러지! 그것이 너희들 해원 조씨다.' (정확하진 않음) 라는 대사를 친다. 주지훈 배우가 특히 왼쪽 오른쪽 눈의 느낌이 확연히 다르기로 유명한데, 그 중 맑은 쪽 눈에만 빛을 비춘다. 대사와 함께 이 장면이 어우러지면서 그 감정이 극대화되어 보였다.


칼을 함께 찬 죄수 둘 중 한명이 좀비가 되었던 장면

칼을 함께 찬 죄수 둘 중 한명이 좀비가 되었으나, 칼을 찬 덕분에 나머지 한명은 끝내 물리지 않는다. 이 장면은 감독의 디테일이 살아있다고 느끼게 했던 장면이었다. 일단 '칼'이라는 우리나라의 역사 속 물건을 보여주면서, 이것의 특성을 좀비물에 적절하게 이용했다. 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의 시선에서 그 공포감을 100% 느끼게 만드는 카메라 구도에도 박수를. 마음 속으로 탄성을 내질렀다.


<시즌2>

허준호 배우가 좀비가 되어 나타나는 장면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모두가 꼽는 레전드 장면이다.

영신(김성규 배우. 한국 영화,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나에게는 익숙치 않은 얼굴이었는데, 이번에 가장 눈에 띄는 배우였다.) 이 총 쏘고 - 안현대감이 등장하는 이 흐름에서 두번째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이 장면에 대한 개연성 논란이 있긴하지만 배우 자체가 뿜어내는 포스로 모든 걸 압도했다고 본다.


이 외에도

진선규 배우가 희생하는 장면,

세자 한양들어갈때,

중전이 세자와 한양에서 드디어 만나고 조소짓는 장면,

서비의 불구덩이씬


작가의 이전글마치 다양한 테스터를 테스트 해보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