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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딸과 나들이

중년백수 일기

by 일로

오늘은 어머님을 모시고 서울대학교 사르샤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캠퍼스 구경을 하고 돌아왔다.

오는 길에 남성역 골목시장에 들러, 큰 애 주식인 단호박 두 박스와 고기, 과일, 김치거리를 사왔다.

마침 날씨가 풀려 산책하기 좋았고, 식당에서 먹은 대구탕이 너무 맛있다며 즐거워하셨다.

너무 늦게 어머님께 서울대 구경을 시켜 드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아하셨다.

며칠 전 큰 애가 할머니 집에 놀러 갔다가, 할머니를 초대하는 바람에 날을 잡을 수 있었다.


나 혼자 서울대를 만끽하기 바빴지, 어머님도 가고 싶어 하실 거라곤 생각을 못했다.

다음 주 어머니 형제들 모임에서 자랑하신다며, 어머니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부탁하시기도 했다.

남성역 단골 정육점에 가서는 손녀딸 서울대를 다녀오시는 길이라며 굳이 자랑을 하셨다.

큰 아이 제안이 아니었으면 생각지도 못한 효도를 한 것 같아 부끄럽고 보람찬 하루였다.

이렇게 해드리면 좋아하실 일을, 안 하고 있는 일들은 또 없는지 돌아보게 되었다.


마침 오늘부터 서울대 수시 면접이 있어, 오후 수업들이 모두 휴강이어서 아이와 함께 할 수 있었다.

오늘따라 자하연 단풍도 멋졌고, 느티나무 카페의 연유라테도 맛있어 내가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언제나 행복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할 때 찾아온다는 사실을 또 한 번 깨달았다.

최근 교회 일들과 처가, 본가 부동산 문제까지, 여러 문제들이 겹쳐 정신없이 한 주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어머님과 함께 한 가을 나들이는, 인생의 정수를 맛본 하루로 기억될 것 같다.


우리 행복은 그 어떤 욕심과 투쟁을 통한 성취에서 오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을 위하여 내가 무언가를 할 때, 항상 더 큰 보람이 찾아오는 것 같다.

나에게 이득이 되는 일보다는, 내 희생으로 누군가를 기쁘게 할 때만 알수 있는 충만함이 있다.

아마도 봉사와 나눔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감인지도 모른다.

어머님 건강이 허락하실 때에, 더 자주 오늘 같은 날들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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