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값 세팅이 잘못된 것이 문제
1. 기분이 조금 처지는 날이었다.
2. 별다른 이유 없이 아무것에도 흥이 나질 않아, 하기로 마음먹은 일들을 하나도 못했다.
3. ‘뭐라도 해야 하는데’라고 생각하면서도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태로 시간이 흘렀다.
4. 이렇게 하루가 끝나는 건가 싶어 조급해지고, 왜 이렇게 무기력한 건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생각을 반복적으로 하다가 ‘특별한 이유 없이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이 이유가 되어 기분이 더 나빠졌다.
5. 왜 ‘특별히 기분 나쁠 이유가 없는 이상 기분이 좋아야 한다’는 것을 기본값으로 세팅해 두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6. 그렇다고 오늘 기분이 엄청나게 좋아야 할 대단한 이유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7. 언제나 행복해야 한다는 강박과 나만 행복하지 않은 것 같은 외로움, 행복해야 마땅한 상황에 왜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자책이 버무려져 괴로운 날들이 있었다.
8. 때때로 찾아오는 무기력에는 아무 잘못이 없다. 대단한 이유는 더더욱 없다.
9. 그냥 그런 날도 있는 거지 뭐.
10. 그저 그런 날이 오면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면서 스스로를 보살피면 될 일이다.