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 앞서 - 나는 왜 동화를 읽는가
제가 태어나 자란 세대는 요즘과 다르게 어린이가 귀하지 않던 시절이었습니. 그래서 외적인 것들로 인한 차별을 많이 받고 자라 상처가 많은 세대입니다. 마음이 어두웠던 그때 저를 행복하게 해 주었던 것은 세계 명작 동화였습니다. 교사가 되어서 아이들과 함께 동화를 읽다 보니 어릴 적 읽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한 아이들의 시선과 성인이 된 저의 시선이 다르다는 것을 경험하였습니다.
당시에는 (80년대) 지금처럼 책을 아무나 자유롭게 읽을 수 있었던 시절도 아니었습니다. 특정 출판사에서 나온 세계문학 전집을 구입해야만 읽을 수 있었지요. 당시 책은 가진 자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가난한 집 아이들은 학교에 있는 학급문고를 읽거나 빌려서 읽는 수밖에 없었지요. 그래서 그때는 텔레비전을 통해 명작을 처음 만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애니메이션 하이디를 보고서 알프스의 아름다운 산을 동경하기도 하고, 오즈의 마법사를 보면서 환상의 나라를 꿈꾸기도 하였지요. 머리를 양옆으로 땋아 올린 삐삐를 보면서 신나기도 하였고 통쾌해하기도 했었지요. 어느 날 문득 저는 애니메이션의 바탕이 된 동화들을 책으로 읽고 싶어 졌습니다.
관심이 있는 만큼 보인다고 당시 저와 친하게 지낸 이웃 동생이 있었는데 그곳에 오즈 동화 시리즈가 있었지요. 착한 이웃은 저에게 책을 모두 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읽고 또 읽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작은 집에 놀러를 갔을 때 사촌 오빠 방 책꽂이에서 세계문학 전집을 발견하였습니다. 거기에 명작동화 전집이 있는 것을 보고는 책을 읽으러 자주 방문을 하곤 했습니다. 사촌 오빠는 동화책에는 관심이 없어 보여서 저는 마음 놓고 책을 읽을 수 있었지요. 저는 그렇게 동화책을 친구로 삼아 환상의 시간을 보내곤 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어렸을 때 읽었던 명작동화들은 일본판을 번역한 경우가 많았고 축약본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성인 문학을 어린이 책으로 엮어서 만들어 놓은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 내용이 재미가 없었지요.
기쁘게도 근래에 클래식 문학의 원전을 다시 찾아서 완역본으로 탄생시킨 출판물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저는 어릴 적 읽었던 추억의 명작을 작가가 쓴 오리지널 창작물로 찾아 읽어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습니다. 애니메이션과 책의 느낌은 어떻게 다른지, 그림의 모습들을 글로는 어떻게 묘사해 놓았는지 궁금했습니다.
동화는 ‘어린이들이 읽는 책이야’라는 편견이 있습니다. 동화책 읽는 어른을 한심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초등 교사라 동화책을 읽으면 주변에서 ‘수업하려고 읽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네 저도 처음에는 수업하려고, 교육 활동에 활용하기 위해 읽었습니다. 그러다가 동화 자체의 매력에 빠져버렸습니다. 철이 들어 다시 읽는 동화는 느낌이 달랐습니다.
추억의 명작들을 다시 읽으니 성인 문학 못지않게 인생의 철학, 의미,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와 통찰이 담겨 있었습니다. 왜 예전에는 이 문장들이 심금을 울리지 않았을까? 등장인물들의 고독과 고뇌가 느껴지고 인생의 가치를 발견하게 됩니다.
시대가 변화면 가치관도 변합니다. 10대에 읽었던 작품들의 원작을 찾아 현시대에 공감에 되도록 재해석해 보고자 합니다. 새롭게 번역된 완역본 동화와 그 외 문학에 대한 해석, 치유, 공감의 경험을 나누고자 합니다.
저는 문학이 예술의 밑거름이라 생각합니다. 세상은 이야기로 탄생하였고 그런 이야기가 예술을 창조하는 바탕이 됩니다. 예술은 치유하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와 통찰을 제공합니다.
인생의 중턱을 마주한 아이 같은 어른이 동화를 읽으며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력과 따스한 위로를 느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