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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진 Nov 25. 2020

앨리샤 키스 <ALICIA>

★★★☆ 'Underdog'이 가치

차트의 성적이 아티스트의 성공을 대변한다면 언젠가 부터의 앨리샤 키스는 분명한 하락세다. 2000년대 초중반 'Fallin'', 'No one', 'If I ain't got you'를 비롯해 제이 지의 'Empire state of mind'에 피처링으로 참여해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을 수놓았다. 싱어송라이터이자, 빼어난 보컬리스트였던 그의 기세는 복고풍의 알앤비, 소울 등을 필두로 무섭게 대중의 마음을 빼앗았다. 같은 자리를 맴돌지도 않았다. 정규 3집 < As I Am >(2007)에는 록을 접목하는가 하면 정규 5집 < Girl On Fire >(2012)에서는 작가적 욕심을 내려두고 브루노 마스, 에밀리 산데 등과 협업한다. 댄스, 힙합, 소울 등 보다 다채로운 장르의 결과물이 나왔다.


정체하지 않고 꾸준한 음악적 실험을 감행할수록 차트와 멀어져 갔다. 지난 정규 6집 < HERE >(2016) 이후 4년 만에 발매한 본작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에드 시런과 밴드 스노우 패트롤의 조니 맥데이드와 함께한 싱글 'Underdog' 정도가 아슬아슬하게 69위에 안착하며 나름의 성공을 꾀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순위가 가치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앨범 타이틀로 기재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작품은 그간 앨리샤 키스의 행보를 정확하게 대변한다. 여기에는 자전적인 그의 생각들이 녹아있다. 따뜻하게 사회를 감싸고 사랑을 설파한다. 그것도 꽤 단단하게 말이다.


본연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며 화장하지 않은 얼굴을 음반 커버로 썼던 전작이 피아노를 중심으로 한 팝이었다면 이번에는 알앤비를 핵심으로 삼아 미니멀한 전자음을 섞어냈다. 다층의 코러스로 문을 여는 'Truth without love'를 지나 'Time machine'은 몽환적인 사운드에 딱딱 맞아떨어지는 비트를 넣어 넘실거리는 리듬감을 만들어낸다. 연이은 'Authors of forever' 역시 마찬가지. 앞선 노래의 기조를 그대로 이어받아 찰진 후크 라인을 뽑았다. 살랑이며 몸을 흔들게 하고 뭉근하게 차오르는 분위기가 가득하다.


그중 단연 핵심은 선 공개 싱글로 발매되기도 했던 'Underdog'. 작년에 이어 올해도 호스트로 진행한 그래미 어워드에서 라이브로 선보였던 이 곡은 캐치한 선율에 어쿠스틱 기타의 청량함을 함께 엮어 듣는 이를 끌어당긴다. 소외된 사람들의 어깨를 두들기듯 당찬 타격음과 가사 또한 놓칠 수 없는 백미다. 이외에도 음반은 미니멀함을 십분 살린 'Me x 7', 뮤지션 미구엘, 칼리드와 함께한 알앤비 트랙 'Show me love', 'So done'으로 면면을 채운다. 후반부 포크, 컨트리 성향의 'Gramercy park'는 곡조, 가창, 호흡의 삼박자가 고루 어우러진 대표 킬링 곡이다.


파란 가을 하늘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듯 시원하고 기분 좋은 쾌활함이 담겨있다. 시작과 끝의 완결성도 좋고 사이사이 기운이 빠지지 않을 알찬 노래들도 품었다. 기존의 진득한 알앤비가 아닌 힘을 푼 사운드에 선연한 메시지, 기본을 놓치지 않은 구성까지 얹어내니 앨범 단위 청취가 전혀 힘들지 않다. 매끈한 선율, 확실한 메시지, 길을 잃지 않은 대중성. 이 모든 걸 담아 현재의 앨리샤 키스를 조명한다. 앨리샤 키스는 어떤 식으로든 성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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