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프랜차이즈 3월호 기고)
지난 해 말 SK텔레콤은 지오비전(Geovision)을 통해 상권별 매출, 유동인구 등을 비교 분석한 ‘2021년 대한민국 100대 상권’을 발표했다.(SK뉴스룸 https://news.sktelecom.com/ 참조)
100대 상권은 전국 업소밀집 1,000여개 지역 중 월평균 카드매출, 유동인구, 업소밀집수준, 소상공인 데이터베이스 등을 통해 추산하여 선정했는데, 서울이 42개로 가장 많고, 부산 8개, 성남 5개, 대구 4개, 부천 4개 등의 순으로, 서울(42개)과 경기(13개) 지역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압구정역(1위)과 청담역(59위) 등 명품매장과 고급 스튜디오, 병원등이 밀집된 상권은 지난해보다 순위가 올랐고, 용인처인김량장동(87위), 광주 금남로4가역(88위), 미아삼거리(95위) 등 직주근접 상권은 신규진입한 반면, 삼성역(18위), 명동역(90위), 건대입구역(96위) 등 오피스시설 밀집 상권이나 해외방문객이 많이 찾는 상권은 순위가 하락했다.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확산되고 해외여행객 방문이 어려워짐에 따라 기존 활성화 지역인 오피스 상권이나 외국인이 찾는 상권은 침체되고 주거지를 배후로 둔 상권은 선전한 것이다.
대형상권이 침체된 반면 주거지 상권이 활성화되었다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어려운 상황은 마찬가지이지만 대형상권을 이용하던 고객 중 일부가 주거지 상권을 이용하게 되면서 나타난 결과로 해석된다.
상권이란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중심으로 상품과 용역의 유통이 활발히 이루어 지는 일정한 지역을 의미하며, 소비력 크기 및 상품 공급력에 따라 상권 규모와 활성화 정도가 결정된다.
교통이 발달되어 접근성이 좋고 집객시설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상권이 발달한 이유다.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심리나 행동양식을 바꾸어 상권 지도를 변화시켰다. 명품소비는 코로나 이후 심리적 위안과 보상을 위한 행동이 구매로 이어졌다 하나 코로나 이전에도 소비력이 활발했으므로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주거지를 배후로 둔 상권 여러 곳이 100대 상권에 신규 진입한 결과는 신선해 보인다. 활성화 상권이더라도 100대 상권 규모까지는 아니었는데 당당히 100대 상권에 이름을 올렸다.
주민들이 출근한 평일 낮시간에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적어 조용했는데,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평일 낮시간대에도 사람이 많아졌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부활동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니 멀리있는 큰 상권에 나가기 보다 집 근처에서 소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을 것으로 풀이된다.
대형 상권은 베테랑이거나 큰 자본이 필요한 프로들의 놀이터다. 소규모, 소자본으로 대규모 상권에 진입하여 운영하는 사례가 있겠지만 대부분은 자본력을 가진 베테랑들이어서 자본력이 많지 않으면 그림의 떡이다.
주거지 상권도 좋은 입지는 대형 상권 못지않게 큰 자본이 필요하지만 대부분은 진입 비용이 대형 상권보다 저렴하다. 진입비용은 매출 기대치를 반영한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상권일 수록 장사가 잘 될테니 진입비용이 비싸다.
자본이 많고 찾아오는 사람도 많으니 볼거리, 놀거리, 먹거리가 다양해 사람들을 더 불러 모은다. 이러한 즐길 거리는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맞춰 변화하는 속도도 빠르다. 대형 상권은 계속 성장하고 주거지 상권은 생활 편의품 위주로 가는 이유다.
주거지 상권이 대형 상권을 따라 할 필요는 없다. 똑같이 따라 하더라도 대형 상권은 될 수 없다. 대형 상권과는 다른 차별화를 찾아 살길을 모색해야 한다.
다행히 근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전문성은 있지만 대형 상권에 진입할 수 없는 젊은 상인들이 주거지 상권에 진입하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정부에서도 개별 소상공인 지원에서 골목상권 지원으로 정책 전환 움직임이 감지된다.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면 다시 대형 상권이 활성화 될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주거지 상권도 즐길 거리가 있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젊은 상인들이 상권에 활력을 불어 넣지만, 적은 인원 몇 명으로는 한계가 있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상인들이 진입하여 마음껏 활동할 수 있도록 유인책을 내놓아야 한다.
상권을 이용하는 고객, 상권 내 영업 중인 상인들, 상권과 관련된 기관 및 단체 등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수렴하여 발전방안을 찾고, 대형 상권 정도는 아니더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놀거리, 볼거리, 먹거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
고객은 돈과 시간을 지불할 이유, 즉 이익이 있어야 찾아온다. 다른 상권과 구별되는 우리 상권만의 차별화가 필요하다.
차별화는 고객에게 찾아오게 하고 소비하게 하는 이유를 제공한다. 거창하거나 대단한 것을 찾을 필요 없다. 메뉴를 개발하고 진열방법을 개선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점포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거리를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으로도 차별화가 될 수 있다.
차별화는 상권 전체 관계자의 협업이 필요하다. 소수 몇 사람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없다.
상권 내 구성원끼리 자체 해결하는 것이 어렵다면 주위 도움을 받아보자. 소상공인 지원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 지자체, 은행 등 소상공인 지원사업을 운영하는 기관은 많다.
소상공인 협업지원, 골목상권 지원 등 실질적 도움이 될 프로그램이 많다. 단, 예산이 한정되어 신청한 모든 상권을 지원할 수는 없다. 지원사업에 선정 가능성을 높이려면 상인이 주체가 되어 개선안을 제안하는 등 노력을 보여야 한다.
상인이 주체가 되어 노력하지 않는다면 주위에서 도와주더라도 변화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