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함이 나에게 돌아오는 시간

by 아림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평범한 삶을 산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

나는 항상 그런 질문을 품고 살았다.

나한테 평범한 것이란 여름엔 시원한 방에서 보송보송하게 잠에 들고,

겨울엔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일어나 정수기 물을 따라 마시는 것.

1~2만 원 하는 기성화를 디자인 골라 신다가 질리면 휙 던져버리는 것.

55, 66 하는 여자 옷 브랜드에서 옷을 사서 딱 맞게 입는 것.

(위 의 두가지는 내 키가 175cm, 발사이즈 260이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중소기업에 취직해 상사의 꾸중도 듣고 회식도 하며 회포를 푸는 것.

조금씩이지만 청약도 넣고 주식, 코인, 부동산 이야기를 주워 들으며 경제 감각을 잃지 않는 것.

나의 평범함은 이런 것들의 어디 즈음에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해외 봉사를 다녀온 후부터 내 삶은 전혀 다른 색깔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 변화의 시작은, 내 시선의 끝에 '물건'이 아닌 '사람'이 머물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그리고 그건 내가 선택한 가장 아름다운 전환점이었다.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살다 보니, 어느덧 나는 타인의 안부와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삶을 살게 되었다. 유행하는 것들보다 사람들의 진짜 마음이 더 궁금했고, 그들의 웃음과 눈물이 내 하루를 채웠다.

그렇게 살면서 배운 것들이 있다.

누군가의 손을 잡아줄 수 있다는 것, 작은 관심이 누군가에게 큰 위로가 된다는 것,

그리고 내가 가진 따뜻함이 세상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

결혼 후 나의 삶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향해 더욱 깊어졌다.

남편과 아이들, 내 세계의 중심은 더욱 단단하게 사랑하는 이들로 채워졌다.

"뭐 먹고 싶어?"라는 질문에 "당신들 좋아하는 거로"라고 답하는 게 자연스러워졌고,

그들의 행복한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뻤다.

그건 희생이 아니라 선택이었고, 그 선택으로 얻은 사랑의 순간들은 지금도 내 마음속 가장 빛나는 보석함에 고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이제, 나는 새로운 발견을 하고 있다.

타인을 향해 쏟았던 그 따뜻한 관심을, '나'라는 사람에게도 건네보면 어떨까 하는 설렘 말이다.

지금까지 다른 이들을 사랑하며 배운 그 다정함과 세심함으로,

이제는 나 자신도 돌보아 주고 싶어졌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싶지?"

"나는 어떤 풍경을 볼 때 행복할까?"

이런 질문들이 낯설면서도 한편으로는 잃어버린 친구를 다시 만나는 것처럼 반갑다.

나에게 관심을 주는 연습은 아주 사소한 것부터 시작하고 있다.

오늘은 카페에서 내가 정말 마시고 싶은 음료를 골랐다.

남들이 좋다는 것 말고, 내 입술에 닿았을 때 가장 달콤한 맛을 찾아보는 중이다.

옷을 살 때도 남들의 시선 대신 내 몸이 가장 편안해하는 촉감을 골라본다.

이런 작은 선택들이 모여 조금씩 나만의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고, 그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즐겁다.

가장 놀라운 건, 나를 돌보는 일이 타인을 사랑하는 일과 전혀 다르지 않다는 걸 알게 된 거다.

내가 행복해야 다른 사람들에게도 더 좋은 에너지를 나눠줄 수 있다는 것.

나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게 이기적인 게 아니라,

오히려 더 건강하게 사랑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일이라는 것.

평범함 대신 사람을 택했던 그 선택을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그 덕분에 나는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세상을 더 따뜻하게 바라보는 눈을 갖게 되었으니까.

그리고 이제 그 따뜻한 마음으로 나에게로 돌아오는 이 길 위에 서 있다.

세상 그 누구보다 근사하고, 생각보다 훨씬 더 다채로운 빛깔을 가진 진짜 '나'를 만나러 가는 길.

이 여정이 어디로 이어지게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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