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풀을 보면....
“선생님, 날씨가 너무 좋아요. 야외에서 수업해요”
변성기가 일찍 찾아온 6학년 소년은 수업 종이 울리자마자 큰 소리로 선생님께 말했다.
소년의 말에 아이들이 술렁인다.
“나가요. 나가요~”
“조용, 조용” 선생님의 낮게 깔린 목소리에 친구들은 조용해졌다. 그러나 소년은 교실 문을 열고 혼자 운동장으로 나갔다. 선생님의 부르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소년은 운동장 스탠드에 드러누웠다. 햇살이 나뭇잎 사이를 반짝이며 파고 들어오며 소년의 감은 눈을 간지럽혔다. 잠시 후, 아이들이 소년을 데리러 운동장에 나왔다. 이끌리듯 교실에 들어온 소년에게 선생님은 교무실로 내려오라고 했다.
“아침 먹었니?” 선생님은 소년에게 물으셨다.
혼날 줄 알았던 소년의 마음이 녹아내렸다.
"소하 알지? 얼마 전에 소하 아버님이 사우디에 가셨잖아. 그래선지 소하가 요즘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더라. "
소년은 선생님의 이야기에 찔렸다.
'선생님이 다 알고 계시나?'
요즘 소년은 소하와 매일 쪽지를 주고받았다. 1교시에 소하 책상 속에 쪽지를 넣어두면 2교시에는 소년의 책상 속에 소하의 쪽지가 있었다. 소년은 소하 아버님이 사우디에 가신 것이 아니라 이혼 후 따로 사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하는 매일 쪽지에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 건넸다. 소년은 답장으로 짧은 몇 글자의 쪽지를 보냈다.
이번에는 소년이 소하에게 쪽지를 먼저 건넸다.
"토끼풀이 잔득이던데. 우리 학교 근처 큰 소나무 있지? 그 아래에서 만나자. 수업 끝나고 말이야. 괜찮아?"
"좋아" 소하의 답장을 받은 소년은 수업이 끝나기만 기다렸다.
"와... 토끼풀 정말 많구나. "
소년과 소하는 토끼풀을 땄다. 토끼풀로 두 손이 가득했다.
"손 줘봐"
"왜"
"자..."
소년은 소하의 손에 토끼풀 반지와 팔찌를 묵어주었다.
소년의 얼굴이 노을 지는 햇살에 붉게 물들었다.
어른이 된 소년은 토끼풀을 볼 때마다 소하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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