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tup:D] 이엠시티(주) 이봉호 대표
를 활용한 측정·검사 솔루션
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의 측정·검사기술 개발을 넘어 장비사업으로
2021년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대형 물류창고와 초고층 건물의 화재감지기가 잘못 울려 소방차가 출동한 일이 상반기만 69번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열흘간의 화재 수신기 로그 기록을 분석한 결과 30개 시설에서 화재 신호가 잘못 발생해 소방시스템의 차단과 복구가 570회나 이뤄지기도 했다. 일부 건물에서는 오작동이 너무 잦아 건물 관리자가 아예 소방시설을 차단하는 사례도 있어, 초기대응 미흡으로 인한 대형사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이엠시티㈜는 IoT데이터수집제어장치를 탑재한 ‘비디앱’을 개발해 문제에 대한 대안을 찾고 있다.
비디앱은 소방감지기의 오작동을 보완하면서 관리자가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관제 시스템으로 기존 시스템에 비해 정확성과 효율성이 뛰어나다는 강점이 있다. 이엠시티㈜ 이봉호 대표를 만나 개발 스토리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안전’이라는 사회적 가치에서 사업 가능성 간파
창립 연도와 주력하는 사업 분야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엠시티㈜는 ‘생명을 살리는 혁신’을 슬로건으로 2021년 2월 설립됐습니다. 경제성 있는 관제 기술을 통해 각종 시설물을 안전하게 원격 관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안전’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회사입니다. 작년 한 해에만 화재로 2100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지역의 한 대형 아웃렛에서 화재로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현장에 이엠시티㈜가 개발한 ‘비디앱’이 설치되었다면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비디앱을 개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한 소방시설관리회사 대표님께서 소방분야는 관리 환경이 너무 열악하고 오작동이 심해서 큰 문제라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을 했었습니다. 현 소방시스템에 대해 분석하고 조사해 보니 개선할 것들이 상당히 많더라고요. 아파트나 다중이용시설이 밀집한 건물에는 모두 소방감지기를 설치해야 합니다. 하지만 소방센서가 워낙 민감하다 보니 화재가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오작동을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화재 경보가 울리면 우선 관리자가 소방관리시스템을 차단하고 복구하는 업무를 반복적으로 해야 하고, 만약 소방관까지 출동한다면 바로 예산과 인력 낭비로 이어집니다. 특히 극장의 경우 소방감지기가 작동하면 모든 손님을 대피시켜야 하는데, 이후 오작동으로 판명이 나도 영화비용의 두 배를 보상해야 하므로 물질적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건물 관리자가 아예 소방센서를 꺼놓는 경우도 생기는데, 이는 실제 화재가 발생했을 때 골든 타임을 놓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대형 화재사고 중 사전에 소방센서를 꺼놔서 발생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비디앱은 기존 시스템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나요?
얼마 전 저희 고객사가 입주한 건물에 외벽이 모두 전소될 만큼 큰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모두가 안전하게 대피해 인명피해는 전혀 없었고요. 당시 건물 내부에 비디앱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기존에 설치된 소방센서가 울리기 30초 전 비디앱이 먼저 화재를 감지하고 관리자의 휴대폰 앱으로 신호를 보냅니다. 이날 총 4명의 관리자가 상주해 있었고 비디앱은 4명 모두에게 실시간으로 상황을 전송했습니다. 관리자가 앱을 확인했을 때, 실제 화재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 화재감지센서가 오작동한 경우에는 휴대폰을 이용해 원격으로 복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화재가 발생했다면 비디앱에 다시 한번 알림 신호가 전송되고 관리자는 CCTV 화면을 확인한 후 바로 사고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고도 앱을 통해 초기대응을 잘해서 인명사고를 피할 수 있었습니다.
비디앱에 적용된 핵심 기술은 무엇인가요?
기존에 설치했던 소방시설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비디앱의 강점입니다. 당사가 제작한 IoT데이터수집제어장치를 통해 설비 내부의 통신 신호를 수집하고 분석해 스마트폰으로 설비의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방식입니다. 오작동일 경우 설비를 원격으로 복구할 수 있는 시설 통합 원격관제 서비스 기능도 갖추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대상 설비를 IoT가 지원되는 설비로 교체하거나 센서를 추가로 설치해서 원격관제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에 대규모 설비 투자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비디앱 서비스는 기존 설비를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경제성을 실현한 것이 특징입니다. 소방수신기뿐만 아니라, 저수조, 집수정, 승강기, 주차설비, CCTV, 냉난방기 등 다양한 설비를 통합 관제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해킹 기술과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관련성이 있을까요?
네, 시스템 내부의 신호를 해석한다는 측면에서는 아예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리버스 엔지니어링 기술이라고 하는데, 설비를 연동하기 위해 호환성을 목적으로 각 시스템의 정보를 취득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거든요. 소방설비가 작동할 때 각 시스템은 신호를 보냅니다. 예를 들어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 화재감지기 센서가 외부 자극에 반응해 신호를 내보냅니다. 그 신호는 중계기로 이동하고 다시 중앙 방재실로 이동해 벨이 울리며 스프링클러가 작동하는 것입니다. 이들의 신호를 분석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관리자가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 기술입니다. 비디앱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백화점 같은 주요 다중이용시설 건물에서는 주로 소방 방재실에 2인 1조로 인력을 배치했었어요. 하지만 거의 90% 이상이 오작동이다 보니 안일하게 대응하는 경우가 많았지요. 비디앱의 경우 오작동의 70~80%가 원격으로 복구되고, 나머지 20~30%에 대응하기만 하면 됩니다.
안전과 직결되는 분야인 만큼 상당한 기술력이 필요한 사업 분야라는 생각이 듭니다.
창업 준비 과정은 어떠셨나요?
서울대학교에서 기계항공공학부를 전공하고 삼성반도체, 현대자동차 등에서 설비모니터링 시스템을 17년 정도 개발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창업 초창기에는 대기업에서 구축하는 설비 모니터링 시스템을 변형해서 일반 건물에 적용하려고 했습니다. 건물의 미세먼지, 진동, 악취 등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었는데요. 하지만 일반 상가나 아파트의 경우 대기업처럼 건물 관리 시스템에 크게 투자하는 경우가 흔치 않았고, 노력 대비 사업성이 그리 밝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차 지인의 제안으로 소방설비 관리 시스템 개발에 도전하게 되었던 것이지요. 소방분야는 예상한 것보다도 환경이 더 열악했고 훨씬 엉망이어서 기존 시스템을 모두 버리고 바닥부터 아예 모두 새롭게 시작을 했습니다. 그렇게 4년 정도 개발에 집중한 결과 비디앱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창업 준비 과정은 어떠셨나요?
대학교 3학년 때부터 친구들과 반지하방을 얻어 기술을 개발하며 창업에 도전했었습니다. 당시 경험을 통해 기술만 가지고는 사업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지요. 이후 기업에 취업해 직장생활을 하며 여러 가지 기술과 경험을 쌓았습니다. 사실 서른세 살에 창업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생각보다 많이 늦어졌습니다. 창업 아이템을 찾는 기간이 길었기 때문입니다.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꼭 필요한 조언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창업 아이템을 고를 때 많은 고민을 하기 바랍니다. 사회를 통찰력있게 바라보고 ‘내가 이런 문제를 해결해 봐야겠다’는 마인드로 접근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슈를 찾고 그에 대한 대안을 찾아가는 고민을 한다면 분명 좋은 사업아이템을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제 경우 창업 초반에는 대기업에 사용하는 기술을 일반 건물에도 당연히 적용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지고 호기롭게 창업을 준비했었습니다. 시장과 사회적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않았던 것이지요. 사업 아이템에 대해서는 충분히 많은 고민을 하시기 바랍니다.
소방사업의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고 계신가요?
현재 이엠시티㈜의 소방관제 기술은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하드웨어까지 다룰 줄 아는 전문 엔지니어가 필요하며 설비 하나하나를 분석하는 데에도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현재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도 최초로 선보이는 기술로 중대재해의 심각성에 대해 인식이 변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꼭 상용화되어야 할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업 후 회사는 어느 정도 성장했나요?
2021년 8월 출시된 이후, 카카오, 현대자동차 공장, 삼성 엔지니어링, 롯데마트 등의 대형 유통업체와 생산업체를 비롯해 아파트, 오피스텔, 상가, 교회, 사찰, 발전소, 조선소, 학교 등 400여 곳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거래처는 많지만 월 5만~10만 원 정도로 계약 단위가 작아 현재 한 달 매출은 2,500만~3,000만 원으로 손익분기점에 다다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6월에 10억 원의 투자를받아 홍보와 마케팅에도 적극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하루 60~70여 통의 전화 문의가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봐서 올해는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것이라 예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현재는 국내시장에 집중하고 있는데 앞으로 동남아시아, 미국 등에 지사를 설립해 해외시장에도 진출할 생각입니다. 특히 올해 라스베이거스 소방박람회에 참가했었는데 현지 기업 두 곳에서 관심을 보여 현재 계속 소통 중입니다. 글로벌 소방설비 시장이 국내와 비교하면 14배 정도 규모가 크기 때문에 도전해 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