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아르코 창작 발표 지원 선정작
횡단열차는 바다를 향하고 기다리는 사람 없는 눈은 종일 온다
역사에 놓인 피아노는 늙은 고양이를 찾고 있었을까
눈은 아무 일 없어서
오고 가는 발자국을 덮어버리고
내게 와닿은 일마저 잊어버린
겨울을 더 겨울이게 하는
동백이 노을빛으로 쏟아지고
차창 너머 바위가 짐승처럼 웅크린다
자작나무를 훑는 바람의 하울링
겨울은 소리에서 색깔을 지운 울음 같은 것
오직 겨울만 있는 방향으로
느리게
끝물처럼 느리게 겨울이 지나갔다
열차의 끝 칸 지붕에 부딪힌 햇살이
반짝 빛나다 사라질 때
열차는 바다 위를 달리고
창문 밖으로 파도의 악보가 날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