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사, 감정, 음악, 볼거리의 균형이 잘 잡힌 그들의 합주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은 것들이 있다. 우리에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우리의 기억 속에 상징적으로 남아있는 경우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퀸의 노래는 후자에 조금 더 가깝지 않을까 싶다. 우리들은 퀸의 노래를 노래로써 듣기보다는 TV에서 많이 들려왔을 것이다. 그래서 퀸은 모르더라도 그들의 노래를 아는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어떤 특정 상황에서 쓰이기 때문에 가사를 모르더라도, 그 음악이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지 대충 짐작을 하게 된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그런 퀸, 정확히는 ‘프레디 머큐리’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가수이기 전에 인간으로서 짧은 생을 산 그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영화를 필수적으로 관람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영화는 시작부터 아주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보헤미안 랩소디]를 배급하는 20세기 폭스 인트로 영상부터 밴드 버전으로 나온다. 영화적으로 이것을 이용하는 영화들이 많다. [미니언즈]도 있지만, 가장 인상적인 영화는 [위대한 쇼맨]이다. 20세기 폭스의 과거 로고와 음악이 나오다가, 어느 순간 영화의 인트로 장면의 음악으로 바뀌면서 당시 극장에서 영화를 보던 나에게 소름과 전율을 주었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배급사 인트로 영상은 과거 [위대한 쇼맨]과 같은 기대를 심어주었다.
전기영화들을 살펴보면, 한 인물의 감정이나 그의 사연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영화 [퍼스트맨]의 경우도 보면 인물의 서사에 집중하다 보니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환상적인 우주쇼를 기대하며 극장에 갔던 관객들에게 [퍼스트맨]은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와 비교하면 [보헤미안 랩소디]는 프레디 머큐리라는 인물과 퀸 그리고 그들의 노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그 노래들을 즐길 시간을 충분히 주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조금씩 아쉽게 끝난다. 노래를 즐기려고 하면 끝난다. 물론, 이는 마지막에 모든 것을 다 방출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모돈 에너지를 다 방출한다.
이 영화는 음악을 활용할 줄 아는 영화다. 어느 시점에 어떤 노래가 들어가야 하는지 알고 있다. 그들의 상황에 따라 적절한 노래들이 들어간다. 그래서 그 노래들이 더 와닿았다고 생각한다. 음악과 서사의 균형에서 괜찮은 밸런스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상황에서 특정 노래가 나왔을 때, 전율이 올랐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그 텐션을 끝까지 가져가지는 못한다. 어느 순간, 영화의 힘이 빠지기 시작한다. 물론, 프레디 머큐리가 인간적인 고민과 갈등을 보여주는 장면이기 때문에 어쩌면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는 지루하게 느껴졌다. 마지막 결말을 위한 감정을 모으는 시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 감정이 마지막에 터지듯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물론, 나 혼자 그랬고 옆과 앞에 있던 분들은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장면에서 감정이 폭발하는 느낌이 조금 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안 좋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아쉽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전까지 영화의 전개가 아주 좋았기 때문에 더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이 영화는 스크린 엑스에서 봤다. MX관이나 돌비 애트모스관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스크린 엑스를 즐기면서, 사운드 특화를 즐길 수 있는 여의도 스크린 엑스를 좋아하는 편이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이 스크린 엑스에 대한 효과를 아주 잘 활용했다. 여태까지 봤던 스크린 엑스 영화 중에 가장 좋은 효과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광활한 그 공연장의 모습이나, 음악과 함께 진행되는 몽타주에서 스크린 엑스의 효과가 아주 극대화되어서 보여준다. 그리고 스크린 엑스에서만 볼 수 있는 이스터 에그도 존재한다. 어떤 카메오가 스크린 엑스 화면에서만 등장한다. 혹시, 일반 상영관에서 보고 재밌었다면, 스크린 엑스에서 한 번 더 보는 것을 추천한다. 스크린 엑스를 아주 잘 활용한 영화라고 칭찬하고 싶다.
결국, 이 영화는 과거 어떤 인물에 대한 영화다. 보는 사람이 ‘퀸’이라는 그룹에 대해 알고 있다면 그 감동은 더욱 극대화될 것이다. ‘퀸’에 대해 모르는 상태에서 영화를 본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는 노래가 나오는데 그 노래들이 다 퀸의 노래라고 해서 놀랐다”고 하면서 알고 보면 더 재밌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다. 개인적으로는 고등학교 친구 하나가 퀸의 열성팬이다. 그 친구 덕분에 퀸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어쩌면 이 영화를 재밌게 본 이유는 그 친구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퀸’의 노래나 업적에 대해 모르고 이 영화를 봤다면 그냥 괜찮은 영화로만 생각 했을 것 같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것은 이 영화가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만약, ‘퀸’에 대해서 모른다면 노래를 예습하고 가면, 영화의 재미가 더더욱 올라갈 것이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박자를 맞추며, 따라 부르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4.5 / 5 서사, 감정, 음악, 볼거리의 균형이 잘 잡힌 그들의 합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