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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령 Aug 15. 2020

크리스마스에 찾아온 내 인생 최고의 선물

내 인생 첫 번째 반려동물, 루나

처음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다고 생각했던 건 7년째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친구 커플과 2주간 같이 살 때였다.

나에게는 처음으로 동물과 한 집에서 지내는 것이었는데, 그 2주 동안 고양이에게 마음을 훅 빼앗겨버렸다.


남자 친구가 마지막으로 키웠던 새끼 고양이는 외출한 사이에 옆집 강아지에게 물려 생명을 잃었다. 그래서 남자 친구는 다시는 고양이를 키우지 않겠다 다짐할 정도로 상처를 크게 받았다고 한다. 

나 역시 내가 뉴질랜드에서 평생 살 수 없다면 한 생명을 데려오는 게 무책임하다고 생각했기에, 적어도 영주권을 받고 나서 입양을 고려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셰어하우스에서 둘만 사는 집으로 이사한 이후에는 남자 친구와 고양이를 입양하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상의했었다. 하지만 옛 상처와 더불어 반려동물을 데려왔을 때 그 책임감과 부담감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는 남자 친구의 말에 나도 동의하며 여러 번 마음을 접어야 했다.


그러다 약 2년 전 어미를 잃은 새끼 고양이들을 분양한다는 글이 동네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당시 파트너십 비자를 승인받았던 터라 영주권을 받는 건 (남자 친구와 헤어지지 않는 한) 시간문제인 상황이었고, 무엇보다 커뮤니티에 올라온 새끼 고양이들이 너무너무 너무 귀여웠다. 


그날 저녁 크리스마스 겸 남자 친구의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얘기가 나왔고, 내가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 남자 친구 가족들은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줬다. 참고로 남자 친구네 모든 가족들은 강아지 혹은 고양이 혹은 둘 다 키우고 있다.

그리고 이날 저녁 우리는 집에 와서 나름의 합의를 보았다. 고양이를 데려온다면 전적으로 내 고양이이고 자기는 도와주기만 할 거라는 약속과 함께 들뜬 마음으로 글을 올린 사람에게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고양이들은 그 사이에 이미 입양이 된 이후였고 나는 굉장히 상심했다. (물론 지금은 '우리'고양이이다.)


내 인생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


며칠 후, 남자 친구는 직장 동료에게서 옆 동네 동물병원에 새끼 고양이를 분양 중이라는 얘기를 들었고, 나에게 주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며 병원에 예약을 했다고 알려주었다. 그날의 기쁨이란! 

우리는 쉬는 날 큰 동네로 가서 고양이 물품을 산 뒤에 동물 병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우리를 보자마자 가장 먼저 다가온 루나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동물병원 예약 후 남자 친구가 보낸 문자메시지


사실 남자 친구가 처음 병원에 전화했을 때 새끼 고양이들이 모두 남자라고 했었다. 

그리고 우리가 갔을 때도 모두 남자아이들이라고 했기에 우리는 처음에 남자 신인 Hermes(헤르메스)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렇게 한 달 내내 Buddy(남자아이를 부르는 애칭), 'Good boy'를 연신 내뱉으며 헤르메스를 예뻐해 주었었다.


첫 번째 예방접종이 있던 날 동물병원에 가자 입양 날 못 봤던 간호사가 헤르메스를 알아보았다. 

건강하게 잘 컸다며 대화를 하던 중 우리가 buddy, boy라고 부르는 것에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얘는 여자애라며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입양 날 우리를 안내해준 직원을 쳐다보는 게 아닌가. 


알고 보니 간호사가 다른 출장으로 떠나기 전에 여자아이인 루나와 다른 두 형제를 다른 곳에 지내도록 분리시켜놓고 갔는데, 어떻게 된 사정인지 우리가 도착했을 땐 3마리 모두 같은 철장 안에 있었다. 우리에게 안내해준 직원 역시 3마리가 모두 남자아이라고 전달받았었다고 한다.

참고로 남자 고양이가 중성화할 때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성별을 골라야 한다면 보통 남자 고양이를 선호한다고 한다. 약 50불 정도 차이 나는데, 병원에서 잘못된 정보를 우리에게 줬기 때문에 루나 중성화할 때 가격을 좀 깎아주었다. 


진료를 받고 돌아오는 내내 우리는 이 사태에 대해 어벙 벙했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된 성별을 알았으니 남자 신인 헤르메스로 부르지 말고 제대로 된 이름을 지어주기로 했다. 여러 이름을 불렀는데 우연인지 운명인지 유일하게 반응한 루나로 결정했다.


한 달 동안 줄기차게 불러대던 헤르메스 대신 새로운 이름을 부르려니 우리도 처음 헷갈렸지만 다행히 루나는 크게 개의치 않아 보였다.  

그렇게 Buddy에서 Sweetheart로, 헤르메스에서 루나가 된 나의 첫 번째 반려동물을 소개한다.


2018년 1월 15일, 헤르메스에서 루나로 개명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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