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DX 관람 후기
추석은 극장가도 극성수기다. 하여, 다양한 영화들이 개봉하는 시기이기도 하며 개봉 기간에는 여느 때보다 뜨거운 예매율을 자랑하기도 하는 때다. 올 2018년에는 유독 한국영화들이 추석 극장가를 장악해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안시성>과 <명당>, <협상>의 삼파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요즘. <안시성>은 왠지 놓쳐서는 안 될 것 같아, 일찍이 예매하여 극장을 찾았다.
전투신들로 액션감이 두드러지는 영화라고 하여, 4DX로 관람한 <안시성>. 삼파전을 벌이는 영화들 중에서는 가장 괜찮은 작품(여러가지 요소를 따져봤을 때)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명당>에 대한 기대가 컸었는데, 다소 실망한지라...(많이 아쉬웠다).
<안시성>은, 약 1500년 전 일어났던 안시성 싸움을 그린 전쟁액션 사극이다. 동아시아 전쟁사의 가장 극적인 승리라 일컬어지는 전투 신을 다룬 만큼, 4DX 포맷과의 시너지는 기대 이상이었다. 135분이라는 짧지 않은 러닝타임을 지루하지 않게 느끼게 만드는 데도 4DX 효과들이 큰 힘을 발휘했다고 볼 수 있다.
단연 액션신을 위해 존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4DX 효과는 <안시성>을 지배하는 4번의 전투신을 극적으로 끌어올린다. 각기 다른 전투신의 매력들을 느끼게 만들어주는 모션체어의 움직임과 진동, 에어샷과 워터 등이 반응할 때는, 마치 내가 전투 현장에 있는 듯한 체험감을 느끼게 만들어줬다.
광활한 대평원에서 시작되는 당나라 대군과 고구려 주력부대의 첫 전투신에서는, 당나라 군사들과 그에 맞서는 고구려 부대의 처절한 모습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때, 달리는 말의 역동성을 재현한 모션체어의 움직임과 대군들의 발걸음을 묘사한 진동으로 긴장감을 전한다. 거기에, 칼 액션에서는 어깨와 등을 타격하는 티클러가 작동해, 타격감을 더했다.
다음 전투신인 공성전에서는, 고구려성을 공략하기 위해 동원된 당나라 군사의 당시 상황을 만나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 투석기, 충차, 운제, 공성탑 등이 그 역할을 발휘하는 장면들에서 모션체어 효과가 큰 힘을 발휘했다. 섬세하게 조율된 효과들은, <안시성> 제작팀이 팬텀 고속카메라, 로봇암 등 다양한 장비를 활용한 연출들과 시너지를 발휘해 작품의 재미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모션체어와 티클러 뿐만 아니라, <안시성>의 전투신들을 극대화시킨 4DX 효과들로는 에어샷과 워터, 그리고 4DX관 전반에서 불어오는 바람, 스모그 효과가 있다. 독특하게도, 이 영화에서의 워터는 단순히 물이 등장했을 때만 활용된 것이 아니었다. 피가 튀길 때 작동하는 워터의 효과는 괜히 내가 공격받은 듯한 찝찝하고 무서운 착각을 선사해, 현장감을 더했다. 한편, 돌풍이 휩쓸고 간 듯한 바람의 강도는, 옛 시대의 무기들의 어마무시한 위력을 느끼게 만들어준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돌덩이를 성까지 날려보내는 투석기의 위력이었다(전시가 얼마나 섬뜩하고 무서운지를 깨닫게 만들어주기도 했던).
<안시성>의 4DX 포맷이 이렇게 섬세한 이유는, 4DX 개봉 당시 호평을 받았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의 4DX 연출 전담팀이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주필산 전투와 두 번의 공성전, 토산 전투에 이르기까지 네 차례에 이르는 전투신들의 디테일한 '체험'을 선사하기 위한 그들의 노고에 다시 한 번 감탄했던 순간들이었다.
지금까지 4DX 효과를 입은 <안시성>의 액션신들을 극찬해왔는데, 정작 영화의 스토리에 대해서는 크게 할 말이 많지는 않다. 앞서 '열변을 토했던' 전투 액션신들은 칭찬할 만하다(역대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하지만, 액션 장면들을 제외하면 서툰 이야기와 루즈한 전개는 지루함을 유발케 만들었다(아마, 액션신과의 간극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또 하나 아쉬운 점은 캐스팅인데, 이 부분은 영화를 홍보하는 데도 다분히 '활용'돼 온 요소이다. 조인성과 남주혁, 박성웅, 배성우, 엄태구, 박병은, 유오성, 정은채, 설현. 배우만 놓고 봐도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껴질 만한 영화였을 것(아마, 비주얼적인 이유가 크겠지)이다. 하지만, 극을 이끌어가는 주연, 그러니까 조인성의 힘은 아쉬웠다. 그를 포함해, 사극과는 이질감이 있는 배우들의 부조화는 영화의 단점으로 지적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럼, 추석에 볼 만한 영화로 <안시성>은 괜찮을까? '괜찮다!'. 아무래도, 가족과 친지 등 넓은 타깃층을 겨냥하기에는 괜찮은 작품이었다고 본다. 우리나라의 위대한 전투를 그렸기에 애국심을 불러일으키기에도 충분했고, 작품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액션신을 세련되게 표현한 점도 칭찬할 만하다. 가족과 함께 보러가기에는 경합 중인 작품들 가운데에서는 가장 괜찮지 않을까, 라는 조심스러운 의견을 제시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