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에 위치한 '구하우스'는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된 미술관이다. '미술 감상은 어렵다'는 고정관념을 무너뜨리는 장소로, 구정순 관정이 수십 년간 모은 400여 점의 작품들을 기반으로 설립됐다.
관람객이 편안하게 들를 수 있도록 '집'처럼 지어진 구하우스는 조민석 건축가의 작품이다. 전시실 이름도 리빙룸, 다이닝룸, 베드룸, 패밀리룸, 라이브러리로 지어져 친근함을 더하고 곳곳에 의자와 소파를 배치해 편안함을 더했다. 심지어 잔디와 어우러진 너른 정원과 마스코트 푸들 '융푸'도 있어 이웃집에 놀러온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이렇게 수더분한 장소에 반해 전시품들의 격은 높다. 피카소, 앤디 워홀, 르네 마그리트, 데미안 허스트, 데이비드 호크니, 백남준 등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지금은 1층 전반에 걸쳐 '데미안 허스트-새로운 종교'전(~11/21)이 진행 중이다. 1991년 개인전에서 상어의 시체를 유리관에 담은 '살아있는 자의 마음 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이라는 작품을 선보인 후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다. 이후 실제 두개골을 이용해 8,601개의 다이아몬드 조각으로 완성한 '신의 사랑을 위하여'를 통해 파격적인 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번에 전시된 '새로운 종교'전에서는 종교의 아성을 뛰어넘은 현대의학을 새로운 종교로 은유한 일련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의약품을 소재로 한 연작으로 '성체'라는 제목을 붙이는가 하면 예수의 살육에 육박하는 의미를 부여한 것이 인상적이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드로잉 'Pictures at an Exhibition'은 한쪽 벽면을 꽉 채운 대형 작품이다. 준비된 의자에 앉으면 작품 속 한 인물이 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별관에는 빛을 활용한 작품으로 명성을 알린 제임스 터렐의 작품이 전시돼 관람객들에게 환상적인 기분을 전한다. 구하우스 방문이 꿈의 세계에 들어온 것과 매한가지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