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아르코 창작 발표 지원 선정작
너는, 그리고 온다 긴 복도처럼 오로지 비처럼, 온다 기척도 없이 간결하게 스민다 눈귀를 지운 타인의 얼굴로 어둠을 뚫고 연줄처럼 저기에서 여기로 널브러진다 물보라의 감정처럼 떠올라 번진다 되지 못한 울음이 되지 못한 눈물이 결국 네가 된다 나는 없고 너만 있는 하루, 너는 아름답고 너는 소설 속 기차처럼 8시에도 있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려고 퍼붓는 소낙비에도 있다 너의 관점에서 시작되는 나는 기약이 없다 살아서 살아지는 사라지는 삶이어서 살아 돌아오지 못할 미로인 네가 좋다 그냥 좋았다 풍요로운 죄목이다 우거진 너는, 너를 깨달았을 때 비로소 네 속으로 들어가서 꿈꾼다 켜켜이 잠겨서 아주 사라질 것처럼 깊이,
하나뿐인 신발의 너덜거린 밑창을 고쳐 붙이고, 그치지 않는 눈보라를 본다 첩첩수심, 잘 견디라고 너는 말한다 너를 키우는 조금의 우울은 안전해서 최선을 다해 숨을 쉬고, 사무침이 언제나 문제였다고 내 속을 뒤집고 불온한 꿈에서 깰까 내가 네 꿈 뒤로 돌아들어 오래 본다 언제부턴가 몸에 개울이 흐르는 느낌, 생의 끝까지 흘러 바다가 될 거라고, 버드나무를 일으키던 우물의 적당한 차가움, 그 모든 것을 감추며 눈이
나쁘지 않다 0시 16분, 너는 그렁그렁한 눈, 들여다보면 어디서든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