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도 잘 깎으시나요? 단단해서 보통 힘이 들지 않을텐데...”
보석 디자이너(Jewelry Designer)라고 소개를 받았을 때, 어떤 분이 내게 던진 질문이었다.
보석 디자이너. 보석을 디자인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원석을 예쁘게 다듬고 디자인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때 나는 “깎지는 않고 주로 불질하고 망치질하지요.”라고 대답했다. 시커멓고 상처투성이인 내 손에서 만들어진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장신구들. 보석디자이너는 참으로 매력적인 직업이다.
한국에서 1년 동안 있으면서, 보석학원에서 일을 했다. 그 ‘일’중에는 ‘학생상담‘이란 것이 포함돼 있었는데, 주로 보석 디자인을 배우려는 학생들이 그 대상이었다. 하루에도 여러 명 상담하기를 몇 주, 어느덧 입을 열기 시작하면 마치 녹음한 것처럼 꼭 같은 말을 줄줄줄, 광고성 미소를 지으면서 술술술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때 느꼈던 것이, 다양한 연령층의 많은 사람들이 보석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한다는 것이었고, 비싼 보석을 만지는 일인만큼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생각들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보석은 더 이상 사치성 상품이나, 부의 상징으로 받아들일 순 없다. 물론 5캐럿이 넘는 비둘기 핏빛이 도는 루비반지는 아무나 살 수 없다. 그렇지만, 몇달 전 결혼한 L처럼 60달러 짜리 커플링을 선물하면서 “I do”를 약속 받을 수 있을 정도로 보석은 그 ‘몸값’만으로 가치를 정해버리기엔 너무나 복잡한 창조물이다.
잘 나가는 보석상이나 알아주는 큰 회사 소속의 보석 디자이너였다든지, 60달러 짜리 커플링을 렌더링하는 보석 디자이너든지, 그들에게 공통점이 있다면, 그들은 인간의 몸에 작은 조각품을 올린다는 것이다. 그 작은 조각품들은, 일생에 있어서 단 한번의 기억으로 남아 있을 영원한 약속으로 태어나기도 하고, 아름다운 여인의 환심을 사기 위한 화려한 유혹으로 태어나기도 한다.
요즘은 다이아몬드에 대한 공부를 따로 하고 반지를 구입할 정도로 적극적인 젊은 남자도 많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남자들은 빨간 건 ‘루비’고, 파란 건 ‘사파이어’라더라 정도의 지식을 갖고 있다. 이런 남자들은 작고 반짝거리는 돌에 빠져 있는 여자들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으리라.
가장 아름다운 순간,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최상의 표현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석 만한 게 또 있을까. 그것이 티파니에서 산 VVS1, D칼라의 1캐럿 다이아몬드 반지가 되었던, 동네 금은방에서 산 반지가 되었던, 당신이 내미는 작은 박스 속 ‘어떤 것’은 ‘행복한 기억’이란 이름의 마술사다. 바가지를 긁는 아내에게 그때의 기억을 이야기하면서 적어도 한숨은 돌릴 수 있는 여유를 평생 가질 수 있다면 그래도 가치가 없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