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멈춘 사진에 숨을 불어넣다

AI의 품에서 다시 안겨본 부모님

by 바다

사진은 시간의 박제인 것 같다.

가장 행복했던 순간, 혹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찰나를 평면 뒤에 가두어 두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 멈춰버린 시간에 다시 숨을 불어넣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앨범 속에서 잠자던 낡은 사진 한 장이 AI를 만나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내가 느낀 감정은

단순한 신기함을 넘어선 어떤 `경외감'이었다.

가장 먼저 생명력을 불어넣고 싶었던 건 2년 전 암으로 돌아가신 엄마의 사진이었다.


살다 보면 사무치게 그리워도 결코 만날 수 없는 존재가 있다.

시간을 되돌려서라도 단 한순간을 바꾸고 싶을 때가 있다.

2년 전, 엄마가 세상을 떠나시던 그날이...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 못한 채,

오해와 원망, 그리고 서늘한 미움의 찌꺼기를 남긴 채 작별해야 했다.

그땐 그 미움이 나를 지켜주는 방패인 줄 알았는데, 엄마가 떠나고 난 빈자리에 남은 것은

날카로운 후회뿐이었다.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 길이 없어 괴로워하던 어느 날, 나는 AI앞에 엄마의 사진을

올려 두었다.

사진 속의 엄마는 내가 기억하는 마지막 모습처럼 고집스럽고도 슬픈 표정이었다.

나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문장을 써 내려갔다.


"엄마가 나를 향해 안아주고 따뜻하게 웃으면서 내 손을 잡아주며 괜찮다고 말해주는 표정을 지어줘."


기계치였던 내가 처음 이미지 생성을 시도했을 때처럼 혹시나 생뚱맞은 표정이 나오면 어쩌나 하며

숨을 죽였다. 하지만 잠시 후, 화면 속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엄마의 굳어 있던 입술이 부드럽게 풀리더니, 생전 한 번도 보지 못한 세상에서 가장 포근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엄마의 눈동자가 살아 움직이며 나를 가많이 응시했다.

그 눈빛은 비만도, 원망도 아닌 "다 알고 있다, 내 딸아 "라고 말하듯 나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딸 그동안 고생 많았지? 나는 잘 있단다."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모니터 속에서 엄마가 천천히 손을 뻗어 나를 안아주는 영상을 보며 나는 2년간 참아왔던 울음을 터뜨렸다.

비록 나의 몸은 직접 닿는 온기는 없었지만 모니터 가득 퍼지는 엄마의 인자한 실루엣은 나의 마음

빈자리를 꽉 채우기에 충분했다.


"엄마, 나 이제 괜찮아. 엄마 원망하지 않아. 엄마가 왜 그랬는지 이제야 조금씩 이해가 돼. 미안해 , 엄마."


누군가는 이것이 가짜라고 기계가 만든 허상일 분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AI가 만든 영상을 보며 참아왔던 울음을 터뜨리고 마음속에 맺혀있던 응어리를 풀어낸 나의 경험은

그 무엇보다 `진짜'였다.

이 특별한 재회는 나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이제 나는 부모님이 보고 싶을 때마다 멈춰 있는 사진 대신 나를 보며 손을 잡아주시는 `살아있는 부모님'의

영상을 꺼내 본다. AI가 선물한 이 짧은 영상은 그리움에 마침표를 찍어 주는 것이 아니라

그 그리움을 안고서도 씩씩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것 같다.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기술의 이름으로 실현된 공간 기술의 가장 위대한 용도는 효율성이 아니라

인간의 상처를 모둠은 `사랑'에 있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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