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흐르는 잔잔한 물결
오래전 나는 글을 쓸 때
모든 걸 100으로 채워 줬다.
스스로 오래 묵힌
내 통찰이 넘 소중했기에
다 주고싶어서
하지만 의도와 달리
강요하고, 당위를 내세우는
오해가 되기도 하고
과한 열정으로 진정을 토하고
세상을 흔들고 싶은 것처럼
과장되어 보이기도 한 것 같다.
지금 생각하면, 그 모습이 참 귀엽다.
이제는 속도를 늦춘다.
반박자 느림, 여백, 내려놓음.
조용히 머무르고,
천천히 흘러가며
필요 없는
소음을 버린다.
다 비우면서 나는 깨달았다.
글을쓰며
굳이 세상에 내보여야 하는가 하는
의문이나
발행 자체가 부끄럽다고 느끼는 마음조차
내 속살이 살아있음을
알려주는 신호라는 것을.
드러남은 폭풍이 아니다.
말하지 않아도 흐르는 잔잔한 물결이다.
속도를 늦추고, 여백을 지키며
조용히 흔적을 남기는 것.
애초에 없는
강요와 당위는 사라지고
진짜 필요한 온기만 남는다.
은은하게 비취는 삶은
내 안의 충만함에서 출발한다.
강요하지 않아도, 세상을 시끄럽게 하지 않아도
발자국은 은근히 남는다.
은은함은 태도의 미학이다.
드러남의 새로운 방식이며
스스로 충분함을 인정하고
조용히 세상과 연결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