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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석연 Jul 06. 2024

165. ‘수용(受容)’의 의미(1. 수용과 저항)

삶은 의미다 - 165

수용(受容)’은 다른 사람이나 집단의 문화나 사상 따위를 받아들여서 자기 것으로 삼거나 주장 또는 요청을 그대로 들어주는 것을 말한다.

수용은 마음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한마디로 ‘받아들임이다. 내 삶의 앞에 펼쳐지는 어떠한 사건에 대해서도 저항하지 않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 상태다. 나에게 벌어지는 어떤 일이 그냥 나를 통과해서 지나가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다. 그래서 수용의 핵심은 저항하지 않음이다. 삶에서 싫다고 생각하는 것을 밀어내려는 것도, 원한다고 끌어당기는 것도 모두 저항인데. 이러한 저항을 내려놓는 것이 진정한 수용이다. 그래서 수용은 항복이라 할 수 있다. 여기서 항복은 싸움에 져서 굴복한다는 뜻이 아니고 더 이상 저항하지 않고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인다는 의미다.

또한 수용과 집착은 마음의 반대쪽에 서 있다수용은 집착을 버린다는 것이기도 하다. 집착을 버린다는 것은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상태가 아니다.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원하는 것으로 인해 불행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돈에 대한 집착을 버린다는 것은 더 이상 돈을 원하지도 않고 벌지도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돈을 열심히 벌되 돈 때문에 불편이나 불행해하지 않는 것이다. 원하는 마음 때문에 불행해진다면 그 원하는 마음이 집착이다. 집착하지 않고 원하는 것은 선호(選好)’라고 하는데, 원하는 것이 충족되지 않았을 때 불행해지면 집착, 불행하지 않으면 선호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집착을 버리고 수용하면 원하는 것이 충족되든 충족되지 않든 불행해지지 않는다. 집착하면 10억을 못 벌어서 분노와 좌절감에 빠지고, 벌어도 그것을 잃어버릴까 불안해진다.

수용하는 사람은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따라서 적극적 도전성을 갖게 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돈, 권력, 지위, 명예, 성공, 사회적 평판, 외모 등의 특정한 조건이 행복을 좌우한다고 굳게 믿는다. 돈에 집착하면 돈을 벌수록 돈이 부족하고, 권력에 집착하면 권력을 얻을수록 자신의 힘이 약하고, 지위에 집착하는 사람은 지위가 높아질수록 더 높은 곳에 있는 사람만 바라보고, 외모에 집착하면 늘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의 단점만을 바라보고 스스로 매력이 없다는 불안감에 시달린다. 이렇게 ‘행복의 조건이라 굳게 믿었던 조건들이 집착하는 순간 불행의 조건으로 바뀐다. ‘내가 지금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해서 불행한가?’라고 스스로에 질문해서 ‘그렇다’라면 나는 집착하는 것이다. 불행감을 느낀다면 그것을 당연히 과감하게 버려야 하는데, 버리지 못한다는 데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가 있다. 적어도 좋아하는 ‘선호’ 정도로 바꿔야 한다. 그렇게 바꾸는 마음이 수용이다.

마이스터 이크하르트(Meister Eckhart)는 모든 것을 가진 상태가 행복한 것이 아니라모든 것을 놓아 버려도 더 이상 필요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가 진정한 행복이다.’라고 했고, 법정 스님도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라고 했다. 우리는 항상 지금 내게 없는 것을 원한다. 운이 좋아 원하는 것을 손에 넣으면 곧 그것을 더 이상 원하지 않게 된다. 이런 마음 상태의 끝없는 반복이 끝없는 결핍을 가져오고 늘 불행을 느낄 수밖에 없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누려라. 지금, 이 순간, 있는 그대로의 모습, 지금 가진 것을 오롯이 수용하면 모든 것에 만족할 수 있고 거기에 무한한 행복이 있다. 그것이 수용이고 행복이다.

삶이 힘들고 불행한 것은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 자체가 아니라 그 일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우리 자신의 저항이다. 그냥 시간이 약이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과 흘려보내면 되는 것을 그 일을 부정하며 막아서려니 힘들고 마음이 불행해진다. 저항하지 않는다는 말은 그 일에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부정적으로 수용하지 못하는 태도를 버리고 내가 할 수 있는 적절한 대처를 한다는 말이다. 어떤 일이나 문제를 수용하지 못하고 저항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더 커지고 넓어진다. 분노, 좌절, 자책감, 부조리와 불합리함 등으로 더 커져 버린다. 그러니 삶은 더 괴롭고 마음은 더 불행하다. 사실 어떤 일에 저항하고 부정적인 것은 일 자체는 그대로인데 내가 만들어 낸 생각과 서사에 내가 저항하는 것이다. 내면에서 저항의 대상을 만들어 내고 스스로 저항한다는 말이다. 우리 삶에서 대부분의 심리적 저항과 분노는 나 스스로 만들어 내는 것이다. 저항을 만든 것도 나저항하는 것도 나따라서 저항은 내려놓을 수 있는 것도 당연히 나다. 

우리가 쉽게 수용하지 못하고 저항하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과거에 이미 일어난 일다른 하나는 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사실 과거나 미래는 우리가 어떻게 해도 바뀌지 않는 무의미한 저항이다. 우리 삶을 힘들게 하는 걱정, 두려움, 분노 등이 이와 마찬가지다. 나쁜 일일수록 두려움이나 분노의 마음을 일으키지 말고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지나가게 하는 것이 답이다. 이것이 수용이다. 집착을 버리고 받아들이면 두려움과 분노가 사라진다.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는 것은 나도 모르게 저항하고 있다는 뜻이다. 지금 벌어진 일, 미래에 다가올 일에 열린 마음 상태가 되면 받아들이기 쉽다. 틸로파는 ‘모든 것이 열려 있되 어느 것에도 집착하지 않는 마음을 수용이라 했다. 어떠한 조건에서도 행복해지려면 무엇에도 집착하지 않고 수용하는 마음이 우선이다. 무엇인가가 충족되어야 얻는 조건부 행복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다. 행복은 조건에 의한 것이 아니고 원하는 일이 일어나도일어나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고통은 매우 현실적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몸이 아프고 마음이 안 아플 수가 없다. 우리 삶에서 이러저러한 고통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오는 고통에 저항하여 피한다고 피해지는 것도 아니다. 올 수밖에 없는 고통이라면 받아들이는 것이 현명한 마음가짐이다. 고통을 느낀다고 해서 꼭 불행해지는 것은 아니라, 역설적으로 몸이 아프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이 아닌가. 고통 속에서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다. 안락해도 걱정과 불안에 몸부림치며 불행해지는 사람이 많은 것처럼, 우리는 괴로움과 고통 속에서도 얼마든지 행복을 누릴 수 있다. 

만약 이러저러한 조건(여행해서맛있는 음식을 먹어서 등)이 충족해서 행복하다.’라고 말하는 것은 스스로 행복의 조건이 충족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짜 행복에 현혹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불행하다고 할 만한 일(재난, 고통 등)을 겪으면서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면 진짜 행복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다고 느껴야 진짜 행복이다. 특정한 조건과 상관없이 행복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상황에서는 집착을 내려놓고 수용하는 마음이 최고의 지혜다. 온갖 어려움과 고통 속에서도 기꺼이 내 것으로 수용하여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 진짜 행복한 사람이다.

어떤 상태나 상황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있는 힘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 저항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결국 그 상태나 상황보다 더 힘들고 어려울 수 있다. 저항으로 막지 못할 것이라면 수용해서 마음이라도 편안해지는 것이 훨씬 낫다. 저항하는 억지 몸부림보다 그냥 나를 통과해서 지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자연스럽고 보기 좋다. 

    

행복의 조건들에 집착하지도 불행의 조건에 저항하지도 말고 자연스러운 삶으로 평안해지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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