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발표지원 선정 시
우연은 흘러간 곳에 따라 결과가 달랐다
낙엽은 푹 젖었고 의도는 잘 드러나지 않았고
끝이 어딘지도 몰랐다 너의
그날로부터 시작한 이해할 수 없던 것들과
머리카락 한 올까지 수소문했다
바닥을 핥고 있는 안개의 긴 혀가 더욱 불투명해지고
극단적인 밤이 흘러들었다
우리는 조금씩 스며들어 감쪽같아
모두를 알 수는 없었다
고개를 젖히고 눈을 감고 침묵하고
실눈을 뜨고 더듬으며 맹렬하게
미궁 속을
타래처럼 엉켜서 서로를 끔찍하게 위무할 때
차가운 물방울처럼 떨어져 깨지고 흩어져버리는
자욱한 곳에서
꿉꿉한 안개의 냄새는 전생을 닮았다
모래톱에 파묻힌 갈매기의 발자국은
어디서 끝이 났을까
밀물이 가장 높게 들이찼다
없는 힘을 다해 부르짖는 목소리는 멀리 가지 못했고
바위를 삼키며 기어오르는 안개
네게 사로잡힌 후 한 호흡을 잃은
어두워지기 직전 그 서늘함 속에서
[문장웹진_콤마]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