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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나요 Nov 11. 2022

왜 내부승진은 이직보다 돈을 적게 받지?

직장생활에서 연봉을 올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직이다. 2~3년에 한 번씩 회사를 바꾸면서 이직과 함께 연봉도 올리고 직급도 올리는 것이다. 이 정도면 너무 짧게 자주 이직한다는 인상이 있지도 않고, 설사 이것보다 짧게 옮긴다 해도 이직 시에 면접만 잘 보면 괜찮긴 하다. 반대로 내부승진으로는 2~3년 만에 한 번씩 연봉과 직급을 올리기가 어렵다. 특히 위로 갈수록 어렵다. 자리는 몇 개 없으니 승진기회가 우선 자주 오지도 않고, 오더라도 이직 때만큼의 연봉과 직급 점프가 있지도 않다.  


그럼 이런 현상은 왜 생기는 걸까?  


첫째는 잘못된 비교 대상군의 설정 때문이다. 내가 연봉 인상을 받고 실망스러워하면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너는 이미 연봉이 높아서, 너의 연봉을 너무 높게 가져가면 다른 사람들과의 형평성이 맞지가 않아”였다. ‘형평성’. 


형평성을 논하려면, 그 비교 대상군을 이해해야 한다. 내부승진을 할 때의 비교 대상군은 또 다른 내부 직원이다. 그 직원은 나와 연차, 경험, 경력, 연봉 등이 모두 다를 수 있지만 같은 팀에 있다는 이유로, 같은 회사에 있다는 이유로 나와 같이 비교된다. 반대로 이직을 할 때 나의 비교 대상군은 나와 동 시기에 같은 업무에 지원하여 인터뷰를 보는 사람이다. 그들은 상대적으로 나와 경험과 경력 측면에서 비슷하거나 우월할 수 있다. 

따라서 이직할 때는 좀 더 동질적인 집단과 비교가 되면서 형평성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나, 내부승진 때는 이질적인 집단과 비교가 되면서 형평성이 발목을 잡는다.  


둘째는 잘못된 연봉인상 계산법이다. 이직을 하는 것은 많은 리스크를 짊어지는 행동이기에, 이직 시에는 회사를 옮기게끔 하는 미끼로서 충분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잘 설득된다. 이직 시 10-15% 연봉인상이 큰 요구라고 생각되지 않고, 이것보다 큰 인상도 기꺼이 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내부 승진의 연봉인상은 다른 기준으로 정해진다. 물가인상분, 나의 기여도 (나의 인사고과), 팀의 기여도, 회사의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연봉인상이 결정된다. 나는 솔직히 인사고과를 아무리 잘 받아도 물가인상분보다 조금 높은 수준의 연봉인상 정도밖에 받아본 적이 없다. 승진 시에도 10-15%를 준다는 것은 정말 힘들다. 왜냐하면 나도 팀원을 승진시킨 적이 여럿 있지만, 전체 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예산 바구니를 미리 결정해놓고 (그마저도 크지 않음) 그 안에서 팀원을 나눠줘야 하니까 한 명에게 몰아주는 게 상당히 어렵다.  


외부 인사의 성공 가능성이 내부 승진인사보다 높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외부인사는 아무리 reference check을 한다고 해도 철저히 검증하기 어렵다. 하물며 회사에서 문제가 있어 내보내는 사람이라도 reference check이 오면 한국 정서 상 좋게 좋게 얘기하기 마련인데. 그리고 내부 문화와 시스템에 적응해 성과를 내려면 최소 3개월 이상은 걸리기 마련이다.  


오히려 성공하지 못한 외부인사가 회사 이름과 높여진 직급/연봉을 가지고 다시 1년 만에 다른 회사로 점프하는 것도 여럿 봤다. 이름값만 챙기고 자기 진짜 실력이 보이기 전에 나가는 거다. 그렇게 나가면 또 좋은 자리로 잘 간다. 여기서 무슨 일을 했는지 외부 사람들은 알 수 없으니. 점프점프를 잘 하다 보면 어느새 그런 사람들이 저 높이 올라가 있는걸 보게된다. 


흠… 이쯤 되면 의구심을 가져야 한다. 왜 나는 디즈니를 10년 넘게 다녔지?


Image by Stefan Schweihof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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