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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 Francia Nov 29. 2024

The Laughing Princess

보리와 영어책(리더스북)을 읽는다.

매일 한 권씩 읽기로 한 우리의 약속은 언제나 잘 지켜지지 않는다. 나는 잔소리(로 들릴 말)를 하지 않으려고 애쓰며 아이가 스스로 책을 꺼내오기를 기다려본다. 오늘 아침에 보리는 그림 그리기에 열중하고 있다. 시계를 보니 아무래도 틀린 것 같아서 결국 내가 입을 뗀다.


-보리야, 우리 영어책 읽을까?

- 아 맞다, 엄마 나 오늘도 까먹을 뻔!

-그래, 하나 가져와.


오늘 보리가 골라온 책에서는 grab, laugh, teeth 따위의 단어가 반복된다. 이야기를 통해 같은 단어에 의도적으로 노출되도록 만들어놓은 책이다. 독자는 문맥에 따라 어휘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보리는 영어 단어를 암기하고 시험 치는 것을 힘들어한다. 친구들이 영어학원에서 매일 단어테스트를 치는 걸 보고 기겁하며 절대 학원에 가지 않겠다고 했다. 영어단어의 뜻을 한글로 묻는 형식의 시험은 모두에게 힘들지만 특히 어린이들에게 더 어렵다. 어린이들은 아직 한글 어휘력도 부족한 상태인 까닭이다. 시중에 나오는 영어어휘 교재들을 펼쳐보면 단어들이 맥락도 없이 좌르르 나열되어 있다. 맨 뒷장에는 단어시험지가 첨부된 채로. '초등 필수 영단어'라는 제목의 책들이었다. 재밌을리 만무하다.



한글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의 국어 어휘력은 자연스럽게 신장된다. 병들고 여윈 말은 곧 살이 찌고 튼튼해졌어요.라는 문장에서 여위다 라는 단어의 뜻은 굳이 일러줄 필요가 없다. 살이 쪘다는 말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영어도 다르지 않다. 맥락 속에서 단어의 의미를 추측할 수 있고 그것이 반복되면서 확신을 갖게 된다. 뜻을 매칭시켜보지 않아도 저절로 이해할 수 있다.



The Laughing Princess라는 책을 읽으며 보리는 아 웃겨! 하며 킥킥댔다. 책을 덮은 후 나는 smile과 laugh의 차이점을  말해주었다. 보리는 smile과 laugh를 우스꽝스럽게 몸으로 표현했다.



-오늘도 보리가 여러 단어를 알게 됐네! 잘했어. 보리야. 엄마가 매일 책을 읽고, 너희들에게도 읽어주는 이유가 있어. 재밌으니까? 맞아. 그런데 또 하나. 우리는 다양하고 많은 단어를 가지고 있어야 해. 언어라고 하지, Language 들어봤지? 좋은 생각들이 머리에 떠올랐을 때 좋은 언어가 있어야 그것들을 잘 말할 수 있거든. 그런데 재밌는 건, 다채로운 언어들을 갖고 있으면 그걸로 더 훌륭한 생각들이 만들어지기도 한다는 거야. 언어는 우리의 사고를 지배하거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그래그래. 학교 잘 갔다 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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