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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동 Sep 12. 2022

마약의 신이 되고 싶었던 마약왕

<수리남> 스포일러 없는 리뷰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한다. 나는 일단 가죽을 남기기는 싫다. 자연스럽게 죽는 걸 원한다;; 또 이름을 남긴다는 건 왠지 모르게 부담스럽다. 이렇게 내가 콘텐츠를 만들어 글을 쓰는 게 재밌기도 한데 유명해지면 짜증 날 것 같다. 갑자기 들어와서 '돈 받고 광고하냐'라는 식의 댓글만 달아도 짜증 나는데 다양한 미친놈들을 상대하기엔 난 너무 예민한 타입이다.


그래서 보면 좀 신기하다. 국회의원,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을 보면 나랑 종자 자체가 다른 것 같다. 고위 정치인이 되면 따라오는 존경이 다를 것이다. 그런데 사람 하나하나 대응하는 것도 어려운데 그 유명세 얻자고 지역 유지가 되는 건 너무 기가 빨리는 짓이다. 그냥 우리 엄마 아빠랑 같이 살면서 글 쓰며 사는 것이 나에겐 최고인 것 같다. 이런 나는 '마약왕'이 되는 것을 꿈조차 꿀 수 없다. 재밌게 사는 건 당연히 원하는데 마약까지 할 정도로 격하게 재미있고 싶지는 않다. 눈을 한국 외로 돌린다. 수리남의 어느 곳에서 마약왕이 된 남자가 있다고 한다. 또 어떤 남자는 이 마약왕을 파멸시키기 위해 복수를 계획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이다.




타지에서 새로 시작하다


모두들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다. 주인공 강인구도 예외는 아니다. 베트남전 참전 용사였던 아버지. 상이군인이 되어 돌아왔다. 경제난에 부딪힌 강인구 가족. 어머니는 요구르트 배달을 하다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도 트럭 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어릴 때부터 가족을 먹어 살려야 했던 인구. 단란주점에서 일을 시작해 돈을 한 푼 두 푼 모으기 시작한다. 절실했던 인구. 이런 인구에게 먹을 것과 학비를 준다는 이유로 유도부에 가입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덕택에 어느 정도 재능이 생긴 인구. 이런 인구는 어려운 삶이지만 그래도 희망을 갖고 살아가려 한다. 동두천 근처 미군 부대 카센터를 위시로 유흥업소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사업 수완도 좋고 사회생활도 곧잘 해서 수입이 일정해진 인구. 네 가족을 이끌고 지하 단칸방에서 아파트까지 이사하는 데 성공한다.


그런데 위기가 발생했다. 단란주점을 운영하고 있던 인구. 어떤 손님이 가게에서 행패를 부리기 시작한다. 무슨 일이야? 대응하던 인구. 가게에서 행패를 부리던 행인을 두들겨 패 버린다. 그냥 패기만 해도 머리가 아팠을 걸. 그 두들겨 패 버린 나쁜 놈의 정체는 경찰이었다. 장사가 어려워질 것 같다. 위기에 봉착한 인구. 이에 힘입어 친구 응수는 수리남이라는 나라에서 홍어 장사를 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설득한다.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수리남으로 출국하는 인구. 역시 쉬운 건 없었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적응은 한다.


역시 어딜 가든 문제는 있다. 수리남에서 아무 일 없을 리가 없다. 수리남의 조폭 중 한 명이 인구에게 시비를 건 것이다. 문제에 직면하는 인구와 응수. 돈으로도 대응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때 두 남자에게 손을 건네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수리남의 지역 유지 전요환. 전요환은 목사로 수리남 현지인들, 한인들 가릴 것 없이 강력한 지지를 받으며 지역을 이끌고 있었다. 전요환의 강력한 영향력에 홍어 장사가 쉽게 풀릴 것 같았다. 그런데 쉽게 풀리기는커녕 강인구는 전요환에 의해 삶이 크게 꼬이기 시작한다. 돈도 홀라당 까먹고 사랑하는 대상도 잃을 것 같은 인구. 이런 인구는 국정원 요원 최창호와 함께 전요환에 대한 복수를 계획한다.


이유 있는 선택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는 윤종빈 감독이 신작을 갖고 왔다. 윤종빈 감독은 뭐랄까 절실함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 '절실함'을 어떻게 해석하는지는 뭐 각자 다르겠지만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 최익현이 보여준 이 정서는 어린 시절의 나에게 큰 영향으로 남아있다. 아등바등 살지만 원하는 것을 얻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묘사하는 방식은 다른 감독들에게서 볼 수 없던 방식이었다. '이거 하나만 얻고 나머지는 다 잃은' 인간 본질의 순리를 개성 있는 방식으로 잘 묘사하는 느낌? <군도 : 민란의 시대>에서는 그런 묘사가 잘 기억이 안 난다. <공작>에서 이성민 배우가 연기했던 캐릭터가 이런 걸 잘 드러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또 이 감독은 캐릭터를 잘 만든다. 수많은 밈을 양산한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만 봐도 그렇다. 최익현, 최형배 캐릭터가 드러내는 생생한 개성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또 <공작>에서 이성민 배우가 연기했던 북한 간부 캐릭터도 극을 이끄는데 적절하다. 이 작품 이후로 글쓴이가 이성민이라는 이름을 기억했으니 말이다.


이 느낌은 엔딩부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실화 바탕으로 이루어진 이 드라마. 인물들은 최선을 다했다. 그래서 아마 후회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실화와 인물들의 처지 대비는 참 씁쓸하다. 후반부에 배우들이 연기를 잘해서 더 도드라지는 부분도 있다. 그런데 이 정서를 표현할 때 만약 영화면 어떻게 됐을까?라고 생각했다. 조금 어색하다. 전요환이라는 인물을 설명하기 위해서 여러 사건들이 필요했다. 또 국정원 쪽의 치밀함 역시 드러내기 위해서 긴 서사를 보여준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냥 단순히 <오징어 게임>이 잘 돼서, 넷플릭스가 오리지널을 만드는 형태가 이 쪽이 많아서 드라마를 고른 게 아니라 매체 선택 이유와 장르, 내용이 잘 어우러진 건 윤종빈 감독의 영리함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또 캐릭터 설정 역시  빛을 발했다. 일단 두 배우의 캐릭터를 이야기할 수 있다. 바로 황정민 배우가 연기했던 전요환, 박해수 배우가 연기했던 최창호다. 전요환에게는 큰 단점이 있다. 캐릭터가 직접 자기 입으로 이야기하기도 하는 부분이다. 온갖 곳을 싸돌아다니면서 사기를 치고 다녀서 의외라고 생각하는 지점도 있다. 그러나 이 인물의 이런 단점은 인물의 행적에도 충분히 드러난다. 이 때문에 인물 전부를 가로지르는 선택도 한다. 이런 인물의 속성은 극 중 내내 반복되는데 살짝씩만 변형해서 연출한 감독의 능력이 돋보였다. 또 최창호 캐릭터는 살짝 페널티가 있다. 바로 박해수 배우가 넷플릭스 오리지널에 자주 나왔다는 점이다. 그럼 당연히 이전 작품들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이를 박해수 배우 자체가 연기를 잘한 것도 있지만 캐릭터를 잘 꾸면서 과제를 해결한다. 최창호는 직업적 특성상 연기를 할 수밖에 없다. 이때 연기를 하는 디테일 설정이 좋아서 관객 몰입에 용이하다. 이 두 캐릭터 설정을 통해 감독의 장점을 잘 만든 셈이다. 그리고, 이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 중 화룡점정이 되는 지점이 있다. 이 부분은 직접 보시길 바란다.


최애 배우가 된 것 같아


또 이 영화의 장점을 이야기할 때 황정민 배우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배우는 또 엄청난 악역 연기를 맡았다. 이 사람의 악역 연기를 맡았던 기억을 되살리면 바로 <달콤한 인생>의 백사장과 <아수라>의 박성배가 생각난다. 전자는 배우의 연기도 연기였지만 감독의 인물 세팅이 빛났다. 후자 <아수라>의 박성배는 인물 세팅보다 배우의 연기력이 빛났다. 우선 백사장은 비열한 인물이다. 자기 마음 안 든다고 후배를 전화기로 냅다 패거나, 유명한 명장면인 선우와의 아이스링크 결투신에서도 선우가 방심한 틀을 타 습격한다. 후배는 냅다 패는데 눈 돌아간 선우에겐 굽신거리는 이 모습만 봐도 이 인물은 이중적이다. 그리고 하는 말 "인생은 고통이야. 몰랐어?" 극 중 내내 야비하고 비열한 모습만 보여주던 인물이 느닷없이 철학을 늘어놓는 것 역시 자기보다 아래 입장에 있는 사람을 깔보는 이중적인 모습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10여 년이 지나 가상의 도시 안남 시로 무대를 옮겨온다. 안남 시장 박성배는 시장이다. 그런데 무늬만 시장이고 사실상 마피아 보스에 가깝다. 이 사람이 시장이란 직업을 유지하는 이유? 법조계와 정치계를 휘어잡기 위해서다. 그러니까 박성배는 절대적인 빌런이다. <달콤한 인생>에서 백사장이 허점을 보이며 퇴장하는 것과 다르게 극의 세계관 전체를 장악하며 인물을 압박하는 것이 박성배다. 그럼 어떤 연기를 해야 할까? '내가 너를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어'라는 식의 눈빛, 표정, 제스처, 말투까지 상대 배역을 깔아뭉갤 줄 알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정치인이니만큼 타인을 설득해야 하는 입장에 있는 박성배. 주변에게 을에 입장에서 뭔가를 보여줘야 하지만 그에겐 그런 것 없다. 마이크를 쾅쾅 내려친다던가 휴대전화를 느닷없이 부순다던가 하는 것으로 사람들을 제압한다. 또


이번 악역 '전요환'은 다른 결의 빌런이다. 일단 직업적으로도 다르다. 조폭은 조폭이지만 종교라는 특성이 들어가 있다. 대사마다 '사탄'이라는 단어가 곳곳이 들어간 것이 보인다. 또 목사라는 직업 특성상 인상이 선해야 한다. 그래야 일반 대중들에게 자신의 종교적 목적을 설파하기도 쉽고, 여러 사람들에게 지지를 얻기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배우 황정민은 이 선한 외모를 유지하되 톤을 살짝씩만 변형해서 악당의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가령 초반부에 전요환이 첸진과 대면하는 신이 있다. 세상 친절한 얼굴로 몇 마디 나누는 것 같지만 바로 욕을 하면서 태도를 바꾼다. 텍스트상으로 보면 이질감이 들 수도 있는 부분을 황정민이라는 배우는 '이 인간이 어떤 인간인가' 관객에게 간단하게 소개한다. 그리고 이 악당의 특성 중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초중반부쯤에 자기 입으로 '난 이게 제일 어려워'라고 대답한다. 또 황정민 배우가 뽐내는 카리스마와 극 설정으로도 가려질 수 없는 인물의 허점이 있다. 얼핏 보면 박성배와 비슷해 보이지만 전요환은 다르다. 전요환은 겉으로는 외부 환경을 지배할 수 있는 인물로 보이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살짝 다르다. 이 부분은 중후반부를 넘어가서 등장하는 한 인물과도 관련이 있다. '속으면 죽고 속이면 산다'라는 이 드라마의 캐치프레이즈에 주의하시고 보시라. 이 전요환이 실속을 못 챙기는 부분과 엔딩, 캐치프레이즈는 서로 관련이 있다. 아. 엔딩 보고 이해 못 할 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떤 인물이 어떤 소재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염두하고 본다면 이것이 무엇에 대한 상징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번에는 국가정보원 소속 공무원


박해수 배우가 이번에도 넷플릭스 시리즈에 출연한다. <오징어 게임>, <종이의 집 : 공동 경제구역>에 이어 넷플릭스 드라마에서 말 그대로 공무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연기를 못하는데 계속 섭외되는 게 아니다. 이 배우의 연기 역시 결이 달랐다. 우선 <오징어 게임>에서는 지극히 현실적인 역을 맡았다. 서울대 출신의 상우는 연이은 실패 때문에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게 됐다. 오지랖에 가까운 동네 아는 형 성기훈과는 다르게 동료도 배신하며 앞 단계로 나아가는 상우지만 사실 알리에게 따뜻한 모습도 보여주며 입체적인 캐릭터성을 만들었다. 다음 드라마 <종이의 집 : 공동경제구역>에서 맡은 역은 베를린이다. 이 드라마를 보고 난 다음은 '그럭저럭 볼만한 드라마'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면 아쉬운 게 사실이다. 이야기 설계를 잘 짠 드라마다. 그러나 이를 이점을 죄다 붕괴시키는 이상한 연기 디렉팅 덕에 유지태, 김윤진, 이원종 같은 베테랑 배우들도 오그라드는 드라마의 톤은 확실히 단점이었다. 이런 난장판 속에서도 혼자 살아남았던 게 베를린 역의 박해수 배우였다. 분명히 이 사람은 더 반동 인물로서 존재감이 있어야 하는데 극에서 뭔가 창의적인 설정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 그냥 연기를 잘해서 눈에 띈 것이다. 오합지졸이 될 뻔한 강도 집단을 이끌며 시선을 집중시키게 만들었던 퍼포먼스 역시 박해수 배우의 개인능력이 빛난 부분이다.


이 <수리남>에서는 앞의 둘과 다르다. 일단 반동 인물이 아닌 국정원을 이끄는 리더 역할이다. 대립되는 전요환이 악랄한 인간이기 때문에 이 사람은 인상이나 말투부터 신뢰감을 주고 시작해야 한다. 처음 최창호가 등장하는 신이 있다. 이때 이 인물은 친구인 척을 한다. 그냥 전형적으로 쨘 하고 등장하는 게 아니라 '남을 속이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다'라는, 인물의 근본적인 속성을 제시하며 시작한다. 그렇게 죄수들의 시선을 돌리고 강인구에게 자기를 소개하는 최창호. 이때 베를린과 조상우와는 다른 발성과 눈빛으로 관객에게 신뢰를 준다. 사실 글쓴이가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를 볼 때 최창호도 그렇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전요환이 정, 재계를 주무르는데 어떻게 믿어? 이 의심은 결국 강인구에게 관객이 감정이입이 된다는 것과 동일하다. 이 강인구가 최창호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는 때가 몇 번 온다. 이때 최창호는 관객으로 하여금 강인구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밖에 없는 연기를 한다. 무슨 말이냐면, 여러분도 보다 보면 최창호를 욕 할 만큼 몰입감이 좋은 퍼포먼스를 보였다는 뜻이다. 이 외에 전요환을 속이기 위해 하는 연기, 그 와중에도 내면에는 긴장감에 벌벌 떠는 연기를 잘 소화했다. 선하고 올바른 국정원 요원에서 위장 범죄자까지 말투와 눈빛이 극 중에서 여러 번 바뀌는 연기 방식은 정말 대단하다. 연기하고 있는 걸 연기하는 박해수 배우의 테크닉이 돋보인다. 의상 바꾸고 머리 올리니까 진짜 양아치 같았다.



놀랍게도 실화


드라마 처음 재생하면 자막이 나온다. '이 드라마는 사실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입니다'다. 찾아보면 이 드라마가 정말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든 드라마라는 걸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수리남에서 마약왕으로 군림하며 정치권과의 인맥도 유지하던 조봉행 씨. 조 씨는 한국에서 사기를 취고 수리남으로 튀었다. 수리남에서 마약 사업을 운영하는 조 씨. 조 씨는 지역 카르텔들과 협착 관계를 맺고 세계적으로 마약을 유통하며 악명을 떨치다 결국 2011년에 잡혔다고 한다. 당시 인터폴에도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했었다는 기사도 찾아볼 수 있다. 또 이 조 씨의 범죄행각이 질이 안 좋은 게, 아무것도 모르는 일반인들에게 '물건 배달을 해 달라'라며 부탁을 한다고 한다. 일반인들은 이 물건이 보석이라고 들었어서 그냥 단순히 이송만 해준다. 그런데 갑자기 마약 유통업자가 돼서 이름에 빨간 줄이 그어진다. 이렇게 민간인에게 사기 치는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진행하던 조 씨. 이 범죄 수법을 소재로 한 영화가 <집으로 가는 길>이라고 한다. 여러모로 국내외에서 악명을 떨치는 범죄자였다.


실제로 극에 나온 것처럼 국적을 오가며 포획작전을 벌였다고 한다. 수리남 안에서 이 사람을 잡을 가능성은 턱없이 부족했다. 브라질로 옮겨 범죄자를 잡는 것을 시도했지만 실패. 그렇게 국정원의 해결책이 오리무중 안으로 들어갈 때 조 씨에게 K 씨가 등장했다고 한다. 이 K 씨는 조 씨의 사기 피해자로, 3년 동안 그에게 브로커 역할을 연기하며 조봉행의 구속에 크게 기여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들어갔지만 그에게 결국 내려진 건 징역 10년과 벌금 1억이었다.


단점도 있어


초반부의 살짝 잔잔한 걸 지나가면 초중반부부터 드라마의 속도에는 불이 붙는다. 물 샐 틈 없이 견고한 연출력으로 긴장감을 유지하는 이 드라마. <범죄와의 전쟁 : 나쁜 놈들 전성시대>에서 보여줬던 인간사의 공허함이나 <공작>에서 보여줬던 서스펜스가 양립하며 극을 이끈다. 마피아 게임에서 밤이 되면 사람들을 찍고 죽이는 것이 드라마로 옮겨왔다. 전요환이 무슨 턴이 되면 사람들을 죽이고, 이것의 동기를 인물들의 성격과 결부시키기 때문에 각본이 크게 어렵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또 액션도 나름 잘 뽑았다. 강인구는 극 중에서 유도선수 출신이다. 그래서 호신술을 보여주거나 순간 반응속도가 빠른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또 중후반부에 액션신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는데 이 배우가 이런 연기를 하는 걸 처음 봤다. 이 액션신을 하는 배우가 이 드라마에서 최고작을 갱신한 것과는 다르게 몸도 잘 쓰는 좋은 연기였다. 그리고 액션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총기 액션이다. 총기 액션을 꼼꼼하게 잘 배치했기 때문에 액션의 시간 할당과 배치를 영리하게 잘 사용한 것이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 인물들이 말하는 대사의 톤은 좀 아쉽다. 유치하다. 일례로 데이빗 박 캐릭터가 말하는 대사는 전부 어색하다. '여기서 더 관심을 가지면 it could be dangerous'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실제로 윤종빈 감독이 헛똑똑이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어서 한국어, 영어도 둘 다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인물을 연출하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를 영어, 한국어 두 언어만 오롯이 쓰인다고 해서 전달하지 못했을 거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나름대로의 갈등 설정을 잘 짜 놨기 때문에 이는 충분하고, 오히려 과하다고 느껴지기까지 한다. 이런 문어체 같은 대사 톤은 초반부의 전개에 살짝 영향이 있다. 그러나 드라마를 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크게 지장이 있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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