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눈물이 났던 이유
양양 <가장 오랜 비밀이던 딸의 이름을 불러내다>
-양주연 지음
슬픈 죽음, 잊혀진 죽음, 숨겨진 죽음. 외로운 죽음.
존재조차 알지 못하던 고모.
가족 그 누구도 쉬이 언급하지 않던 존재였던 고모.
어느날 술에 취한 아버지의 한 마디로
자신에게 고모가 존재했음을 알게 된 양주연 감독.
누구도 입에 올리지 않았던 비밀스러운 존재, 고모.
고모는 왜 세상을 등지게 되었던 걸까.
왜 수많은 선택지 중에 하필 자살을 선택하게 된 걸까...
양주연 감독은 책을 통해 말한다.
고모를 비롯한 잊혀진 여성들의 죽음을 기억하라고.
그리하여 그들의 생을 기억하라고.
나 역시 기억할 것이다.
교제 살인을 비롯해 수많은 이유들로 억울하고
허망하게 죽어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힘을 보탤 것이다.
그들의 죽음이 영원토록 묻혀 잊히지 않도록.
그들의 죽음이 많은 이들에게 기억되도록.
'양양'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가장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났던 이유는 단 하나.
갑작스럽게 딸을 허망하게 잃은 엄마의 그 마음.
그러니까 양주연 감독님의 할머님의 마음말이다.
이제 곧 14개월을 앞두고 있는 내 딸의 얼굴에
작은 생채기만 나도 가슴이 쓰라린데,
이제 갓 대학에 들어가 꿈을 펼쳐야할 싱그러운 딸을
한순간에 잃게된 엄마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게다가 은폐하기 급급한, 묻어두기 바쁜 죽음이라면...
그 슬픔이 감히 가늠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컸을 것이라
책을 읽는 내내 눈물이 났다.
딸을 잃고도 제대로 슬픔을 표출해보지도 못한 채로
기억 속에서 지워야 하는 상황에 놓인 엄마의 마음을
감히 다른 사람이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난 후,
작가님께 DM을 보냈다.
영화 양양 홍보 일정과 다양한 스케줄로
분주한 일상을 보내고 계실 테지만,
책을 읽은 내 마음과 감정을 고스란히 전하고 싶어
용기를 내 연락을 드렸다.
전문을 다 공개할 순 없지만,
일부 내용을 남겨본다.
✉️양주연 감독님, 안녕하세요!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감독님의 책을 읽는 내내, 가슴을 두드리며 많이 울었습니다. 저도 딸을 키우다보니 더 감정이입이 됐어요. 사실 페이지 한 장 한 장을 넘기면서 제가 생각했던 건 갑작스럽게 사랑하는 딸을 잃게 된 그 어머님의 마음은 어땠을까예요.
저는 이제 곧 14개월을 앞두고 있는 아기의 얼굴에 작은 생채기만 나도 가슴이 미어지는데, 하나뿐인 딸을 그렇게 허망하게 잃게 된 어머님의 마음은 도대체 어땠을지..그 슬픔과 공허함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겠더라고요. 게다가 그 죽음이 모두의 온전히 기억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은폐되다니...
감독님의 할머님은, 딸을 잃은 그 슬픔을 제대로 한 번 표출해보지도 못한 채 가슴에 품으셨을 텐데..그 모습, 그리고 그 심정을 조금이라도 헤아려보려다 그만 눈물이 쏟아지고 말았습니다.
207페이지, 마지막 장을 덮을 때 저는 홀로 조용히 빌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부디 허망하게, 황망하게 딸을 잃게 된 감독님의 할머님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셨기를. 하늘까지 짊어지고 가신 그 슬픔과 비통함이 조금은 덜어내졌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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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고 모든 신경을 아이에게 쏟고 '엄마'로 살다보니 제가 그렇게 좋아하던 글쓰기도 내려두며 지내왔습니다. 출산 전까지만 해도 첫 책에 이어 새로운 책을 내보겠다며 분주히 원고 작업도 했었는데, 아이를 품에 안으며 모든걸 멈췄었네요. 감독님의 책을 읽으며 다시금 글을 한 번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꾸밈없이, 솔직하게
제 마음과 생각을 담은 그런 책.
오늘부터 퇴근길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라도 새 책을 위한 원고 작업을 시작해 보려고요. '엄마'에서 다시 ' '작가'로서의 삶으로 재진입할 수 있게 영감과 에너지를 주신 감독님께 꼭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 이렇게 메시지를 남깁니다.
감독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