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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Nov 15. 2018

[영화] 툴리

당신도 '툴리'가 필요하신가요?


‘결국, 모성애?….’

한국의 영화들을 보고 난 후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한국 영화 뿐만 아니라, 많은 영화에서 영화 속 인물이 어떤 사건의 동기로 모성을 많이 이용한다. 영화 [키드 냅]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그런 내용을 가진 영화도 있다. 물론, 부성을 이용한 영화도 있다. [테이큰] 혹은 [테이큰] 그리고 [테이큰]이 있다. 이런 모성이나 부성은 영화 속에서 좋은 소재로 이용한다. 영화의 신파적 요소 중 하나로 배경이나 감정에 대한 설명 없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미친 듯이 구하고 싶어 한다.. 이걸 설명하기 위해 두 남녀가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사건이 있었다는 주저리주저리 설명이 필요 없다. 단 한 줄, ‘그 여자는 그 남자의 딸이다.’ 라는 한 줄만 있으면 모든 것이 설명된다. 좋은 소재이지만, 그만큼 누구가 쉽게 쓸 수 있어서 남용이 되어서 그 의미가 퇴색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한국 영화 중에 [침묵]을 보고 나서 그런 생각을 더더욱 하게 되었다.

‘결국, 모성애?!’

영화 [툴리]를 보면서 든 생각이다. 같은 내용이지만, 전혀 다른 감정을 느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과연 이 영화를 스포일러를 하지 않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영화는 좋은 영화다. 하지만, 유난을 떨고 싶지 않다. 장대비처럼 몰아치는 것이 아니라, 보슬비처럼 우리를 촉촉하게 적셔준다. 영화 [툴리]는 메말라 있던 감정을 적셔주는 영화다. 그리고 우리를 보듬어 주는 영화다.



영화가 끝나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엔딩 크레디트와 OST를 들으며, 영화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된다. 비가 온 후 땅에서 올라오는 습기처럼 영화를 보면서 스며들었던 모든 감정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당신을 돌보러 왔어요’


영화 포스터 속 문구가 너무 마음에 든다. 이 영화를 한 줄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저 한 줄만큼 완벽한 문장은 없을 것이다. 영화 [툴리]는 육아 지친 삶을 보내고 있는 ‘마를로’의 육아를 도와주기 위해 야간 보모 ‘툴리’가 오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줄거리를 보면 별 내용 없는 영화다. 개인적으로 이 날, 상당히 피곤한 하루였다. 오전에 시사회 하나를 갔다가, 다른 일로 바쁘다가 시사회 때문에 일을 서둘러 마치고 다시 극장을 찾았다. 영화를 보면서 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툴리]는 다큐멘터리 같은 시선을 보여주고 있다. 마를로의 하루 일과를 보여주면서, 지겹도록 반복되는 육아를 보여준다. 보는 사람이 다 지겨울 정도다. 보통 영화에서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것 그 이상으로 보여준다. 그걸 매일 하는 마를로의 고통은 얼마날지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이 되는 부분이다. 육아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는 본인도 이 영화를 보면서 육아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특히, 단순히 육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엄마이기 때문에 겪는 것들에 대한 현실적인 문제가 많이 나온다. 임신을 통해 배가 부풀어 오면서 살이 트지 않도록 크림을 바르는 것부터, 출산 후 망가진 몸에 대한 표현 그리고 모유 수유의 고충까지 자세히 나온다.


이 영화의 연출을 맡은 ‘제이슨 라이트맨’은 남성 감독임에도 상당히 자세한 표현을 보여줬다. 이 영화의 각본가인 ‘디아블로 코디’의 힘이라고 볼 수 있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녀는 과거 [주노]라는 영화를 통해 여자 고등학생의 임신에 대한 영화를 쓴 적이 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아마,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이런 여자를 표현하기 위해 샤를리즈 테론은 체중을 22kg를 찌우며 현실적인 출산 후 여성의 모습을 그렸다. 그녀의 그런 노력은 영화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얼굴 표정부터 찌들어 있다는 것이 보일 정도로 그녀의 표현은 아주 대단했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 더 익스트림], [아토믹 블론드] 에서 보여 준 여전사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마를로는 욕심이 많은 인물이다. 주위에서 보모를 구해보라는 권유를 다 뿌리친다. 남에게 자식을 못 맡긴다는 이야기를 한다. 자신이 힘들지만, 아이들만은 자신의 손으로 키우고 싶어한다. 대부분의 부모가 그럴 것이다. 자신의 손으로 키우고 싶어한다. 하지만, 한 아이를 키우는 것은 많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것도 아이가 3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좋은 엄마, 좋은 아내가 되고 싶은 것이다. 참고 참다가 부른 보모 툴리는 못 미더웠다. 노크를 하고, 문에 있는 불투명 유리에 이상한 손짓을 하는 것도 그렇고, 옷도 너무나도 자유로워 보였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아이를 사랑할 줄 알았다. 아이를 잘 돌보고, 마를로까지 돌봐 줄 여유가 있는 인물이었다. 그녀의 말동무가 되어주고, 그녀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물이었다.


 영화 속에서 드류는 육아 무관심하게 느껴진다. 여태까지의 대부분의 남편들은 육아 무관심해왔다. 이 남자 ‘드류’가 육아에 무관심했던 이유는 소통의 부재라고 생각한다. 영화 속에서도 이야기하지만, 그는 마를로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녀는 그에게 육아에 대한 고충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드류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 둘의 교류가 없었기에 둘은 부부생활에 대해서도 소원해진 것이고, 드류는 그것을 해소(?)하기 위해 매일 게임을 한다. 그래도 헤드셋을 하고 게임을 하는 것을 보면 아내에 대한 배려(?)가 넘치는 남자임은 분명하다.

두 사람 모두 아이에게만 신경쓰고 있었지, 서로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마를로는 스스로 해내고 싶었다. 그래서 더더욱 드류에게 적극적으로 도움을 청하지 않았고, 드류는 그녀가 툴리라는 보모에게 애를 맡기면서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결국, 자신의 상처를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 더 곪게 되는 이유가 된 것이다.


 툴리는 마를로에게 마를로의 고향인 브루클린으로 놀러 갈 것을 제안한다. 어쩌면, 툴리는 어린 시절 마를로는 보는 것 같다. 그녀도 분명 그런 시절이 있었다. 자유롭고, 무엇이든 잘 하는 그런 시절의 자신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일 것이다. 툴리가 마를로를 브루클린으로 데려간 것도 그런 의미일 것이다. 지쳐있는 마를로에게 충전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술 한 잔을 하고 고향 친구인 바이올렛의 집으로 찾아간다. 과거 자신이 살던 곳에 아직도 살고 있는 그녀를 찾아간다. 이제는 로비도 생기고, 대문도 유리로 바뀐다. 벨을 누르고, 툴리처럼 이상한 손짓도 해본다. 하지만, 바이올렛은 대답이 없다. 그녀는 왜 마를로의 부름에 답이 없었던 것일까?


 이 영화는 대단한 것을 대단하지 않게 보여주는 재주가 있다. 사실, 다른 영화라면 엄청 충격적인 연출로 보여줄 수 있는 장면들이 많다. 하지만, 이 영화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노출하며, 관객들에게 설명한다. 굳이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그래서 더욱 놀랍다. 이것은 너무나도 몰랐던 서로를 알아가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몰랐던 점이 어느 순간 갑자기 충격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어느 사건에 의해 자연스럽게 알아가는 것이다. 이처럼, 이 영화는 관객을 자리에 앉혀놓고 가르치려고 들지 않는다. 그냥 보여주기만 해도 우리가 생각하게 되는 것이 있다. 스스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 생각이 쉽사리 없어지지 않은 것 같다. 스스로 생각하는 것만큼 좋은 깨달음도 없을 것이다.


 너무 얕잡아 봤다. 이 영화에게 미안하다. [툴리]의 이야기는 단순하다. 그 단순한 이야기 속에서 도대체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가 없었다. 한국의 [리틀 포레스트] 처럼 별 이야기 없는데 마음이 촉촉해지는 영화가 있다. [툴리]는 그런 영화가 보여주는 매력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다. 마를로는 스스로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하는 욕심이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아들이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고 느껴도 똑같이 키우려고 했다. 다른 것이 꼭 틀렸다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찾은 새로운 학교에서 그녀는 긍정적인 면을 봤다. 욕심은 그것에 집중하게 만들어, 다른 것을 보지 못하게 한다. 그리고 마를로는 그것을 내려놓자, ‘툴리’를 떠나보낼 수 있게 되었다.


5 / 5  당신도 '툴리'가 필요하신가요?



에필로그

나름 길게 썼지만, 이 영화의 30%도 안 나온 것 같다. 조금만 찾아보면 나오지만, 이 영화는 정말 예상치 못하는 전개와 결말을 맞이한다. 돈이 있다면, 대관을 해서 주변 지인들을 모두 초대해 보라고 하고 싶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준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다.

영화를 본 사람은 알 수 있지만, 안 본 사람에게는 스포일러가 되지 않도록 쓰려고 노력했다. 잘 표현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는 스포일러를 하고 싶지 않다. CGV 단독 개봉인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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