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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로 Sep 25. 2024

충격과 자기변명

부부싸움의 종말

1. 충격과 자기변명


 지난 일기들을 펼쳐보면서 결혼 17년 차에서 21년 차까지도 이렇게 많은 부부싸움을 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결혼해서 10년 정도까지 많은 갈등과 싸움이 있었지만 그 이후에는 잘 지내왔다고 믿고 있었다.

이렇게 좋은 아내와 살면서도 이런 부부싸움을 한다면, 보통의 부부들은 어떨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니 이혼하지 않고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결혼하고 꿈꾸던 아내를 만났다는 사실에 감격하며 살았음에도 이렇게 사소한 일들에 분노했음이 부끄럽다. 모든 싸움은 내 정신의 허약함과 못난 인성 때문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좀처럼 고쳐지지 않았다.

아무리 글을 쓰면서 반성을 해도 그때뿐, 내 뇌는 언제나 새롭게 똑같은 생각과 행동을 반복할 뿐이었다.

보통 사람들 보다는 낮은 자존감, 피해의식, 애정결핍 등이 원인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부부싸움은 반복되었지만 24년 동안 그 강도와 빈도는 계속 약해지고 줄어들었다.

아마도 행복한 가정이란 목표가 있었기에 비틀거리고 헤맸지만 그 방향을 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렇게 부부 관계에 부족한 인성을 가지고도 잘 살아온 것은 많은 행운이 따랐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이렇게 못난 나를 불쌍히 여기시는 하나님 은혜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내가 지금 만족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아내에게 고마워하기 때문이다.

나는 더 이상 아내와 싸울 수 없을 만큼 감사해야 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친구들 모임도 저마다의 이유로 뜸해졌고, 나 자신도 언젠가부턴가 도박 호르몬 자체가 덜 나오는 것도 같다. 이제는 아내를 쫓아다니며 기다릴 때 가장 큰 행복감을 느낀다.


 막내가 대학을 들어간 2022년 이후, 내 나이 55살부터 사실상 부부 싸움은 종말을 맞이했다.

부부 싸움의 큰 원인이었던 친구들 모임은 시들해졌고, 정치 성향도 최근에는 아내의 정치에 대한 태도가 가장 바람직해 보이기도 한다. 아내와 함께 탁구와 마라톤을 하면서 체력도 좋아져 자신감도 생겼다. 

글과 그림을 통해 책을 내고 전시회도 하다 보니 자부심도 생겨, 못난 자격지심이 덜 나오는 것도 같다.


 신기한 건 아내에게 고마워할수록 내가 더 행복해진다는 사실이다.

가장 즐거운 시간은 아내를 차로 출퇴근 시키는 시간이다. 미용실에 데려다 놓고 공원에서 기다리고, 아이들과 쇼핑하는 아내를 카페에서 기다리는 내 모습이 그렇게 당당할 수가 없다.

내가 돈을 잘 벌고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면 이렇게 행복한 중년은 되지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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