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트럴파크 _ 도시공원을 그린 미국의 인상주의 화가
키 높은 나무들이 줄지어 심긴 공원에 여러 사람들이 모여 있다.
햇볕이 따가운 날인지 다양한 색상의 양산을 쓰고서 앉거나 서서 이야기를 나눈다. 수채화로 그려내 흐릿한 듯 표현된 빛과 어두움은 공원 숲의 깊이를 더하며 다양한 층위의 활동을 밝힌다. 물감의 차이 때문일까? 유럽 인상주의 작품의 반짝임과 입체감을 볼 수 없지만, 약간은 몽환적인 모양으로 경계가 사라지는 뭉개지고 겹쳐지는 여러 인물들은 빛과 어두움 각각의 부분 속으로 저며드는 듯 배경의 일부로 결합되고 있기도 하다.
오월의 센트럴파크를 그린 화가의 다른 연작, 1901년 ‘오월의 축제(May Day)’에는 보다 생동감 있는 사람들의 일상이 그려진다. 축제를 기념하는 오월의 기둥(Maypole)을 둘러싼 사람들은 여러 갈래의 끈을 붙잡고 기둥을 중심으로 돌고, 하얀 옷을 차려입은 소녀들은 자기의 차례를 기다리며 한껏 고조되어 있다. 화가는 커다란 나무 숲을 뚫고 들어오는 햇볕을 나무 가지와 지면에 방향성 있게 표현하고 있는데, 수채화임에도 불구하고, 인상파 화가들의 그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발산되는 생생한 빛의 역할이 돋보인다. 이러한 빛의 스펙트럼을 따라 공원의 배경과 비슷한 톤의 옷을 입은 사람들은 그림 속으로 스며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일체감을 보여준다.
( 재미있는 점은 1900년대 초에 그린 센트럴 파크 오월제 연작에 유모차를 타고 나온 아이와 그를 돌보는 이들의 모습이 계속하여 등장하는데, 무엇이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화가의 관심을 끌었는지 자뭇 궁금하기도 하다. )
아무래도 프렌더개스트 그림의 가장 큰 특징은 수채화의 붓을 빌려 빛의 순간성을 표현하고자 하였다는 점이다. 사실 인상주의 화풍은 선천적으로 유화의 표현을 기본으로 한다. 붓의 분명한 터치에 의한 색상의 대비를 통해 빛이 발하는 풍경을 순간적으로 포착하고자 하는 개념이 담겼기 때문이다. 때문에, 붓 위에 붓을 더하여 보다 풍부한 색감을 구현하기 어렵고, 특히 적극적인 하얀색 터치를 할 수 없는 특성상, 수채물감을 통해 인상주의 풍경을 표현해 내는 것은 확실히 대륙의 그것과 다를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독특한 표현력이 프렌더개스트를 가장 독창적인 후기인상주의 화가의 반열에 올려놓는 큰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모리스 브라질 프렌더개스트(Maurice Brazil Prendergast)는 캐나다 뉴펀들랜드주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미국 보스턴으로 이주하였다. 가난하였으나 예술적 감각이 풍부한 분위기에서 자란 그는 십 대 시설 상점에서 간판과 포스터를 그리는 일을 하며 그림 기술을 익히기도 하였다. 그 후, 액자상을 하던 동생의 지원을 받아 19세기 후반 프랑스 파리로 그림을 공부하러 갔다.
그는 유럽 그림 여행 중에 인상파와 나비파로부터 여러 영향을 받았다. 그림의 주제와 인물의 구도에서 조르주 쇠라를, 빛과 사람의 표현에 있어서는 폴 세잔을, 나뭇잎을 표현함에 있어서는 빈센트 반 고흐를 연상하는듯한 그의 그림은 한편으로는, 앞선 이들과는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으로, 다시 한번, 수채화의 붓을 빌려 그만의 작업으로 재현한 독창적인 화풍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한편, 그곳에서 그는 같은 캐나다 화가 제임스 모리스(James Morris)를 비롯하여 많은 캐나다 미국 화가들과 교류하였는데, 이는 1907년에 결성한 미국 미술가 그룹 ‘에이트(8)‘ 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에이트 그룹 결성 시점을 전후로 그는 수채화에서 유화로의 화풍 전환을 이루는데 폴 세잔이나 모네 등의 추상적인 기법에서 모티프를 따와 그만의 모자이크 방식으로 평면적인 패턴을 반복하는 독특한 화풍을 선도하였다.
그는 특히 그가 머물렀던 공간의 공원과 정원들을 많이 그렸는데, 특히 보스턴과 뉴욕의 대표적 공원들을 자주 그려내곤 했다. 흥미로운 점은 그는 공원 그 자체를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그곳에서 이뤄지는 사람들의 일상을 그려내고 있는데, 공원에서 이뤄지는 사람들의 다양한 행사과 모임을 기록하듯 그려내었다. 그래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등장하게 되고, 마치 요즘 대중 사진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그의 공원에 대한 관심은 아무래도 유럽에 머물면서 자연과 공공정원의 풍경을 옮긴 화가들의 영향을 받기도 하였을 터이고, 또한 당시 도시 근대화의 커다란 상징으로 이미 뉴욕의 대표 명소로서 기능한 센트럴 파크에 계절을 따라 많은 사람들이 모이며 자연스럽게 다양한 행사가 개최되었을 터니 화가의 관심을 사로잡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그는 센트럴 파크의 메이데이와 독립기념일 축제를 그리고, 계절의 변화를 배경으로 하는 마차들의 행진 같은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곤 했다.
첨부> 프렌더개스트의 그림을 정리하다, 단풍이 절정에 이르러 온 세상이 갈색으로 옷 입은 지금 시절을 가장 적확하게 보여주는 그림이 있어 같이 소개한다. 보스턴에 있다는 저 교회는, 그림으로부터 백 년이 지난 지금 이 계절에도, 여전히 그림을 옮긴듯한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