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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영화 <수영장>

개인과 (가족)관계에 대한 성찰



태국에 엄마 '쿄코'를 만나러 간 딸 '사요'. 모녀의 재회는 4년만이다. 이 둘은 왜 떨어졌을까? 감상자들은 의문을 품을 것이다. 간단하다. 둘은 특별한 사연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쿄코가 그냥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쿄코는 수영장이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 중이다. 엄마의 공간에 낯선 어린아이 '비이'가 함께 살고있다. 사요의 입장이라면, 당연히 섭섭할 것이다. 엄마가 나를 버리고 다른 아이와 함께 살아가다니. 충격과 섭섭한 감정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 쿄코와 비이의 관계는, 사요와의 그것보다 더 가까워보인다.



오랜만에 만났지만 쿄코와 사요는 각자의 일상에 집중한다. 쿄코는 늘 그래왔듯 요리를 하고 책을 읽고 기타를 연주한다. 사요는 소소한 여행을 즐긴다. 그렇게 '물 흐르듯' 그들의 삶은 특별할 것 없이 흘러간다.


영화에 등장하는 또 다른 사람들이 있다. 쿄코의 이웃들이다. 시한부인생이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아줌마 '키쿠코', 키쿠코와 쿄코의 일을 도와주고 있는 청년 '이치오'. 이들의 일상 또한 유유자적 그 자체다. 거리를 걷고, 장 보고 요리 해먹고, 동물들과 소통하는 등 그들의 삶은 더할나위없이 평화롭다. 그런 그들에게 한 가지 '일'이 있다면, 비이의 친엄마를 찾아주는 것이다. 비이의 엄마는 어디론가 떠났을 것이다. 어쩌면, 쿄코가 사요를 두고 태국으로 건너왔던 것처럼, 비이의 엄마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사연은 언급되지 않지만 개인의 사정이 있지 않았을까?


<수영장>이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핵심 화두는 '가족'과 '개인'이다. 쿄코와 사요의 관계는 많은 사람들의 시각에서 '문제'로 보여질 수 있을 것이다. 딸과 엄마를 두고 홀로 이국으로 떠난 중년 여성. 그 결단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많은 중년 여성이 이같은 상황에서는 거의 제자리에 안주할 것이다. 하지만 쿄코는 떠났다. 그 누구와의 상의도 없이 '자신의 결정'에 따랐다. 쿄코는 타인의 의사는 '괜찮다'는 말로 존중하고, 어린 비이 역시 충분히 결정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리고 앞날에 대해서도 열린 사고를 갖고 있다. 앞날은 어떻게 될지 그 누구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으며, 개인이 내린 결정에 대해서는 존중할 줄 아는 자세. 쿄코의 뚝심이다.


쿄코: 살아가는 데 우연이란 없어. 매 순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해 가는 거야.

사요: 그런 거 너무 이기적이야.

쿄코: 그런 걸까?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사는 것을 이해 못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난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가는 게 좋다고 생각해.

사요: 그런 이유로 날 버려둔 거야? 버려진 내 기분 생각해본 적 있어? 불량하게 됐을지도 모르잖아.

쿄코: 사람과 사람이 항상 함께 있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닐 거야.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것들까지 참아가며 살아야 할까? 물론, 함께이기 때문에 감수하고 양보해야 할 점도 있겠지만, 그것들만 존재한다면 정작 가장 소중한 '자기 자신'은 잃게 될 것이다. 이것이 <수영장>이 관객들에게 던지는 물음이다.


영화에서 쿄코의 역을 맡은 배우 고바야시 사토미는, 다른 영화들에서도 늘 뚝심을 고수해왔다. 그녀는 일본 슬로우무비 계의 핵심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 사단이라 불리는 인물들 중 한 명인 그녀는 이번 영화에서도 자신의 뚝심을 지켜낸다. 카세 료, 모타이 마사코 역시 슬로우무비 계의 주역이다.


쿄코와 사요가 나베를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신이 인상적이다. 이 장면에서 둘은 서로의 속마음을 여과없이 털어내보인다. 그들의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남과 동시에, 감상자들을 성찰하게 만드는 신이다. 그리고 영화에는 또다른 주제가 있다. 등불에 소원을 담아 하늘로 날리는 태국 고유의 문화활동을 보여줌으로써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더불어 '슬로우무비'인 만큼, 영화 전반에서 느껴지는 평온함은 감상자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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