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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진 Dec 09. 2022

한정인 <Spells>

★★★☆

공들인 성장, 반짝이는 서사


2011년 즈음 홍대에 발을 들인 이후 줄곧 '코스모스 슈퍼스타'로 활동하던 그가 본명인 '한정인'으로 첫 번째 정규 음반을 냈다. 앞서 발매한 2개의 싱글 'Extra', '슬픔의 맛'을 포함한 총 14개의 수록곡. 음반은 긴 시간 심혈을 기울여 만든 정성을 대변하듯, 많은 곡 수와 꾹꾹 눌러 담은 감정들로 용솟음친다. 한 곡, 한 곡, 탄생 내막을 묻게 하는 노랫말. 매끄럽게, 또 때론 예상 밖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곡 배치도 힘 있다. 한정인이 주도권을 쥐고 듣는 이의 호흡을 이끈다.


전자음을 중심으로 어둡고 맑은 신시사이저를 교차하며 선율을 뽑았다. 이는 전작 < Eternity Without Promise >(2019)와 비슷한 구성이나, 그는 신보에서 목소리를 보다 앞으로 끌어온다. 어둡고 몽롱한 꿈속 한 가운데를 헤엄치던 것 같던 과거의 보컬 사용에서 탈피, 선창하듯 제 색을 내는 목소리의 운용은 더 이상 음악 뒤에 숨지 않으려는 뮤지션의 의지로 읽힌다. 이 의지는 외로움, 두려움, 괴로움, 사랑 등의 감정을 적극 드러내는 노래 속에서도 천명한다.



'네가 원하는 것은 친구가 아닌' '특별한 단 한 사람'이라 말하는 'Listen & repeat'. 경계에 서 있는 것만 같은 불안한 삶을 고백하는 'Borderline', 뱉을 수도 삼킬 수도 없는 '슬픔의 맛'을 노래하는 '슬픔의 맛' 등 곡 안에서 한정인은 노래와 함께 실컷 나를 풀어낸다. 이 적극적인 고백의 기조가 특히 돋보이는 지점은 타이틀 'Wallflower'에서 'Badluckballad'를 지나 '도시전설'로 이어지는 전반부.


레트로한 댄스팝 'Wallflower'는 중무장한 대중 선율로 듣는 이를 댄스 플로어 위로 데려간다. 땀 흘리며 흠뻑 뛴 후 음반의 정체가 이 흥겨움 속에 놓여 있는가 할 때, 무너져 내리는 어두움으로 가격하는 'Badluckballad'가 흐르고, 반전되는 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새침한 어조의 '도시전설'이 재생된다. 종잡을 수 없는 항해가 쫀쫀하고 쫄깃해 음반 단위 청취의 즐거움을 높이 끌어 올린다.


'인디 음악'으로 통용되는 오늘날 인디씬에 내 색으로 내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이 살아가고 있다. 긴 시간 공들여 쓴 이 음반으로 한정인은 자신이 독보적으로 맑고 청아한 창법에 뒤통수를 때리는 멜로디로 삶의 양가감정을 노래하는 음악가임을 증명한다. 그 제목도 웅장한 'Badluckballad'에서 '불행한 미신'에 의해 '행운을 불러온다는 미신을 믿는 마음'을 잃게 된 그가 앨범명을 Spells 즉, '주문들'로 지은 이 간극을 깨달을 때까지 앨범을 두 손에 꽉 쥐어 보길 추천한다. 그 의미를 깨달았을 때, 무엇을 시작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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