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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Dec 08. 2019

눈물은 나지만 공감은 없다

영화 [감쪽 같은 그녀] 리뷰

영화 [감쪽같은 그녀]를 수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수식어들이 있습니다. 노인을 주인공인 영화이면서, 아이가 주인공인 청소년 영화 그리고 여성 중심의 서사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는 가족 영화이기도 합니다. [아이 캔 스피크]로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많은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나문희 배우의 주연작이라는 점과, 영화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아역배우인 김수안 배우의 만남이라는 점도 이 영화를 기대하게 만듭니다.


필연적으로 이 영화에는 많은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이 영화를 수식하는 말들은 기존 영화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포함되어 있는 말들입니다. 이와 반대로 영화가 이들을 약자의 위치에 두고서 이들은 한 없이 가엽고 불쌍한 인물로만 그려서 관객들의 눈물만을 자극하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했습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눈치채셨겠지만, 이 영화는 저의 기대는 모두 빗나가고, 저의 우려는 모두 영화에서 나타났습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저의 기대와는 완전 반대되는 영화가 나와서 허무하기도 합니다.




- 감상과 당부

영화에 대한 이야기에 앞서 당부이자, 저의 감상을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제가 생각하는 영화의  가장 큰 목표인 관객들에게 감정적인 동요를 일으키는 것에는 성공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인물 구성으로 관객들을 못 울리는 것이 이상할 정도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것이 어쩌면 당연합니다. 

앞으로 제가 하는 이야기는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린 관객분들이 이상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그 눈물을 흘린 이유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영화 속에 인물이 아무리 극악무도한 인물이라도 부모님의 죽음 앞에서 흘리는 눈물에는 관객분들도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눈물을 흘리게 되는 지점도 이와 비슷합니다. 주인공의 감정에 공감하여서, 눈물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앞부분 다 잘라내고, 포인트 장면만 보아도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것이죠. 이는 인물에 대한 공감이 아닌 상황에 대한 공감이고, 상황에 대한 공감은 영화가 관객들을 울리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아도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영화가 이 눈물에 기여한 것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리셨더라도 오해하지 마시고, 지금부터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 좋은 재료

이미 내공 깊은 연기를 보여주는 나문희 배우와 성인 연기자 못지않은 김수안 배우가 딸과 손녀의 관계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손녀의 이야기입니다. 이런 구성만 들어도 눈물이 날 것 같은 설정입니다. 이런 조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관객들을 울리지 못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영화를 망작이라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감정적인 동요가 좋은 영화라는 기준을 충족시키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물론, 좋은 영화라는 기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영화적인 완성도나 연출 그리고 이야기의 구성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한 영화입니다. 이런 영화야 말로 관객들을 울리려고 한다면, 얼마든지 관객들을 울릴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이런 영화에는 관객들도 어느 정도 마음에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감동을 보여주는 것에 비교적 너그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가 보여준 모습보다 더 큰 감정적인 폭발을 만들 수도 있을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소재를 가지고 이렇게까지 밖에 못 하나 하는 생각이 더 들었습니다. 이는 영화가 의도적으로 감정적인 부분을 자제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럴 이유를 찾기 어렵습니다. 영화가 감정적인 부분을 자제하는 이유는 그 감정에 빠져서 영화의 의도를 못 보게 되거나, 중요한 내용을 못 보고 지나치게 되거나, 슬픈 영화로만 기억되지 않으려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 영화에는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저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사회적인 메시지가 담겨있는 부분도 없고, 현실을 꼬집는 부분도 없습니다. 


가령, 주인공인 말순이 치매로 인해서 요양병원을 알아보려고 하는데 금전적인 부분으로 힘들어하거나 혹은 사회가 이들에게 무관심한다던가 하는 내용이 들어있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이와는 반대로 이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사람들을 조명할 수도 있겠죠. 힘들어하는 이들을 도와주며, 함께하는 사회라는 것을 강조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사회적인 이야기가 전혀 담겨있지 않습니다. 단순, 관객들을 눈물 흘리게 하는 것에만 관심을 두고 있죠.



- 오로지 직진

이런 이야길 하는 이유는 영화가 이야기 진행 말고 다른 것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물들의 움직임이 다소 인위적이라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지요. 영화의 한 장면으로 예를 들자면, 말순과 공주가 서로의 감정이 격해져서, 말순이 공주의 손을 무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때, 갑자기 동광이 등장하여 이들을 말립니다. 두 사람이 식당에서 밥을 먹고 있던 것도 아니고, 집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거니와 이 장면에서 동광이 이 공간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장면은 등장하지도 않습니다. 설사, 이들의 집을 방문한 동광이 이런 모습을 보고 말리려고 한 것이라면 동광이 집으로 들어오면서 놀라는 장면 하나만 있어도 설명이 가능한 장면이죠. 길어도 5초 정도 되는 한 장면이 들어가면 되는 것인데, 이것마저 생략이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동광이 이들의 집을 방문을 한 이유도 설명되어 있지 않습니다. 말순을 보살피기 위해서 온 것이라면, 이전 상황들에서 동광이 정기적으로 방문을 한다는 설명이라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 NO 설명, 설명을 하지 않습니다

이처럼 영화에는 설명이 없습니다. 어떤 인물이 움직이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 어느 하나 속 시원하게 설명하고 있지 않습니다. 말순의 딸이자, 공주의 엄마에 어떤 비밀이 있을 것처럼 말하고 이를 보여주지도 않습니다. 그저 인물들의 대사로 대충 처리하고 넘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영화의 중반부 이후에 등장하는 혜인과 인우라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사연에 대해서도 언급만 할 뿐 설명하지 않습니다. 


이런 이야기에 그런 걸 다 설명하면 영화가 길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맞는 이야기입니다. 때문에 대부분 영화에서는 설명하지 못하거나, 설명이 길어질 것 같은 설정은 넣지 않는 것이죠. 혹시 설명이 부족하더라도, 심정적으로 나마 이해가 되어야 하는데, 영화를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도 있겠다’라고 치부하며 넘어갑니다. 이는 심정적인 이해가 아니라 인과에 대한 인정입니다. 그렇기에 인물의 감정에 100% 공감하여서 보는 것이 아닌, 그들과 동떨어진 관찰자의 시선으로 영화를 보게 됩니다. 



 - 공감을 하기에는 부족하다

이런 시선이 앞서 이야기한 부분의 문제와 이어집니다. 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기 때문에 상당히 슬픈 내용임에도 그 내용이 온전히 관객들에게 전달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기로 결정을 했다면, 영화를 보면서 울 것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 관람을 하실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미 울 생각을 하고 관람을 한 관객들이기 때문에 조금만 슬퍼도 금방 공감할 수 있는 것이죠. 즉,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린 것은 영화 속 인물들의 감정에 집중하여서, 인물에게 공감하여서 흘리는 눈물이 아닌 그저 상황이 슬퍼서 흐리는 눈물이라는 것이죠. 그렇기에 영화와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에게는 큰 공감이 될 수 있을 것이나, 관련된 경험이 없는 분들에게는 크게 와 닿지 못할 것입니다. 직접 겪지 못하는 상황을 영화를 통해서 공감하고, 이해하게 만들어주는 영화의 기능과는 조금 동떨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영화를 본 관객들이 눈물을 흘리는 결과가 나오기는 했지만, 영화가 눈물을 유도하는 방식이 탄탄한 기초를 가지고, 정석과 같은 과정을 거친 것이 아니라 편법을 사용하여서 비슷한 감정을 유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음식으로 치자면, 원재료 느낌이 나는 조미료를 사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필요하지만, 이건 아니지

그럼에도 저는 이런 영화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내용과는 다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노인이나 아이들은 영화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아닙니다. 대부분 주인공의 가족으로만 등장하는 경우가 많죠.

작년 초에 개봉했던 [비밥바룰라]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 또한 주인공 4명 모두 노인이며, 대부분의 이야기 또한 노인들이 하는 걱정과 생활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이 영화가 영화적으로 높은 완성도를 보이고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좋은 시도를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영화들이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많은 관객 수가 들어야 지속적으로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그 말에는 동의하지만, 제가 여러분들에게 [비밥바룰라]를 보라고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이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만든 영화임에는 동의하지만,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흥미롭게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처럼 관객들은 과거와 다르게 영화의 의도만을 가지고 영화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의도가 좋더라도, 영화적 기능을 제대로 한 뒤에 그 의도가 중요해지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노인과 아이 그리고 두 주인공 모두 여성이라는 코드를 이용하여서, 만든 단순 신파극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현실적인 이야기 전혀 없이 판타지 같은 감동만을 만들어 내려는 영화에 관객들이 쉽게 공감을 해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 뭐가 많긴 한데

추가로 설정은 등장하지만, 이를 활용하는 모습이 없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2000년 부산입니다. 대부분 이런 시대적 설정이 명확한 영화의 경우, 시간의 경과를 보여주기 위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 영화 또한 시간의 경과가 표현된 영화라고 생각을 했는데, 영화 내내 그런 설정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영화의 후반에 성인이 된 공주가 잠깐 등장하긴 하는데, 이 한 장면을 위해서 2000년으로 설정했다고 볼 수 있겠죠. 영화를 보신 분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2000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장면이 있었나요? 저는 없었다고 대답하겠습니다. 당시 유행했던 딱지가 등장하거나, 실내화 주머니 등 분명 관객들의 추억을 살릴 수 있는 부분이 있음에도 영화는 그 부분을 잘 살리지 못합니다. 


영화에서 또 한 가지 강조하고 있는 것은 공주가 진주에게 불러주는 자장가 같은 음악입니다. 네이버 영화 소개에서는 이 점을 강조하여 홍보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그다지 기억에 남는 멜로디도 아니거니와 가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불러서 알아듣기도 어렵습니다. 뿐만 아니라 영화의 초반 등장하는 순발력 있는 공주의 모습 또한 영화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합니다.

그리고 왜 자꾸 감쪽같다는 표현을 쓰는 것일까요? 영화 속에서는 이것을 게임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아마 영화는 이것을 ‘Truth or dare’처럼 이용하고 싶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설명을 드리자면, 파티 게임 중 하나로 질문자가 하는 질문에 진실을 답하거나 그러지 못하면 술을 마시는 그런 게임인 것이죠. 이는 여러 영화에서 하나의 소재로 이용된 게임이여, 가까운 일본에서 이뤄지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게임이 진실게임이라는 이름으로 형언되어 사용하고 있죠. 결론은 영화적 설정과 크게 관련 없는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 영화는 크게 몇 가지 설정을 보여주고 있지만 이는 활용하지 못하고, 상황마다 필요한 설정을 끌어와서 보여주는 방식이 반복됩니다. 


기술적으로도 편집점이 어딘지 모르게 이상하다고 생각되는 지점들이 많은데, 이 부분들은 굳이 자세히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아마 이에 대해서 다뤄주시는 분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정리하자면 

영화를 보기 전에 리뷰를 미리 예상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영화의 리뷰 구성은 인물들의 감정을 따라가는 방식의 리뷰가 될 것 같다는 예상을 했습니다. 하지만, 따라갈 감정 자체가 없는 그런 영화입니다. 인물의 감정에 이입을 하려고 하면, 갑자기 다른 상황이 등장합니다. 영화의 초반에는 나름 괜찮게 느끼다가, 할머니가 교무실에 불려 온 순간 등장한 경숙의 엄마라는 인물이 등장할 때, 정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학교에서 에듀케이션을 어떻게 시키는 거예요?’와…. ‘우리 칠드런’이라는 표현은 도대체 누가 쓰는 표현인지….) 여기서부터 전 이 영화에 집중하면서 보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의사 부부는 남편은 반말하는데, 아내는 왜 존댓말을 하는 것인지. 


착한 영화라 부를 수 있지만, 사실 제대로 갖춰져 있는 것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내 이번 리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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