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을 향하여

D-1

by 정지후라이드치킨

처음, 이 땅을 밟고 나서 느낀 것은 전쟁에 대한 분노였다." 무엇 때문에 이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간 것인가?" 그저 분노했다가 곧 있으면 다가올 미래를 모르고 말이다. 이곳은 러·우 전쟁이 한창인 포크로우스크이다. 오늘은 2024년 1월 23일이다. 오늘 기준 이곳 포크로우스크의 서쪽 페샤노예와 코틀리네 가 러시아군에 의해 점령당했다. 소식을 전해 들은 건 오후 4시 30분이다. 이반이 달려오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내 친구 안드리 가 사망했다며 이반이 무뚝뚝하게 말해줬다. 이 말을 듣고 10초 동안 황당하여 있다가 죽을 뻔했다. 그리고 다짐했다. 저 러시아군을 닥치는 대로 다 죽이겠다고. 나는 지옥에 가도 된다 하지만 안드리 만은 안된다. 재발 신이시여 부디 그곳은 좋은 곳이기를 내친우 안드리가 평안하기를 빕니다. 아멘 그렇게 기도를 끝내고 동료들과 얘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폭격이 시작 됐다 그리고 순식간에 내친우 두 명이 사라졌다. 정말 증발해버린 거 마냥 사라졌다. 그들이 있던 자리에는 약간의 살점과 배낭 총이 있었다. 나는 억누를 수 없는 분노에 죽을 거 같았다. 하지만 곧 분노가 사라지니 공허함이 남았다."모두 죽었네"공허함은 곧 공포로 바뀌어 무작정 도망쳤다. 사람들이 앞에서 쓰러지고 터져 나간다. 모두 죽는다. 본능적으로 난 땅굴에 숨었다. 곧 사방이 잠잠 해졌다. 고개를 살짝 들었을 때는 모두가 죽고 나 혼자만이 적진과 아군 베이스 사이에 남겨졌다. 밤이 되자 나는 주변에 진흙을 몸에 바르고 포복 자세로 아군 진에 기어갔다. 아군 보초병이 날 보고 총을 겨눴다."너의 이름, 소속을 말해라" 나는 말했다"제7 신속대응군단소 속 이고르 복귀하였습니다"그러자 그는 내 군복에 뭍은 진흙을 털어내 내 군단 마크와 군번줄을 확인했다. 신분 검사가 끝나자 동료들이 몰려왔다"이고르 살아있었구나"이고르가 생환했다" 모두가 기뻐했다. 기쁨이 지속되면 좋았겠지만 다음날이 되자 모두 싸늘한 주검을 마주하게 됐다. 어제 그 보초가 단검에 의해 살해당한 것이었다. 그렇다 그들은 날 일부러 살려둔 것이었다. 우리의 베이스를 찾아 전멸시키기 위해. 아니나 다를까 그들이 들이닥쳤다. 우리는 큰 피해를 입고 후퇴했다. 모두의 사기가 땅을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