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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작가 Dec 26. 2021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

경제적 독립과 함께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강렬한 것이 무엇인지 계속해서 나에게 물어본다. 언뜻 내가 좋아하는 것들 하고 싶은 것들이 떠오르지만, 그것이 7~10년 정도 퇴직을 앞당길 만큼 정말 내게 절실한 것인지 진지하게 물어보고 또 물어본다.


향후 7~10년의 급여소득은 대략 7~10억 원 가까이 된다. 퇴직금,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등 회사가 부담하는 추가적인 금액을 계산해 보면 포기해야 할  금액이 10억 원을 훌쩍 넘는다. 앞으로 10년간 투자 수익률을 긍정적으로 잡아도 10억 원이 넘는 급여 소득을 포기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런 생각이 들 때면 안정적인 직장이야말로 나의 삶을 월급 노예로 만들어버린 주범이란 것을 알 수 있다. 미생 드라마에는 오 차장이 퇴사한 선배와 술을 마시며 듣는 선배의 한탄, '회사는 전쟁터이지만, 회사 밖은 지옥이야'라는 말이 나와 같은 직장인들에게는 위안이며, 꿈을 포기한 합리적인 이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아내는 같이 하고 싶은 것이 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느끼고, 생각하고, 먹어보고, 살아보고 싶다. 지금 시대가 그 어느 때보다도 그 꿈을 시도하기에 기술적으로 경제적으로 좋은 여건이다. 콘텐츠를 만들어 각종 플랫폼에 꾸준히 올리면 예기치 않은 수익을 보면서 그 삶을 영위해나갈 수 있다. 이미 많은 유투버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 내가 한다고 해서 잘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남들과 다른 삶을 살면서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기술과 꾸준함이 있다면 큰 성공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삶을 위해선 준비할 시간이 최소 7~10년 필요하다. 그 기간 동안 막 시작한 투자가 체계를 갖추고 장기적인 열매를 맺을 것이다. 아이들은 대학교를 거의 마쳤거나 졸업해서 취직을 했을 것이다. 이제 부모로서 최소한 책임은 다한 것이다. 그때가 되면 집도 팔아치우고 현금흐름이 나오는 투자로 돌릴 것이다. 다 정리하고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기 위해 최소한의 안전판을 마련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


준비과정에 가장 큰 변수는 우리의 건강이다. 특히 위가 약한 아내가 큰 병 없이 건강을 유지해야만 이러한 준비가 의미가 있게 된다. 내가 퇴직을 일찍 하고 조급해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지금의 삶의 방식이 아내의 건강을 악화시키지나 않을까 걱정돼서이다. 경제적 준비에 우선하여 무엇보다 아내와 나의 건강을 챙기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막상 해보면 행복할까?' '뭐든 보는 것과 실제는 다르지 않을까?'


이런 두려움도 있다. 우리가 갖고 있는 환상이 분명히 깨질 것이다. 좋기만 할 줄 알았는데 지치고 피곤하고 또 예상치 못한 사고나 병이 생길 수 있다. 그때에 되돌릴 수 없는 선택을 후회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길을 가봐야 그게 환상인지 정말 나에게 맞는 옷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아내와 콘텐츠를 만드는 시도를 꾸준히 할 것이다. 본격적이지 않지만 나와 아내의 관심사, 일상 브이로그, 여행 브이로그 등을 통해 경험을 꾸준히 쌓아나가는 연습을 하려고 한다.


모든 것을 내던지고 혈혈단신 떠나는 모험을 떠나는 20대 청년도 있지만, 나같이 인생의 숙제를 해나가면서 새 삶을 준비하는 40대의 콘텐츠도 다른 삶에게 영감을 주고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벌써 올해 한 해가 갔다. 나이가 먹을수록 시간은 점점 더 빨라진다. 10살 때의 1년은 인생의 1/10이지만 40살의 1년은 인생의 1/40이므로 체감 속도가 4배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금방 10년이 지나 오늘의 시작을 기억할 날이 올 것이다. 그때까지 오늘의 생각을 타임캡슐에 담아 여기에 잘 묻어 놓는다. 10년 후에 이것을 꺼내볼 때 어떻게 변화되어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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