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耳) 기억



나는 줄곧 소리를 통해 사람들을 파악해왔다.

목소리로 그 사람의 성품을 짐작하고,

좋아하는 음악취향들로 나와 어울릴법한 사람인지를 가늠하기도 했다.


나는 줄곧 소리를 통해 사람들을 추억해왔다.

지난 사람들을 떠올릴 때면, 얼굴이나 스탙일 등의 외형보다 목소리가 또렷하게 나를 지배한다.

함께 듣던 음악들이 나를 둘러싸기 시작하면,

과거의 그 시점 위에 서 있는 듯한 선명한 현장감을 경험하곤 한다.


이 생생한 기억은, 이(耳) 기억이다.

耳 기억은, 이 시점의 경험인 듯한 착각을 건넬 정도로 내겐 강력한 무언가다.


잠들기 전,

누군가가 불현듯 떠오를 때면

그의 목소리를 떠올리고, 그 목소리로 나와 나눴던 대화를 되짚어간다.

함께 듣던 음악을 켜고, 실재했던 경험과 자유로운 기억이 어우러진 자유로운 추억여행에 나선다.


다양한 색을 지닌 소리들로 빚어진 신발을 신고 떠나는 추억여행.

그 여행을 떠나기 위해, 나는 음악을 켰다. 추억을 안고 있는 신발을 신었고 끈을 단단하게 묶었다.

잠들기까지, 추억여행을 시작할 것이다.



- 2016. 07. 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