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상소년

by 한소로


나는 가끔 공상에 빠진다.


친구와 얘기를 할 때든, 노새를 먹이러 갈 때든, 밥을 먹을 때든, 수업을 들을 때든.


딱!


"앗!"


"브랜든, 너 또 딴생각하는 거니?"


와하하하, 반 아이들이 모두 웃어댔다.


난 분필에 맞은 옆머리를 손으로 문질렀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맞을 때마다 기분이 나쁘다. 에머스 선생님은 일부러 내가 싫어하는 방식으로 나를 괴롭히곤 한다. 지난번에는 머리에 분필 가루가 묻은 줄도 모르고 집에 돌아가는 바람에 아버지한테 한 번 더 혼났다.


"수업을 듣기 싫으면 복도에 나가서 서 있어!"


분필 가루가 묻었을까 머리를 탈탈 털고 있자니 에머스 선생님이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나는 군말 없이 일어났다.


"머리도 나쁜 애가 공부도 안하고, 대체 커서 뭐가 되려고 저러는지."


복도로 나가는 와중에도 등 뒤에 선생님의 비난이 꽂혔다.





"틀림없이 노처녀 히스테리야."


나는 풀잎을 질겅질겅 씹으며 말했다. 머리 뒤의 짓이겨진 풀밭에서 싱그러운 풀 냄새가 올라왔다.


"하루이틀이냐."


샘이 양쪽 팔을 베고 누운 채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시선은 날아가는 나비모양 구름에 꽂혀있었다.


"짜증나 죽겠어. 매번 내가 더 싫어하는 방식을 잘도 찾아내."


"유독 요즘 너한테 심하긴 하지."


"누가 남자한테 차이는 꼴 같은 걸 보이랬나? 나도 보고 싶지 않았다고."


샘이 낄낄댔다.


"아, 못 본 게 아쉽다."


"그럼 나랑 바꿔."


"괴롭힘 당하는 건 싫거든?"


그러더니 본격적으로 폭소하기 시작했다. 에머스 선생님을 거절한 데릴은 샘네 첫째 형이랑 친했다. 아마 형한테 들은 얘기가 더 있을 거다. 아니면 데릴 본인에게 들었던지.


"혼자 웃지 말고 나랑 공유하라고!"


"아무데서나 공상하는 너랑? 됐거든."


난 불퉁한 표정을 지었다. 지난번에 샘한테 들었던 얘기를 토대로 이런저런 상상을 덧붙여 얘기를 만들어냈는데, 샘은 그걸 아주 기분 나빠했다. 그 뒤로는 얘깃거리가 될만한 건 나랑 공유를 안 한다. 치사한 자식. 제일 친한 친구라면서 이 모양이다.


난 벌떡 일어나 괜히 발 밑의 풀을 한 번 걷어찼다.


"토마스한테 확 차여버려라!"


"에머스 선생이 이번엔 토마스 쫓아다니냐?!"


샘은 발작하듯 굴러다니며 또 폭소했다.





"히히히힝!"


"!"


노새 우는 소리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드니 어느새 사위가 어둑해져 있었다.


난 화들짝 놀라서 얼른 노새를 끌고 집으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집 앞에는 엄마가 화가 난 표정으로 허리에 손을 얹고 있었다.


"브랜든! 또 멍하니 딴생각하다가 늦은 거니?!"


"엄마······."


"너한테는 노새 풀 먹이는 것도 못 시키겠구나. 매번 이렇게 늦어서 사람을 걱정시키니."


"미안해요."


"얼른 들어가서 저녁 먹어."


집으로 들어가니 아버지가 식탁 앞에 앉아 계셨다.


나도 모르게 눈치를 슬슬 보며 그 앞에 앉았다. 아버지는 별 말씀하지 않으셨지만, 혀를 쯧 하고 한 번 찼다. 또냐? 라는 뉘앙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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