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동 Jan 31. 2022

정치 드라마 3스푼 인간 관계 탐구 7스푼

<킹메이커>, 스포일러 없이 추천합니다!


마음과 신뢰를 얻는다는 것은 어떤 걸 의미할까? 인간관계가 넓지 않아 고민인 나는 이 답이 상당히 어렵다. 일단 유튜브에서 한 강사가 말한 것을 참고하기로 한다. 절대 상대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를 줘선 안된다. 그러니까 타인이 '넌 뭘 할 수 없다'식의 이미지를 갖게 하면 신뢰를 얻기 힘들다고 한다. 다음. 어느 때나 씩씩하게 인사하기. 특히 윗사람일수록 호감을 얻기 쉽다고 한다. 다음. 상대방 말 기억하기. 섬세한 눈빛이야 말로 사람의 믿음을 사기 좋은 조건이라고 한다. 이 강사만 이런 말을 하는 거면 모르겠는데 사람마다 다른 의견이 있으니 '신뢰 사기'란 참으로 어렵다. 어릴 때는 같은 반 학생들 모아놓기만 해도 관계가 쉬웠는데 나이가 들수록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다.


근데 이런 관계 맺기의 조건이 정치라는 분야에 적용된다면 더더욱 어려워지기 생각한다.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사람의 마음이 어느 쪽으로 향할지를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정치학' '심리학' 뭐 그렇게 학문으로도 세분화가 되어있지 않나? 이 학문들은 답이 없으니까 이렇게 정해져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가끔 보면 '이러저러해서 이렇게 됐다'식의 공식인 게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그 유행에 맞게 행동해서 그런 결과가 나온 걸 잘 짜 맞춘 감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니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공식 같은 건 새삼스럽게도 실존하지 않는 셈이다. 그러나 이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현대사에는 그동안 공식처럼 전해지던 선거 공식이 있었다. 이것은 '어떻게 이길 것인가'로 이어진다. 박정희가 쿠데타를 일으키고 난 다음의 대한민국으로 가보자. 또 마스크를 끼고 우리 동네 근처에 있는 극장으로 달려가 보자.



1) 어떤 것에 대한 영화인가요?


우리의 근현대사는 그동안 수많은 굴곡을 거쳐왔다. 난 처음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지던 시기에 태어나서 대통령이 탄핵까지 되는 역사적 사건을 경험한 사람이다. 그 역사를 오며 가며 봐온 게 있다. 바로 특정 지역에 몇몇 정당이 의원 수를 독점하던 것이다. 어린 마음에 저게 왜 저럴까? 궁금했던 적 많다. 이 영화는 이 '왜 그럴까?'에 대해 다루고 있는 영화다. 다른 말로 하면, 지역감정을 소재로 다루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를 위해 이 영화는 초입부에 김운범이라는 정치인을 등장시킨다. 그리고 이 김운범을 좋아하는 한 전략가가 그 정치인에 대한 존경심을 시작으로 어떻게 그가 선거판에서 승리해왔는지를 그린다. 그 과정을 보다보면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어떤 것에서 시작되어야 하고, 그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했던 실수들에 대해서도 보일 것이라 생각한다.


2) 어떤 영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그동안 한국의 근현대사를 다룬 영화는 많았다. 그거야 당연하다. 우리나라 사람이 자국의 한국사를 다루는 건 아~무 문제가 아니다. 근데 더 중요한 건 우리 역사가 극적인 순간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라고도 생각한다. <남산의 부장들>, <1984> <그때 그 사람들>, <변호인>, <택시운전사>가 그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들은 두 독재자에 대한 이야기다. 이 둘이 긴 기간을 집권했고 이를 위해 온갖 사회 부조리는 다 만들고 다녔기 때문에 이에 대한 우리의 비판은 굉장히 합리적이다. 또 이들의 폭력행위는 절대로 변호받아선 안 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이런 절망적인 사회 속에서 독재정권에 항거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우리가 그들을 기억하는 방식 중 하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런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클리셰에 가까운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이 있는 것 같다. 독재정권의 몰락을 위해 용기를 바쳤던 분들에게 바치는 존경이야 많은 이들이 동의하는 일이지만 예술가들이 그동안 너무 이들의 숭고한 희생에만 집중해온 감이 없지 않아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독재정권을 이끌었던 그들에게 적절한 비판과 다시 반복되선 안된다는 약속을 우리 스스로 해야한다는 것은 당연한데도 말이다.


변성현 감독은 영화에서 좀 다른 부분을 조명했다. 모두들 알다시피 완벽한 인간이란 없다. 그들 역시 인간이기 때문에 가지는 당연한 결함이 있을 수 있는데, 이 영화는 이 불완전성의 영화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앞 문단에서 썼다시피 그들에 대한 비판을 해야 한다는건 당연하다. 두말하면 입 아플 정도. 영화는 이 전제조건을 당연하게 깔아 정치인 김운범, 김영호, 이한상과 강인산이라는 당시 야당 정치인들이 어떻게 이해관계에 움직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아. 이 네 정치인들의 대립을 싣기 이전에 중요한 부분이 있다. 바로 7년 동안 4번 낙선한 김운범이 서창대라는 인물을 만나 민주당의 유력 대권후보로 발돋움했는지도 보여준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첫 번째 '어떻게 김운범이 정치인으로서 성장하는가'와 두 번째 '김운범이 이기기 위해서 어떤 방식을 쓰는가' 세 번째 '과연 역사 속 선택 중에서 모두가 합리적인 방식만을 사용했는가'를 질문하는 것이다. 네 번째, '과연 대의를 위해서 우리는 어떤 것을 양보하고, 이해하고, 품어야 하는 것인가'다. 이를 질문하는 것은 다른 두 물음과 이어진다. 누구의 대의는 착한 대의고. 어떤 대의는 나쁜 대의고. 우리는 함부로 서로를 판단할 수 있을까?  또 그 대의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이든 용인될 수 있을까?-폭력을 허용하지 않는 선에서라면- 실존인물에 기반한 영화고 어느 정도는 실화도 담고 있기 때문에 이 물음이 우리의 머릿속을 스친다. 연출이 잘 짜였기 때문에 김운범을 절대선으로만 그리지 않았다는 것이 이 난제에 대한 답을 관객들이 세우게 도와준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질문하는 영화인 셈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이 물음에 조금은 내 답을 세운 것 같다.


3. 이 영화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첫 번째는 미장센이다. 변성현 감독은 전작 <불한당>에서 감각적인 연출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불한당> 좋아하는 팬 분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그 작품이 그렇게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변성현 감독이 어떤 것을 추구하는지는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불한당>의 방식과는 살짝 다르다. 이 영화는 그림자를 사용한다. 그림자를 사용해 빛에는 당연하게 따라올 수밖에 없는 암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게 불완전한 정치인이기 때문에 가질 수밖에 없던 약점을 명과 암의 대비라는 연출법과 함께해 나름 시너지가 난다고도 생각한다.


두 번째는 균형감각이다. 2에서 썼던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는 네 가지 키워드로 극을 이끌어간다. 구체적으로 1) 박정희와 당시 안기부의 방식이 잘못된 건 당연함. 2) 그러나 김운범을 위시로 한 당시 야당 정치인들이 합리적이고 인간적인 방식으로 서창대를 대한 건 아님. 김운범-김영호 역시 결함이 있는 인간임. 3) 그렇다고 서창대의 방식이 다 옳았냐? 그것도 아님. 4) 또 '두 대의'에서 어떤 것을 취사선택해야 하는가의 딜레마다. 이 작품은 이 네 가지의 밸런스를 잘 지킨다. 그래서 대선시즌에 나온 영화라 '이거 의도가 있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아마 의견을 바꿀 것 같다.


4) 난이도가 있는 영화인가요?


그냥 무난한 정치 스릴러다. 이해하는데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극 초반부 이선균 배우의 대사가 잘 안 들린다. 그것만 염두하고 가시면 될 듯.


5) 배우들의 연기는 어떠한가요?


사실 3번 탭에서 쓰려고 했던 부분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뭐 말할 것도 없다. 설경구와 이선균, 조우진, 유재명 배우는 국가대표급 배우 아닌가? 다 한국 국가대표급 배우들에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이선균 배우는 완전 한국의 아담 드라이버다. 어느 장르에도 어울리는 느낌이 있다. 또 조우진 배우는 이렇게 좀 비열한(?) 캐릭터가 잘 맞는 것 같다. 유재명 배우도 실존인물을 연상케 하는 좋은 퍼포먼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역시나 중요한 건 김운범 역의 설경구 배우다. 이거 이 김운범의 실존인물 말투랑 정말 비슷하다. 또 김운범이라는 인물이 갖고 있는 어느 정도의 이중성 묘사도 탁월했으니 올해도 아마 국내 시상식에서 설경구의 이름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외에도 <오징어 게임>의 김주령 배우나 내가 좋아하는 김새벽 배우가 나온다. 김주령 배우는 <오징어 게임>에서 대사 치는 톤이 너무 억지 같아서 어색했는데 이 영화에선 연극배우의 경험치가 오롯이 드러난다. 아마 황동혁 감독이랑 잘 안 맞았던 게 아닐까? 그리고 김새벽 배우는 너무 작은 역을..크흠..


6.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알아야 할 사실이 있나요?


유튜브에 '엄창록의 지역감정'을 검색하면 방송사들이 만든 영상들이 있다. 그것 보고 가면 이해가 쉽지 않을까? 또 극 자체가 줄거리를 꼬고 그런 건 아니지만 우리 사회에 어느 정도는 익숙한 분들이 가야 받아들이는 게 용이할 것 같다.


7.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한국형 정치 스릴러를 좋아했던 분. 변성현 감독의 <불한당>을 좋아했던 분. 설경구, 이선균 배우의 팬. 또 가족끼리 영화 한 편 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징어 게임>만큼 노골적으로, <지옥>처럼 추접하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