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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멜 Jan 24. 2022

얼굴은 과학(science)이다?

관상과 인상

얼굴은 과학(science)이다?     


사람의 얼굴이나 육체는 지구라는 행성 즉 중력, 대기량, 기후 등에 가장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형태로 발달해 왔다. 예를 들어 뼈의 굵기와 길이는 걸음걸이 등의 동작에서 오는 충격에 자극을 받아서 성장하고 변화하는 특성이 있다. 무거운 짐이나 물건을 지고 다니는 육체노동의 생활에서는, 다리뼈의 골세포들이 칼슘을 더 많이 포함하게 되어 뼈가 굵고 단단해지는 골격을 갖게 된다. 그러나 힘든 일을 하지 않고 가벼운 운동이나 산책을 즐기는 경우, 뼈가 굵어지기보다는 가늘어지고 길어지게 된다.      


중세 유럽의 귀족들이 삐쭉한 얼굴에 호리호리한 체형을 유지했던 것도 같은 원리로 볼 수 있다. 이런 사실들은 사람의 구조와 형태는 지구라는 제한된 환경에 적응하고자 했던 노력의 산물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른바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st)이다. 그리고 이런 지구 환경 조건에 최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형태가, 생존의 유용성 때문에 미(美의) 준거로 인간 역사에서 활용될 수 있었다. 인상학과 관상학의 기원도 거기서 출발한다.     


“교수님! 관상학에서도 종종 사람의 얼굴을 자연과 비유해서 해석하지 않나요?”

“얼굴을 설명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자연과 비교해서 많이들 설명하지요. 특히 동양에서 그런 경향이 많아요. 서양은 정복의 개념이, 동양은 공존의 관념이 사상의 주류를 이루었잖아요.”

“네, 어떤 식으로 해석합니까?”

“간단히 말하면 얼굴의 모든 조건이 자연의 원리에 부합되면 긍정적, 그렇지 못하면 부정적이라고 말해요.”

“너무 추상적인 말씀이라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데, 예를 들면요?”

“사람의 ‘얼굴과 몸은 자연을 닮아야 한다’가 핵심이에요. 일단 자연을 대우주, 사람을 소우주라고 생각해요. 이유는 자연을 본떠서 사람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래요. 이는 한의학의 개념과도 일치하는데 동의보감을 보면 ‘사람의 머리가 둥근 것은 하늘을 본떠 만든 것이고 발이 모난 것은 땅을 본떠 만든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어요. 또 ‘사람의 눈은 해와 달을 상징하니 밝고 빛나야 하며, 음성은 우뢰를 상징하니 울림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해요.”

“인간이 지구라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자연이라는 지구의 모습에 최대한 가까워야 한다 이거군요.”

“그것도 그거고 인간은 자연의 순리에 역행해서는 안 된다는 사상도 깔려있지요. 남아 있는 것도 마저 이야기해 볼까요. ‘핏줄은 강과 하천을 상징하니 윤택해야 하며, 골격은 쇠와 돌을 상징하니 단단하고 무거워야 한다. 코와 이마와 턱과 광대뼈는 산봉우리를 상징하니 높이 솟아야 하고, 머리털, 눈썹, 수염 및 몸에 난 털은 풀과 나무를 상징하니 청결해야 한다. 살은 흙을 상징하니 넉넉해야 한다’는 이런 식으로 자연에 빗대어 해석하지요.”     


동양학적으로, 인간은 자연을 참고하여 창조되었기 때문에 사람을 움직이는 법칙과 자연을 움직이는 법칙은 서로 다를 수 없다. 그래서 인간은 자연의 법칙에 따라 순리대로 살아야 하고, 얼굴과 신체 역시도 자연의 모습에 최대한 일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리다. 비슷한 주장으로 옛날 사람들은 하늘과 땅을 자연(환경)의 대표적 상징으로 인식하기도 했다. 인간은 이런 하늘과 땅 사이에 존재하며 살아가는 중간자적인 존재로 봤다. 따라서 순리에 역행하지 않고 하늘과 땅과 함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을, 인간의 최고 가치로 받아들인 셈이다.     


동시에 인간은 형태의 유사성을 통하여 동질성을, 그 반대의 경우는 이질감을 느낀다. 즉 마주한 대상이 늘 보던 것, 익숙한 것일 때는 거부감이 없어 편안하게 느껴지고, 생소한 것일 때는 긴장하게 되어 친화감이 들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낯선 대상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것은 모든 생물의 생존본능에 가깝다.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상대가 아름답게 보일 리는 만무하다. 결국, 평균적이고 눈에 익숙한 것이 곧 생존에 유용한 셈이다. 이처럼 인간의 생활 터전인 자연(지구)과의 동질성이, 얼굴을 해석하는 기준이 된다는 게 동양의 관상(학)이다.

     


그렇다면 관상(인상)의 프로세스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관상(인상) 즉 인간이 상대방을 보고 판단하는 과정은 일반적으로 아래와 같이 다섯 단계를 거치게 된다.      


우선 첫째는 대상을 그대로 보는(see) 것이다. 둘째는 본 것에 대하여 곡선이라든지, 그래서 부드럽다는지 하는 느낌(feel)이 생기는 것이다. 셋째는 목적물을 천천히 살펴서 분석(read)하는 과정이다. 넷째는 그 결과를 종합하고 통합하여 상대에 대한 지식(knowledge)이 뇌에 저장되는 것이다. 끝으로 다섯째는 이러한 절차를 거쳐 그 사물에 대한 해석, 곧 관(觀)이 생기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 대상을 다음에 마주하게 되었을 때는, 이미 축적된 지식에 비추어 해석(interpret)하고, 재빨리 판단하여 반응하게 된다.     


“개인이 살아오면서 겪게 되는 경험도 얼굴을 판단하는데 중요할 수도 있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지요. K도 아마 경험했을 거예요. 학교나 직장 생활을 하면서 호감을 느꼈던 사람을요?”

“저는 고교 3학년 담임 선생님이 아직도 눈에 선해요. 제가 방황을 심하게 할 때 많은 충고를 해 주셨거든요”

“그 선생님이 K의 뇌리에는 긍정적인 얼굴로 보관되어 있어요. 그래서 비슷한 얼굴을 접하게 되면 좋은 느낌을 K가 소환하게 되는 거고요. 반대로 스트레스나 고통(?)을 주었던 직장 상사 얼굴은 부정적으로 기록되고 얼룩져 저장되어 있겠지요.”     


자연이나 환경도 똑같은 프로세스를 통해 인간의 뇌(머리) 속에 저장되어 있다. 특히 과학의 발달이 뒤처져 있던 과거의 자연은, 때로는 인간에게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대부분 관상(학)의 풀이에 자연의 모습이 빠지지 않는 이유다. 이러한 비유적 해석방식은 동물로까지 확대되는데, 흔히들 범(호랑이)의 상이니, 매의 눈이니, 매기 입술이니 하는 등이 그런 사례에 해당한다. 이들 모두 인류 역사에서 인간이 생존을 위해 맞닥뜨린 경험칙의 산물일 수 있다. 문제는 여기에 개인의 주관적 경험까지 보태진다는 것이다. 더구나 당사자의 이해관계까지 추가된다면 이건 뭐 달리 방법이 없다. 그것은 관상(학)이 아니라, 그냥 자기 느낌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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