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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운 바이 로>

짐 자무쉬 감독 팬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작품


이 영화의 관람 포인트는 독특한 연출 스타일이다. <다운 바이 로>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연출력을 지닌 짐 자무쉬 감독의 많은 영화들 중에서도 두드러지는 기법들이 등장한다. 특히, 화면 연출이 인상적이다. 다양한 구도의 신(scene)들의 향연이라고 표현하고 싶을 정도이니까. 인물을 잡는 구도는 신선했고, 흑백화면과 잦은 롱테이크 신들이 이어짐에도 불구하고 지루함 없는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소재와 내러티브는 감독이 꾸준히 다뤄오고 이어나간 것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운 바이 로> 역시, 우연한 만남과 여행(혹은 방황)이 소재이며, 그것들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사건들과 아이러니가 위트있게 표현된다. 우연, 예측 불가한 사건들은 감독이 꾸준히 다뤄온 소재이자 주제다. 이 영화 속 주인공은 포주 '잭(Jack)', 실직한 DJ 잭(Zack), 이탈리아 관광객 '밥'이다. 이들은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려 붙잡힌다. 한 공간에서 만난 세 명이 그리는 꿈은 동일하다. 바로 탈옥 시도이다. 그래서 이들은 동행한다.


앞뒤 계획 없이 시작된 동행은 위험 천만하기 일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겁 없는 세 남자는 당당하고 유쾌하게 앞만 보고 나아간다. 대책 없는 미래. 과연 이들 세 남자들에게만 국한된 이야기일까. 아니다. 우리 모두의 앞날 역시 현재의 상황만 다를 뿐, 그 누구도 확신에 찬 예측은 할 수 없다.


짐 자무쉬 감독은 드라마틱해보이는 소재들을 줄곧 택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인류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는 두 명의 잭과 밥처럼 탈옥여행을 떠나지는 않지만, 매 순간 새로운 경험으로의 여행을 경험한다. 영화의 엔딩처럼 누구나 인생의 갈림길에 서서 고민에 빠지기도, 동행했던 이와의 이별도 경험한다. 전혀 모르는 사람과의 우정을 쌓기도 하고, 예기치 못한 곳에서 사랑의 대상을 만나기도 한다. 감독은 웬만해서는 경험하기 힘든 캐릭터의 삶만이 드라마는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 역시 그들과 다르지 않다. 사랑과 우정, 만남과 이별을 되풀이한다. 이 사실들과 더불어, 감독은 한때 불쌍한 상황에 처한 세 명의 캐릭터들을 통해 관객들에게 경고한다. 지나친 욕망에 휩싸이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이다.


이처럼 <다운 바이 로>는, 형식과 주제의식 모두를 균형있게 갖춘 작품이다. 특히, 짐 자무쉬 감독의 팬이라면 반드시 관람해야 할 영화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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