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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트업디 Dec 27. 2023

못생겨도 괜찮아 못난이 농산물의 아름다운 변신

[Startup:D] 퍼스티아 윤준양 대표

‘못난이 농산물’은 이름에서 나타나듯 외관이 울퉁불퉁하거나 약간의 흠이 있어 상품화되지 못한 비규격농산물을 뜻하며 맛과 품질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많은 농가에서 못난이 농산물을 즙으로 가공하거나 가축 사료로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처리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판로 확보가 어려워 대다수가 폐기되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이를 폐기해 땅에 묻으면 메탄과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 된다. 이는 못난이 농산물의 합리적인 활용 방안에 대해 사회적 측면에서 고민해 봐야 할 이유기도 하다.

퍼스티아는 못난이 농산물을 건조해 블랜딩 차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지금까지 거론되어 온 농산물 처리의 문제점을 한 번에 불식시키는 제품을 개발해 차 업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퍼스티아 윤준양 대표를 만나 제품 개발 스토리와 창업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PROFESSIONAL TEA BLENDER
전문 티 블렌더 브랜드

차에 관한 관심으로 시작한 재료 연구

퍼스티아는 블렌딩 차를 전문으로 개발해 납품하는 기업으로 2021년 창업했다. 윤준양 대표는 어느 날 어머니가 여성의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신맛이 강한 ‘허비스커스’라는 허브차를 마시는 것을 보고 ‘효능을 살리되 맛있게 먹는 방법은 없을까?’를 고민한 것이 창업의 계기가 됐다고 한다. 평소 차에 대해서 관심이 많던 그는 석류와 마키베리, 로즈마리 같은 단맛을 낸 허브를 허비스커스와 블렌딩했고, 이때 사용한 레시피는 이후 국제대회에 상을 받은 블렌딩 티의 근간이 되기도 했다. 이후 블렌딩 차에 대해 전문적으로 파고들기 시작했고, 2021년부터 티블랜딩협회에도 나가 교육을 받고 국내 대회에도 참가하며 경험을 쌓아나갔다. 그리고 업계 현황과 블랜딩 레시피에 대해 충분히 숙지가 됐다고 판단한 그는 블랜딩 수업을 같이 듣던 친구와 함께 본격적으로 사업화를 준비해 2021년 10월 과감히 사업자 등록을 마쳤다.

못난이 농산물, 맛난 차로 재탄생하다

“블렌딩 차 개발에 있어서는 어디에 견주어도 자신 있다고 생각해 창업했지만, 우리만의 독창적인 레시피 개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재료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가 진행돼야 했어요. 그때부터 재래시장 구석구석까지 다니며 과일이나 허브, 채소 등을 면밀하게 분석하고 공부했어요. 그때 발견한 것이 바로 못난이 농산물이에요.”

윤 대표는 마침 시장에서 헐값에 판매되는 못난이 농산물을 발견했고, 이를 활용한다면 농가와 기업 모두에게 도움 되는 구조가 형성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못난이 농산물이 증가하고 있어 농가에서도 매출 감소의 원인이 되는 것은 물론 폐기 시 발생하는 탄소 문제로 환경오염의 주범이 되고 있기도 하다.

많은 농가가 못난이 농산물을 활용하기 위해 즙이나 잼 가공, 동물 사료. 저가 판매 등의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판로 확보가 쉽지 않고 가공품의 경우에는 생산비가 별도로 들어가 비용 부담이 가중된다는 단점이 있다. 윤 대표는 이 같은 현실에서 못난이 농산물을 건조해 유통기한이 1년에서 2년인 블랜딩 차로 가공한다면 관리가 수월한 상품으로 마케팅 역량만 갖추면 충분히 매출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그리고 배와 사과, 귤 농가를 우선 찾아가 제품 수급을 의뢰했다.

 “우리가 처음 농민분을 만나서 못난이 농산물을 가공하고 싶다는 말씀을 드렸을 때, 일부에서는 거리를 좀 두셨어요. 농민의 관점에서는 못난이 농산물이 많다는 사실이 농사를 잘 짓지 못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거든요.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자주 소통하며, 사업 전략을 구체적으로 보여드렸어요.”

국제대회 우승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다  

윤 대표는 수시로 농가를 방문해 레시피와 사업 전략을 공유하며 퍼스티아의 비전을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시간이 지날수록 농가와 업체의 관계는 파트너로 끈끈해졌고 결국, 안정적인 원료 공급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후로도 아이디어를 현실화하여 제품화하는 과정이 그리 만만치는 않았다. 매출이 발생하기 전이다 보니 예상치 못한 지출을 해야 하는 상황도 다수 발생했다. 그는 이때의 위기를 청년창업가를 위한 정부의 다양한 지원정책을 통해 시제품을 생산하고, 시장 테스트를 하는 등 데스벨리 구간을 돌파해 나갔다. 그리고 청년사관학교의 지원사업을 통해 시제품 생산을 완료했고, 이후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창업 1년만인 2022년 9월 첫 제품을 런칭했다.

이후 퍼스티아는 레시피와 원료 개발에 더 집중해 제품군을 다양하게 늘려왔다. 특히 블렌딩 차 자체가 기호식품이다 보니 개인의 입맛에 따라 맛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어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부터의 맛이나 품질을 인증받을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 제품 개발에 집중한 결과 올해에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2023 ITQI 국제식음료품평회’에서 국제우수미각상을 수상했다.

국제식음료품평회(ITQI)는 매년 세계 20여 개 국가에서 200명 이상의 셰프와 소믈리에로 구성된 미각 전문가가 심사하며, 시각적 요인(첫인상, 투명도 등), 후각적 요인(아로마, 신선함), 미각적 요인(조직감, 바삭감, 부드러움), 최종 감각(복잡도, 여운감 강도)의 5가지 블라인드 평가 항목에서 평균 70% 이상의 점수를 획득한 제품들에 상을 수여한다. 퍼스티아는 이외에도 국내대회에서도 다수 수상한 바 있는데, 국내 티 블렌딩 대회인 ‘골든티어워드’와 ‘코리아티챔피언십’에서 금상, 은상을 비롯해 총 10관왕을 수상, ‘2022년 서울카페쇼 엑셀런스 어워드’에서 지속가능성 부문을 수상했다. 윤 대표는 이 같은 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이 세상의 모든 식재료가 블렌딩 티의 재료가 될 수 있다’는 일념으로 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식품으로 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블렌딩 티의 제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장을 자주 다니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재료가 상당히 많습니다. 최근에는 홍화씨를 발견해 활용 중인데, 씨를 로스팅해 사용하면 보리차보다 향이 연하면서 바디감을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식재료의 세계는 정말 무궁무진한 것 같습니다.” 그는 못난이 농산물도 기존의 사과와 배, 귤에 한정하지 않고 다양한 작물을 알아보고 있다. 얼마 전에는 충남대학교 영농창업지원단과 MOU를 맺고 조치원의 복숭아 농가로부터 수급을 협의 중에 있다. 현재 농가의 농산물 발생 현황을 파악 중이며 레시피에 대한 연구도 함께 진행 중이다. 더불어 갈마동에서 운영 중인 오프라인 쇼룸 ‘퍼스티아 티랩’에서는 블렌딩 tea와 tea를 활용한 음료(tea variation), 그리고 tea 칵테일 등 차를 활용한 다양한 음료를 티 블렌더가 직접 만들어주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티 블렌딩 클래스, 티 코스 등 tea를 매개로 한 다양한 행사도 티랩에서 열리고 있으며, 이번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파티시에와 협업하여 tea & dessert 페어링 코스를 진행 예정이다.

지속가능한 차 문화 선도해 해외 진출 포문 열다

창업한 지 이제 2년을 조금 넘겼다. 윤 대표가 예상하는 올해 매출은 1억 5,000만 원 정도, 매출이 없었던 창업 첫해에 비하면 놀라운 성장이다. 마케팅 비용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무료 티클래스나 시음회, 케이터링 등으로 직접 발로 뛰는 홍보를 했었는데, 그때의 노력이 하나씩 빛을 보고 있다. 현재 매출은 대부분 기업에 납품하는 방식인 B2B에서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 경기점, 센텀시티점, 대전점에서 브랜드 팝업을 진행했고, 추가로 대구점(12월22일~28일)도 진행 예정이다. 세 곳의 판매 현황을 보니 소비자 판매 또한 성적이 나쁘지 않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에는 정기 배송이나 티 큐레이션 서비스를 강화해 본격적으로 B2C 판매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창업 초창기에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 및 시장의 반응을 파악하는 데 집중했다면, 현재는 시장 피드백을 수용하고 이를 한 단계 발전시켜 사업의 확장 가능성을 검토하는 시기. 이 과정에서 윤 대표는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가 주관하는 스타트업 투자 위크에 방문해 센터와 인연을 맺기도 했다. 이를 계기로 스타트업 디 레벨업 사업에 지원해 최종 기업으로 선정됐으며, 이 과정에서 많은 멘토링을 받으며 사업의 방향을 설정해 나갔다.

“시장에서의 경험과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의 컨설팅 등의 내용을 바탕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까지 선도하며 지속가능한 차 문화를 만드는 푸드 업사이클링 전문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습니다!”


firstea tea lab  퍼스티아 티랩

오전 11:00 ~ 오후 10:00 (화, 수, 목, 금, 토, 일 / 월요일 휴무)

대전광역시 서구 갈마동 265-6번지 퍼스티아 티랩

070-7176-1161  www.first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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