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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쇼호스트 김형수 Jul 24. 2019

쇼호스트 되기 4

O냐 X냐 이것이 문제로다

대부분의 쇼호스트 지망생들에게 실전 프레젠테이션 테스트는 무척 곤혹스러운 전형절차이다.


어렵게 서류전형을 통과하고 추려진 인원들이 저마다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테스트에 임하게 된다.

오랫동안 다져온 만큼 자신감을 가지고 시험장에 가지만 지원자들의 미모와 유명세(실제 지망생들 사이에 유명한 사람들이 있다. 다른 회사의 최종면접에서 아깝게 떨어졌다거나, 방송 경력자이거나, 돋보이는 미모의 소유자이거나 하는...)에 주눅이 든다.

자기 순서가 되어 시험장에 입장하면, 안 그래도 떨리는데 십여 명의 시험관들과 카메라가 자신을 노려본다. 어디 얼마나 잘하나 보자 하는 눈빛의 피디들, 선임 선배 쇼호스트들이 자신을 응시하는데 아카데미에서 하는 것처럼 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한 번 긴장하기 마련이다.


O와 X의 향연

대부분의 지망생들이 큰 홈쇼핑사의 입사시험에 응시하면서 갖는 생각은 '큰 회사니까 뭔가 철저하고, 엄청나게 체계적인 채점 기준이 있겠지'이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내가 테스트에 면접관으로 참여하면서 느낀 점은 '주관적 인상 평가의 총합'으로 지원자의 당락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거기에 상대평가가 보완된다.


1차 실기이든 1차를 통과한 사람이 보게 되는 2차 테스트이든 당락을 결정하는 방법은 비슷하다.


A라는 지원자가 인사말을 한다. 준비해온 상품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이 이어진다. 면접관들은 그를 응시한다. 실물과 카메라를 통해 모니터에 나오는 모습을 번갈아 본다. 프레젠테이션이 끝난다. 지원자에 대한 질문 답변이 뒤따른다. 지원자가 나간다. 지원자 B가 들어온다.


한 조의 테스트가 끝나면 면접관 중의 리더가 면접관들의 의견을 묻는다.


A군은 어떻습니까?

면접관은 채점표를 보면서 답한다. 저는 O요!

ㄴ면접관은 X요. ㄷ면접관은 세모입니다. 발음이 안 좋습니다. ㄹ면접관은 O요! 저는 이미지랑 PT도 괜찮았지만 무엇보다 당당한 게 인상적입니다.

이런 식의 대화가 이어지며 O와 X, 그리고 △의 수를 합산한다.

다른 지원자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과정이 이어진다.

 

짧은 테스트 시간 동안 발음 90점, 발성 70점, 논리 전개력 85점, 재치 60점, 호감도 80점, 구성력 70점 등으로 채점하는 것은 실로 어려운 일이다.

 회사 별로 방식은 조금씩 차이가 있겠으나 면접관들의 중지를 모으는 원리는 비슷할 것이다.


실기 프레젠테이션 테스트에 통과하기 위해서는

 

1. O를 많이 받아야 한다. 가령 10명의 면접관이 모두 O를 준다면 그는 당연히 통과다.

2. O는 아니어도 최소한 △라도 많이 받아야 한다. X의 수는 최대한 적어야 안심권이다.


 O 5개, X 5개 보다는 O 3개, △ 5개, X 2개가 나을 수 있다.


1차 PT에서 2차 PT로 올라가는 수는 대략 최종 예정 선발인원의 3 배수 정도이다. O를 많이 받은 순으로 통과자를 정하고, 다 채워지지 않으면 남은 지원자들의 O와 △수를 상대 평가하여 올리는 것이 합리적이다. X라고 하는 반대 의견을 많이 받으면 안 되는 이유다.


O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지원자의 프레젠테이션


1. 지친 면접관들의 주의를 환기하는 인사말과 재치 있는 자기소개.

2. 밝은 미소

3. 쫄지 않는 당당함

4. 능숙한 프레젠테이션

5. 상품에 대한 신선한 접근법

6. 세련되면서 자신과 어울리는 옷차림과 헤어스타일 등이 필요하다.


지나친 파격이나 개성은 시선을 잡을 수는 있으나 부정적 인상을 갖게 되는 면접관도 많아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참 어렵다. 튀면서도 무난하고, 무난하고 안정적인 가운데 개성을 뽐내라고 조언하는 격이니 말이다.


나는 단지 쇼호스트를 뽑는 시험의 원리에 대해서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원리를 이해하면 한걸음은 가까이 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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