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동 Feb 06. 2022

태어나서 본 극장 영화 중에 제일 무서웠던

<유전>, 스포일러 없이 추천합니다!


누구야. 영화 추천 좀 해줘! '영화 마니아'로 살다 보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갖는 공통점이 있다. 내 인간관계가 엉망이어서라고 하면 할 말이 없긴 하지만 예외가 별로 없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그 공통점은 바로 '추천하면 안 본다'라는 것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자. 영화를 보기 시작하고 나서 한 3,4년 즈음에 추천해달라는 말을 한창 많이 들었다. 로맨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나에게 그런 질문을 건넸다. 난 또 신나서 대답한다. 넷플릭스야? 왓챠야? 내 또래의 20대들은 거의 대부분 넷플릭스를 구독했다. 바로 넷플릭스에 어떤 로맨스 영화가 있었는지 생각해본다. 예전엔 <빅 피쉬>를 추천했었다. 아 <이터널 선샤인>도 있다. 예전에 <500일의 썸머>도 넷플릭스에서 서비스하지 않았나? 그래서 그런 영화들 많이 답했던 것 같다. 스릴러 물을 좋아한다. 오. 너 스릴러 좋아하는구나! 나도 사람 죽는 거 좋아해. 바로 <언컷 젬스>를 답한다. 그리고 며칠 있으면 '그 사람이 이걸 봤을까' 싶다. 


거의 대부분 안 본다. 딱 한 명 있다. 예전에 근로장학생 할 때 성격 좋았던 주임님이 계셨는데 그분 제외하고 단 한 명도 영화를 본다고 말한 적이 없다. 이제는 뭐 나에 대해서 대화하고 싶어서 그런 말을 꺼냈으니 나쁘다고 말할 건 아닌 것 같다. 뭐 그럴 수도 있는 거지. 그래서 요즘은 그런 질문이 들어오면 그냥 무난한 거 답한다. 아마 <벌새>나 <끝까지 간다>를 많이 답했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내가 이제까지 본 영화 취향에 맞을 거라는 보장도 없고 그 사람들도 나름 할 일이 있을 테니, 난 그들의 삶을 응원하는 게 더 보람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항상 주변인들에게 꾸준히 언급하는 작품이 있다. 이걸 실제로 볼 때 극장에서의 그 기분을 아직도 잊질 못하겠다. 또 이런 장르영화에서 느꼈던 결과는 전혀 다른 두려움을 느꼈으니 시야가 넓어지기까지 한 셈이다. 이 영화를 보라고 추천하는 것도 맞는데 그 이면의 '난 태어나서 이 정도까지 무서워봤다'를 주로 이야기하게 됐었으니. 감독이 의도한 바가 나에게 통한 것 같다. 이런 나는 <유전>을 아마 50대가 될 때까지 잊어버릴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여러분도 봤으면 한다. 이왕에 극장에서 보면 좋겠지만 재개봉 계획이 없는 것 같으니 일단 급한 불 끄러 왓챠와 넷플릭스로 가보자.





1. 어떤 것에 대한 영화인가요?


주인공은 중년의 여성 애니다. 애니는 일주일 전에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찢어질 것 같이 아픈 마음을 안고 추도식에서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어머니는 알 수 없는 분이셨어요. 비밀이 많았죠. 그리고 영화는 추도사 이후의 애니 가족 구성원을 비춘다. 가장 먼저 비추는 사람은 작은 딸 찰리다. 무언가에 홀린 듯한 행동을 하는 찰리. 새의 머리를 갑자기 자르거나, 입으로 똑 똑 소리를 내는 둥 어딘가 좀 이상해 보인다. 이런 기행은 어머니 애니에게 들키게 된다. 딸이 느닷없이 맨발로 싸돌아다니는 걸 본 어머니 애니는 아들 울프에게 찰리와 함께 놀러 가라고 재촉한다. 억지로 따라가는 찰리. 울프의 친구들과 함께하는 파티에서 오빠는 여학생들에게 정신이 팔리게 된다. 자연스레 동생 찰리는 시선에서 멀어지게 되고, 사건이 터진다. 바로 찰리가 땅콩이 들어간 음식을 먹게 된 것이다. 땅콩이 향만 첨가만 되는 정도면 모르겠는데 많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땅콩 알레르기가 있는 찰리는 오빠 울프에게 호흡곤란을 호소한다. 큰일 났다 싶어 차로 빠르게 병원에 달려가려는 울프. 엑셀을 꽉 눌러 과속하고, 찰리는 알레르기에 의한 답답함을 견디기 위해 창에 머리를 내민다. 그리고, 이 집안에서 일어나면 안 될 끔찍한 사고가 더 일어난다. 


이게 영화의 30분 정도 되는 부분의 지점이다. 애니 가족은 이 사고를 기점으로 점점 혼령에 홀린 듯 행동한다. 울프, 애니, 스티브 그리고 다시 찰리까지. 집안의 우환이 구성원들이 선택하는 것 외에서 점점 일어나고 있는 듯하다. 이를 위해 어머니 애니는 이 운명에 가까운 악재들을 극복하기 위해 크고 작은 노력들을 지속한다. 영화는 이 애니의 선택지에 대한 작품이다. 애니가 가족들을 구원해 단란한 가정을 꾸려나갈 수 있을까?를 보여주며 다른 공포영화에선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두려움을 안겨준다. 이 과정에서 오컬트와 호러라는 키워드가 들어간다. 더 구체적으로 쓰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뭐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다시 한번 말해보자면, 이 영화는 다른 공포영화와는 살짝 다른 두려움을 안겨준다. 소재가 '오컬트'인 부분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2. 어떤 영화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오컬트 영화. 대표적으로 <사바하>와 <검은 사제들>이 생각날 것이다. 이 영화에는 의식이라는 소재가 들어간다. 또 악마와 유령이라는 소재도 들어간다. 우리 일상 속에 악마와 유령이 있을까? 과학적으로 증명된 바는 없으니 '없다'라고 말하는 게 맞을 것 같다. 근데 우리는 이들의 속성을 알고 있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이는 이 유령과 악마의 속성은 '우리 선택지 외의 것을 각자의 인생에 가져다준다'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 영화는 이 악마의 속성을 반영했다. 정해져 있는 미래에서 오는 두려움이 뭐냐. 생각하는 게 그대로 결론이 난다면 내가 무슨 짓을 해도 결과가 똑같다는 뜻도 되기 때문에 무력감이 든다는 점에서 사람이 겁이 많아진다. 영화는 치밀하게 짜인 이야기 구성으로 사람을 점점 이 공포감을 안겨준다. '혹시 이렇게 되면 어떡하지?'의 겁이 점점 현실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원인이 악마 때문은 아닐까? 싶게 만든다. 마치 모든 게 전지전능한 존재의 조종 아래에 있는 인형들처럼. 


3. 이 영화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첫 번째. 무섭다. 엄청 무섭다. <악마를 보았다>나 <해피 데스 데이>같이 강한 이미지를 쓴 공포는 아닐 수도 있다. 근데 2번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서서히 조여 오는 공포가 영화의 특장점으로 발현되는 영화다. 아니 사실 많은 조건들 다 떠나서 공포영화의 최고 덕목이 뭐냐? 무서우면 최고 아닌가? 이 영화는 무서운 영화다.


두 번째. 미술이다. 세트장 구현을 잘해놓은 것 같다. 세트장이 영화의 중요한 소재가 되는 것 같은데 장소마다 인물이 커져 보이는 설계를 통해 오컬트라는 장르적 특징을 강화시켰다. 또 비주얼적으로 무섭다. 후반부 울프가 교실에서 하는 장면, 초반부 찰리가 머리를 자르는 부분, 또 찰리에게 일어난 사고 사후의 묘사 등 압도되는 영화를 만들었다. 이와 함께 의식이나 주술의 비주얼도 잘 살려서 몰입하기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4. 난이도가 있는 영화인가요?


난 어렵지는 않았다. 그런데 영화 자체가 3대 가문에서 이어지는 영화이기 때문에 영화매체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엥?' 싶을 수도 있을 듯. 


5. 배우들의 연기는 어떠한가요?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토니 콜렛 이 해에  좀 서운했을 것 같다. 당시 아카데미 기록을 찾아보니 후보에도 못 들었다는데 나 같으면 좀 섭섭했다. 이 배우의 퍼포먼스로도 극을 이끌어가는 부분이 있으니 좋은 캐스팅이라고도 볼 수 있을 듯. 또 중반부 가족끼리 싸우는 신이 있는데 이 장면에서도 배우들의 연기가 탁월했다.


6.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알아야 할 사실이 있나요?


첫 번째. 무조건 밤에 봐라. 두 번째. 무조건 불 끄고 이불 덮고 봐라. 끝. 최대한 공포영화를 즐길 수 있는 상황을 각자가 만들면 몰입에 도움이 될 듯!


7. 어떤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공포 영화의 팬이라면 당연히 강력 추천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더욱 강력한 귀여움으로 무장한 이 영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